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는 연말연시 긴 휴가인데 굳이 음력설 연휴 고집할 필요 있나

2023. 1. 25. 17: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2023년이 밝은 지 20여 일이 지나 새해 첫날, 설날을 다시 맞았다. 설날은 새로운 1년을 맞으며 조상께 감사를 표하고 가족과 친지의 복을 기원하는 날인데, 음력을 기준으로 삼다 보니 새해 첫날이 한참 지난 후 맞게 된 것이다. 어떤 해에는 2월이 다 끝나갈 무렵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하기도 한다. 1896년 태양력이 도입된 후 정부와 기업, 학교, 개인의 모든 삶이 태양력에 따라 돌아가고 있는데, 음력설을 쇠려다 보니 새해 인사를 두 번씩 하는 어색함이 매년 반복되는 것이다.

음력설은 두 번 새해를 맞는 낭비를 유발할 뿐 아니라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는 크리스마스 전후부터 새해 첫날까지 긴 연휴를 보낸 후, 1월부터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에 맞춰 업무를 재개한다. 우리 기업이 연말에 쉬지 않고 일하려 해도 파트너인 글로벌 기업들의 긴 휴가로 일 처리가 원활하지 못할 때가 많고, 반대로 글로벌 기업들이 한창 일하는 1~2월에 한국은 설날 연휴에 들어가게 된다. 연말 휴가를 권장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환경을 반영한 것이다.

대한제국 시절과 일제강점기, 이승만·박정희 시대를 거치며 정부는 양력 1월 1일로 설을 통일하려는 시도를 지속했다. 하지만 국민은 음력설을 고수했고,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음력설이 정식으로 부활했다. 전통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 양력설이 일제의 잔재라는 주장이 민족 감정을 자극했기 때문인데, 문제는 음력설 역시 중국식 새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6월부터 '만 나이'가 도입된다. 출생한 날부터 바로 한 살이 돼, 해가 바뀌면 한 살을 더 먹는 한국식 나이 셈법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인데,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 나이 세는 방법이 바뀌고, 명절 차례상이 간소화된 것처럼 전통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G5 국가가 되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면서, 설날만은 음력을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볼 때가 됐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