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리포트] 코끼리는 지구온난화 막는 ‘숲의 정원사’

홍아름 기자 2023. 1. 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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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와 인도에 사는 코끼리는 방귀와 트림을 통해 하루 2000L에 이르는 메탄을 배출한다.

소 한 마리가 하루에 공기 중으로 토해내는 메탄이 200L쯤 되니 이와 비교하면 코끼리가 배출하는 양은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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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코끼리, 탄소 덜 흡수하는 나무 골라 먹어
모잠비크 고롱고사 국립공원의 코끼리 암컷들이 내전 당시 성행한 밀렵으로 상아 없는 형태로 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JOYCE POOLE/ELEPHANTVOICES

아프리카와 인도에 사는 코끼리는 방귀와 트림을 통해 하루 2000L에 이르는 메탄을 배출한다. 소 한 마리가 하루에 공기 중으로 토해내는 메탄이 200L쯤 되니 이와 비교하면 코끼리가 배출하는 양은 엄청나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0배 강력한 효과를 보이는 온실가스로 최근 빠르게 비중이 증가하며 기후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일부 기후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심각해지자 상아 불법거래로 밀렵에 노출돼 위험에 빠진 코끼리를 소와 돼지 같은 가축처럼 탐탁지 않게 봐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생각이 편견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세인트루이스대와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LSCE)와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과학자들은 아프리카에 사는 코끼리들이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는 나무를 남겨두고 이산화탄소를 덜 흡수하는 이른바 ‘저탄소밀도 나무’를 골라 먹는 방식으로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는 숲을 유지하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23일자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아프리카 숲에 서식하는 식물 800종 가운데 코끼리가 어떤 식물을 골라 먹는지를 살폈다. 그 결과 코끼리들이 이산화탄소를 덜 흡수하는 나무를 골라 먹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른바 ‘저탄소밀도’ 나무들은 햇빛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다른 식물보다 빨리 자라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특성이 있다. 목재의 밀도가 낮은 만큼 이산화탄소를 붙잡는 부분도 적어 탄소 흡수량이 적다.

코끼리들이 이처럼 특정 나무만 골라 먹는 습성은 결과적으로 탄소를 많이 흡수하는 나무가 잘 자라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나무의 개체수를 조절해 나무와 나무 사이에 공기가 잘 통하고 영양분과 빛이 골고루 분산하면서 성장에 도움을 줬다.

코끼리가 탄소를 많이 흡수한 나무의 씨앗을 숲에 퍼뜨린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코끼리는 탄소 흡수율이 높은 나무의 열매를 골라 먹고 씨앗을 온전히 배설물로 내보냈다. 이렇게 다른 곳으로 옮겨진 씨앗은 다시 싹을 틔우고 나무로 자라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판 블레이크 세인트루이스대 생물학과 교수는 “코끼리는 탄소 밀도가 높은 나무를 심고 탄소 밀도가 낮은 나무는 제거하는 마치 숲의 정원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코끼리가 숲에서 사라질 경우 열대우림에 미칠 영향도 예측했다. 중앙 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에는 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열대우림이 조성돼 있는데 만에 하나 코끼리가 사라지면 탄소 흡수능력을 6~9% 잃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끼리가 멸종하면 지구온난화 속도도 빨라지는 셈이다.

파비오 베르자기 LSCE 연구원은 “앞으로 다른 종과 지역을 추가로 조사해 열대우림에 사는 동물이 숲의 생물 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블레이크 교수는 연구 설명과 함께 “한때 1000만마리에 이르던 아프리카 코끼리가 현재는 50만 마리에 머물 정도로 밀렵이 횡행하고 있다”며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아프리카 코끼리의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레이크 교수에 따르면 아프리카에 사는 코끼리는 지난 30년 동안 80% 이상 개체 수가 줄었다.

참고자료

PNAS, DOI: https://doi.org/10.1073/pnas.220183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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