"3나노 건너뛰고 2나노"… 日반도체연합, 삼성전자를 겨눴다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3. 1. 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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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더스 '파운드리' 도전장

◆ 반도체 3국경쟁 심화 ◆

일본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가 2025년 상반기까지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반도체 프로토타입 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3㎚ 공정을 뛰어넘어 2㎚ 공정부터 본격 승부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TSMC와 삼성전자 모두 3㎚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여러 기술적 한계를 경험했던 것이 사실이다. TSMC는 3㎚ 제품 양산 시점이 당초 목표보다 미뤄지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에서 라피더스가 계획대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배경이다.

다만 라피더스는 자국 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자국 기업에 공급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확실한 수요처가 있다는 측면에서 파운드리 시장에서 위협적인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2㎚ 공정에서는 글로벌 파운드리 1, 2위 기업인 TSMC와 삼성전자가 'GAA(Gate-All-Around)' 기술을 두고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뒤인 2025년에는 한국과 대만, 일본 기업들의 각축전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GAA는 게이트가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 면을 둘러싸는 구조를 말한다. 게이트가 채널 3개 면을 둘러싸는 '핀펫(Fin-FET)' 구조에 비해 전력 효율성과 성능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GAA 기술을 지난해 양산을 시작한 3㎚ 공정부터 적용했으며, TSMC는 이르면 2024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2㎚ 공정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TSMC는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한 3㎚ 1세대 공정에서 핀펫 구조를 유지했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왼쪽 둘째)과 다리오 길 IBM 수석부사장(왼쪽 셋째)이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차세대 반도체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이에 GAA 기술을 먼저 시작한 삼성전자와 TSMC의 본격적인 경쟁은 2㎚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핀펫 구조의 한계는 5㎚ 공정 이전부터 드러났던 것이 사실"이라며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GAA가 더 효율적인 대안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고도화된 3㎚ 공정에서 TSMC와 삼성전자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TSMC는 3㎚ 공정에서 애플을 비롯해 퀄컴, 미디어텍, 엔비디아 등 고객사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세계 시스템반도체 3위 업체인 브로드컴에서 3㎚ 파운드리 계약을 수주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GAA 기술로 3㎚ 제품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 역시 여러 고객사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2위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 기업인 AMD도 삼성전자와 3㎚ 제품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 퀄컴, IBM, 바이두 등을 3㎚ 파운드리 고객으로 확보했거나 논의 중이다.

TSMC와 삼성전자의 3㎚ 수율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TSMC의 3㎚ 공정 수율이 80%를 상회한다는 대만 언론의 보도에 대해 "양산 일정상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3㎚ 공정 수율이 40% 안팎이라는 보도도 있었지만 지금은 안정적인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생산을 거듭할수록 수율이 올라가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초기에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GAA가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만큼, 삼성전자가 먼저 GAA 기술로 양산을 시작했다는 것은 앞으로 경쟁에서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TSMC가 2025년 GAA 기술을 개발해 2㎚ 공정에서 처음 양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개발 과정에 필요한 여러 단계와 관련해 아직 눈에 띄는 진행이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를 2024년부터 3㎚ 2세대로 양산한다는 로드맵을 지니고 있다"며 "내부에서 받아줄 물량이 있다면 공정 수율 면에서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만과 일본이 범정부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경쟁에 나서는 만큼, 한국 역시 반도체 산업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SGI 브리프 보고서는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국내 경제성장률은 0.64%포인트, 20% 감소 시에는 1.27%포인트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각국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감소는 성장의 손실뿐만 아니라 치열해진 국가 간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기업의 투자 의지를 다시 살리려면 정책의 적시성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투자세액공제 확대 조치가 국회에서 조속히 입법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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