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던 독일, 결국 레오파르트2 전차 지원 발표···우크라전 ‘게임 체인저’ 되나
WSJ “미, 에이브럼스 지원 발표 임박”
독, 각국 압박에 레오파르트2 제공 허용
독일이 결국 레오파르트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레오파르트2는 교착 상태에 놓여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지목돼 왔다.
그동안 독일은 확전을 우려해 미국이 먼저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보내야 한다는 전제조건까지 내걸며 지원을 주저해왔지만, 갈수록 높아지는 서방 동맹국들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레오파르트2, 전선 교착 뒤흔들까
독일이 입장을 바꾼 데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번주 안으로 에이브럼스 전차 지원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4일(현지시간) 보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 국방부는 그간 운용과 보수가 까다롭고 전차를 보내는 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에이브럼스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고위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30대의 에이브럼스 전차를 지원하더라도 우크라이나군이 인도하려면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돼 제때 사용하기 어렵다면서,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 결정은 “독일의 정체를 깨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에이브럼스 전차를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독일 역시 더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게 됐다. 미국의 발표가 나온 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최소 14대의 레오파르트2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며, 자국제 레오파르트를 보유한 다른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도록 재수출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제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유럽 및 북대서양조양기구(나토) 국가들은 2000여대의 레오파르트2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3국으로 보내기 위해선 제조국인 독일의 승인이 필요하다. 폴란드, 네덜란드, 핀란드, 덴마크 등은 자국이 보유한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제조국인 독일이 그동안 승인을 미뤄 왔다.
전문가들은 레오파르트2가 우크라이나군의 기동력과 화력을 한층 강화해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차에는 120㎜ 활강포와 7.62㎜ 기관총이 장착돼 있다. 최대 시속은 70㎞이며, 비포장 도로에서도 시속 50㎞로 주행할 수 있다. 이밖에 급조폭발물(IED)과 지뢰, 대전차 사격 시스템 등도 갖췄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병력이 서방의 주력 전차로 무장하면 동부에서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뚫고 영토 탈환전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의 전차 지원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논의는 반드시 결정으로 마무리돼야 한다”며 “우리는 각각의 결단에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차 지원 시간 끌었던 미국·독일, 입장 선회 까닭은
이로써 서방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서 또 하나의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러시아와 나토의 직접적인 대결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꺼려했던 서방은 전쟁 초기만 해도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지원조차 망설였다.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무기는 방어용으로만 한정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 지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서방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에 이어 패트리엇 미사일 지원까지 승인했고, 이날 레오파르트2 지원 결정까지 오게 됐다.
서방은 협상 테이블로 러시아를 불러낼 수 있을 만큼 전세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레오파르트2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점령지 탈환 성과가 궁극적으로 평화회담 때 협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대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봄이 향후 이 전쟁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방이 주력 전차를 지원한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 악화’가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던 러시아는 강력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불타버리게 될 것”이라며 “서방의 전차들은 잠재력이 과대평가됐다. 이번 지원은 실패한 계획이 될 것이다. 그 무기들은 매우 비싸기만 하다”고 비난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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