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인생 4단계서 5단계로
해가 바뀌고 설이 지났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것이다. 1년 더 늙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한국 사회 전체가 더 나이 들고 더 늙었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많으면 개인은 늙어도 사회는 젊어질 수 있다. 그러나 출산율은 점점 낮아지는데 수명은 계속 늘어간다. 사회는 더욱 늙어갈 것이다. 한국은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거라고 한다.
사회가 늙어가면서 개인의 생애주기도 바뀌고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에 따르면 전통사회에서 생애주기는 4단계였다. 19세까지는 성장기다. 20·30대에는 결혼하고 노동하고 자녀를 부양한다. 40·50대에는 자녀가 점차 독립해 나가면서 부양 부담이 줄어든다. 노동하면서 돈을 저축해 은퇴를 대비한다. 60세부터는 은퇴해 저축한 돈과 연금으로 생계를 잇는다.
그러나 고령화사회의 생애주기는 5단계다. 19세까지 1단계는 성장기로 똑같다. 그러나 2단계인 20~39세가 결혼과 자녀 부양의 시기에서 독신의 시기로 바뀐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진 탓이다. 3단계인 40대에 이르러서야 자녀를 본격 부양하게 된다. 50세에서 60대 중반까지 4단계에서는 돌봄과 부양의 대상이 자녀에서 부모로 바뀐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치매 노인의 급속한 증가는 그 일례다. 사회적 돌봄은 불충분할 것이기에 돌봄 부담의 상당 부분은 자녀가 맡아야 한다. 아마도 앞으로 한국인은 60대 중반 이후까지 부모를 돌보는 삶을 살아야 할 것만 같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 계속 일해야 한다. 인생 5단계인 은퇴기를 늦출 수밖에 없다. 은퇴 후의 삶도 녹록지 않을 것 같다. 자녀와 부모를 부양하느라 돈을 많이 저축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명이 길어져 오래 살겠지만, 몸은 불편할 것이다. 누군가의 돌봄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게 꼭 축복은 아니다. 존엄을 지키며 오래 사는 게 중요해졌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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