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년' 57조 판 외국인 … 연초부터 5조 폭풍매수

강민우 기자(binu@mk.co.kr) 2023. 1. 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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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정점론 힘 실리며
외국인 보유비율 31%로 반등
삼성전자·하이닉스·현대차
대형 수출주에 매수세 몰려
"실적 지켜봐야" 경계론도

글로벌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퍼져가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원 넘게 공격적인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 3년간 연간 기준으로 매년 대규모 순매도에 나섰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올 들어 1월부터 이어진 토끼랠리를 사실상 외국인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일부에서는 추세적인 흐름이라고 판단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438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이날도 7681억원가량을 사들이며 올 들어 일간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코스피 주식을 6조8065억원어치 순매도했는데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지난해 팔아치운 물량의 상당 부분을 사들인 셈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중 외국인 보유 비중도 지난해 9월 30.38%까지 떨어졌으나 25일 기준 31.81%로 상승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긴축의 끝이 보인다는 기대감이 연초 주가가 반등한 이유"라며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강세장이 나타났듯이 경기에 대한 주가의 선행성을 고려할 때 올해 예상되는 경기 악화는 작년 주가 하락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순매수(20일 기준)한 금액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영국과 미국이 차례대로 6993억원, 5259억원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영국계 헤지펀드들은 환율 등 경제지표에 따른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은 비교적 장기 투자금 성격이 큰 것으로 분류된다.

영국과 미국의 뒤를 이어 아일랜드(4016억원) 프랑스(2700억원) 캐나다(2580억원) 순으로 국내 주식을 많이 샀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2020년 이후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거 순매도에 나섰다. 2020년부터 3년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57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까지 범위를 넓히면 62조원이 넘는다.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수요가 상당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2020년과 2021년에는 코스피에서만 각각 24조원, 25조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지분 매각에도 주가가 상승해 오히려 보유 주식 평가액은 늘었다.

다만 지난해 전 세계적인 약세장을 거치면서 순매도 규모는 6조8065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주가 하락으로 평가액은 더 크게 감소했다. 올해 외국인이 폭풍 매수를 이어가는 것도 낮아진 한국 비중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달러당 원화값이 안정되고 있는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은 수출 종목을 중심으로 사들이고 있다. 반도체 등은 당장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바닥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작년 6월 20일(49.97%) 외국인 지분율 50%대를 내줬지만 올 들어서는 1조9316억원 순매수세에 힘입어 50.17%까지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역시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도 5969억원가량 순매수했다. 현대차(1573억원) 기아(1060억원) 포스코홀딩스(1315억원) 등이 쇼핑 목록에 포함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올 들어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급등했다.

김민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초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인 태도가 완화돼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이 반영되면서 경기에 민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증시가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초 외국인 매수세를 반등을 위한 추세 전환 신호로 보기에 무리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91배로 코스피가 역사적 고점을 향해가던 2021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작년 4분기 실적발표에 돌입하는 만큼 이익 전망치 하락 수준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시즌에 들어서면서 이익 추정치 하향 속도가 증가했지만 코스피는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 이익 전망에 대한 눈높이는 조금 더 낮아질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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