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엔 정용진, 연시엔 추신수···SSG 로얄층의 핫 스토브리그 [김은진의 다이아몬드+]

김은진 기자 2023. 1. 2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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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SSG 구단주(왼쪽)와 추신수가 지난 11월8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마주보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SSG가 스토브리그의 특별한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KBO리그의 연말과 연시가 SSG발 ‘화제’로 뜨겁다.

SSG는 지난해 12월 단장 경질 파문으로 홍역을 치렀다. 통합우승 한 달 뒤 멀쩡히 업무하던 SK 와이번스 출신 단장이 갑자기 사퇴하면서 구단주와 친분 있는 한 외부 인사가 구단 업무에 지속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수면 위로 등장했다. 비상식적인 단장 교체에 ‘비선실세’라는 단어까지 등장하고 팬들이 해명을 요구했지만, 구단은 차기 단장이 될 거라 소문이 자자했던 인물을 그대로 새 단장으로 선임했다.

정용진 구단주의 ‘선전포고’는 혼란스럽던 팬심에 결정타를 날렸다. 야구계로 뛰어든 뒤 팬들의 물음과 호응에 자청해서 적극 반응하던 공간, 자신의 SNS에 “소통이라 착각하지 말라”고 적었다. 구단 실무진을 통해 사태에 대해 논리적으로 해명하고 봉합하려 하지 않고, 구단주가 직접 선을 긋는 감정적 대응에 당시 야구계 현장에서도 모두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용진이 형’이라 불렀던 팬들 중 상당수가 배신감을 느꼈고, 유쾌했던 구단주를 향한 야구계의 호감은 한 순간에 비호감으로 바뀌었다. 이후 한 달, 정용진 구단주와 SSG 구단은 실망한 여론에 크게 신경쓰지도 않는 분위기다.

그리고 구정 연휴, SSG 최고참 추신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에서 현지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KBO리그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그 중 WBC 대표팀 엔트리에 대해 내놓은 말들이 모조리 대형 폭탄이다.

추신수는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이냐” “나라면 그렇게 안 했다”는 말로 이강철 대표팀 감독과 기술위원회, 그리고 대표팀 선발을 영광으로 여기던 두 후배 투수를 모욕했다. 안우진이 학교 폭력 전력으로 결국 선발되지 않은 것을 비난하기 위해 “한국은 용서가 어려운 것 같다”고 한 말은 여론에 그야말로 기름을 부었다. 크든 작든 누군가 상처 입었고 아물지도 않은 민감한 사회적 문제를 스스로 ‘제3자’라면서 쉽게 말하고, “한국은” 운운하는 모습에 팬들의 정이 떨어져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그릇된 ‘선배 노릇’으로 후배와 동료들을 농락했다. 안우진 건에 대해 “이렇게 불합리한 일을 겪는 선수가 있다면 선배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도 나서질 않는다. 바꿀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 도움이 되려 해야 하는데 지켜만 본다”고 했다. 본인 외의 다른 고참 선수들은 선배 노릇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추신수는 지난해 12월 선수협 회장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했지만 고사했다. 국내에서 뛴 지 오래 되지 않았고, 얼마나 더 뛸지 알 수 없고, 선수협 사정도 잘 모르고, 비시즌 미국에서 지내야 하는 개인 사정은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많은 선수들은 당시 연봉을 27억이나 받고, 말만 하면 실현되는, 리그에서 가장 파워 있는 선배라고 여겼기에 추신수를 택했다. 그런 후배들의 공식적인 선택을 어쨌든 거부한 장본인이 ‘선배 노릇’을 언급하며 다른 동료들까지 결과적으로 깎아내리고 있다. 맥을 전혀 잘못 짚은 채로 선배 노릇을 하려다 헛발질을 해 안우진까지도 추가로 고통의 시간을 겪게 하고 있다.

애초 의도는 달랐을지 모르지만, 공감능력 떨어지는 내용에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즐비한 인터뷰 자체가 추신수 스스로를 KBO리그에서 어떤 존재라 여기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정용진 구단주와 추신수는 SSG 랜더스가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재창단한 뒤 지난 2년 간 가장 중심에 서 있었던 ‘투톱’이다. SSG는 구단주가 주인공이었던 구단이다. 여느 구단이면 만나보기도 힘든 구단주가 수시로 선수들에게 직접 연락하고 소통을 한다. 그 중에서도 ‘로얄층’에 추신수가 있다. SSG의 뜨거운 연말연시가 그 특이한 구조를 더욱 들여다보게 만든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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