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토끼해에 생각하는 인구문제

2023. 1. 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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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수용능력 한계 있는데
고령화·저출산 정말 문젠가
차라리 꾸준히 기술 혁신해
생산성·삶의 질 올리는편이

이제 설 연휴도 지났으니 본격적으로 토끼해가 시작되었다. 토끼는 세계 곳곳에 서식하고 그 외모와 행동이 우리 인간에게는 호감을 주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는 대표적인 동물 중 하나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간지에 생소한 서구 문화권에서도 올해가 토끼해라는 것을 마케팅이나 뉴스에 적지 않게 등장시키는 것이 눈에 띈다.

토끼가 다산의 상징이기도 해서 출산율 저하가 걱정되는 우리나라 등에서는 올 한 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더 박차를 가할 것 같다.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를 늘리려는 이유는 노동력과 소비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성장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일까?

유엔 통계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이미 80억명을 넘었다. 이 수치는 1972년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에서 가정한 70억명을 넘어선 것이다. 이후 여러 연구는 지구가 가까스로 '견딜 수 있는'(정상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수준을 90억~100억명 정도로 추정한다. 지구는 유한하기 때문에 인구 규모는 자원과 관련한 여러 문제의 근원이 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및 수자원의 고갈과 기후변화 같은 직접적인 문제에서부터 국지전의 확산, 정치경제의 블록화, 종교 및 인종 갈등과 같은 글로벌 이슈들도 지구의 운용 용량(carrying capacity)을 위협하는 인구문제를 도외시하면 해결되기 어렵다.

그런데 인구문제를 논할 때 우리는 과연 올바른 문제 인식과 질문에서 출발해서 장단기 목적을 제대로 설정하고 있는가? 맬서스가 인구론에서 경고한 이후 경영경제학자들은 인구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아직도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체계적인 이론과 시각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 실제로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경우는 현대사 이전이고, 이후에는 (초)고령화나 청장년층 비율과 같은 인구 구성이 더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이것도 문제의 핵심은 아닐 수 있다. 인류는 지구상에서 개인의 생존 욕구와 집단의 성장 및 삶의 질 사이에서 극심한 딜레마에 처한 유일한 생명체이다. 누구나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는 것을 추구하지만 그로 인해 집단(지역사회, 국가, 전 인류)의 크기가 해당 공간의 운용 용량에 근접하게 될 때 두 상충 관계를 조화시킬 수단과 제도를 확보하지 못했다. 연금 문제만 놓고 보아도 우리가 얼마나 근시안적인지 잘 알 수 있다.

현재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기술혁신에 의존하는 것뿐이다. 디지털전환이나 자동화 기술은 초고령화사회와 낮은 출산율에서도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느리지만 지속적인 성장과 여러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 일본 경제학자인 히로시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제시하였다. 출산율을 높이거나 초고령화를 억누르려는 것은 수단과 결과를 혼동한 것이며(출산율과 초고령화는 결과이지 수단이 될 수 없다), 삶의 질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향상시키는 전방위적 생산성 관리와 혁신이 중요하다. 이것은 SF영화에서 전(全) 우주적 악당인 타노스의 극단적 방법이나 머스크가 꿈꾸는 화성으로 인류를 이전시키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훨씬 나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인도가 중국을 넘어서는 제1의 인구 대국이 되고,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이지리아가 17년 만에 인구조사를 실시하면 2050년까지 미국을 넘어서 세계 3번째 인구 대국으로 드러날 것이라 한다. 새해 들어 전 세계적 인구문제에 대한 국내외 뉴스가 전해지는 것을 보면 토끼해를 맞아 비로소 인류가 이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려는 것이 아닐까 기대해본다. 그런데 자기의 기민함과 민첩함만 믿던 토끼도, 달리기 경주에서 목표만 보고 느리지만 꾸준히 나가는 거북이에게 지지 않았는가? 이 문제에서만큼은 그런 토끼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도훈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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