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고객 불편 외면하는 은행 노조
"직장인이 대출 상담을 받으려면 휴가를 내야 할 판이다."
"번호표를 뽑고 30분 넘게 기다렸다."
요즘 재테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은행 영업시간 단축 때문에 불편을 겪은 소비자가 불만을 토로한 글이 줄을 잇는다. 원래 은행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 2021년 7월부터 1시간 줄었다. 30분 늦게 열고 30분 일찍 닫았다. 코로나19 사태가 크게 진정되자, 오는 30일부터는 팬데믹(세계적 유행)의 상징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사라진다. 거의 모든 생활이 코로나19 이전으로 원상 복귀하면서 마지막 남은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도 당연할 것이라고 봤다. 대형마트를 비롯한 편의시설 대부분은 이미 작년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자마자 영업시간을 정상으로 되돌렸다.
하지만 은행은 나 홀로 단축 영업을 유지하겠다고 나섰다. 금융노조가 '조건 없는 영업시간 정상화'를 계속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25일 금융사 측과 만난 자리에서도 기존 방침을 고수하며 '협상 결렬'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은행에 영업시간을 정상 복구하면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공문까지 보냈다.
금융노조의 이런 '마이웨이' 때문에 노조원인 은행원을 '국민 밉상'으로 찍히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직원들은 단축영업과 관련해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 '왜 은행만 일찍 문을 닫느냐' 등 항의를 받고 있다. 은행원 사이에서는 은행업의 핵심인 고객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염려까지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영업시간을 단축했으면, 방역 조치가 해제되면 원상 복귀가 당연한 순서라는 게 고객의 눈높이"라며 "고객이 있어야 은행도 노조도 존재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이래저래 고객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주장을 펴고 있는 셈이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처리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가 늘었다지만 은행에 가야만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여전히 많다. 금융노조가 정말 고객을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다.
[임영신 금융부 yeung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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