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훈의 디지털플랫폼정부 철학] 〈5.끝〉 혁신 성공전략

정예린 2023. 1. 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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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인프라분과 위원장)

세계의 많은 정부가 디지털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정이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강력하게 '클라우드 퍼스트' 원칙을 제창하고 10년 이상 디지털 혁신에 매진해 온 영국도 2022~2025년의 디지털 전략을 발표했지만 아직 절반의 성공이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민간기업에서 디지털 혁신의 성공 요소를 꼽을 때 첫째 명확한 비전과 철학, 둘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기술·능력과 고객·구성원이 실감할 수 있는 결과, 최종적으로 이를 이루어 낼 조직·사람·문화의 변화를 꼽는다. 공공부문도 이들 요소는 그대로 적용된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해외의 모범적 사례와 과거 디지털정부의 문제점을 분석해서 시의적절한 목표와 비전을 수립했다.

민간기업의 혁신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법론도 영국, 싱가포르, 덴마크 등 선진국에서 관심이 클 정도로 좋은 전략이다.

다음 과제는 빠른 시간에 모범이 되는 성공사례를 국민이 체감하고 파급력이 큰 분야에서 보여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기간에 국민이 혁신의 결과를 체감할 수 있는 20개 이상의 선도과제들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이나 공공분야를 막론하고 누구나 혁신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시스템이 무슨 문제가 있는가 반문하는 회의파부터, 각 부서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또는 단순히 변화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혁신을 반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민간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아도 실패사례가 훨씬 많다. 따라서 디지털 혁신은 다년간의 긴 여정을 강력한 의지로 추진해야 한다.

영국의 디지털 혁신을 이끈 리엄 맥스웰은 혁신의 장애 요소, 즉 블로커(blocker)를 제거하기 위한 전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디지털 혁신의 주요 블로커로는 기술적 또는 행정적 능력의 미비, 기존 레거시 시스템의 저항, 유연하지 않은 구매(조달)제도, 사이버보안 문제 등을 꼽는다.

한국은 전산화를 의욕적으로 추진한 까닭에 세계적 평가에서 디지털정부의 경쟁력이 높았지만 무려 1만7000개가 넘는 레거시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담당자들의 자부심도 높고 성과도 있지만 이제 과거 기술은 짐이 되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으로 과감히 옮겨 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단순 연계를 위한 개방이 아니라 AI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과감한 데이터 개방이 요구된다. 현장에서는 부처간 데이터의 통합과 민간의 행정 참여를 허용하는데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혁신을 수용하면 국민을 위한 행정을 훨씬 쉽고 빠르게 구현할 수 있으며, 짧은 기간에 훌륭한 업적을 올려 국민과 인사권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서비스 등 사용료 기반의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조달할 수 있는 전문계약제도가 마련됐으나 비중이 미미하다. 기존 공공 디지털사업은 정보화전략계획(ISP)을 거친 후 다년도 시스템통합(SI) 사업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최신 클라우드 기반의 유연한(Agile) 개발 형태와 맞지 않고, 끝나는 순간 바로 구형이 되는 문제가 있다. 특히 정부가 선택해서 발주하지 않아도 기업들이 선개발해 국민이 만족하면 행정서비스로 도입하는 앱스토어형 생태계의 육성이 절실하다.

사용료 기반 전문계약 비중이 신규 사업의 대부분이 되도록 대폭 강화돼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 및 사이버보안이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한국의 공공 보안기술은 기본적으로 망분리정책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온프레미스 시스템에서는 망 분리가 효율적인 방법이었으나 클라우드 시대에는 더 이상 맞지 않다. 과거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서는 디지털 후진국이 될 것이다.

미국정부는 클라우드 기반의 보안기술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CIA, 국방성의 최고 기밀정보가 취급하는 시스템에서도 오히려 더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다. 제로트러스트 원칙을 따르는 최신 기술을 속히 채용하고 발전시켜야 안전성도 높이는 동시에 활용권, 자기결정권 등 국민의 데이터 주권을 보호할 수 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보고시스템의 변화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결정이란 목표를 세우더라도 의사결정 단계에서 종이로 된 서류에 다시 의존한다면 조직과 문화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는 정부 데이터를 시각화해 주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시스템을 만들어서 250여개의 부문별 성과지표를 국왕이 항상 체크하고 의사결정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플랫폼정부에서도 디지털 혁신 진척도를 포함해 부처별 행정 업무의 성과지표를 고위 정책결정자와 담당공무원, 주권자인 국민이 쉽게 살필 수 있는 BI시스템이 일반화될 것이다.

혁신이 시작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추진력, 즉 관성을 최대화해야 한다. 추진력은 사람과 문화의 변화에서 올 수밖에 없다. 특히 고위 정책결정자들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 공약을 제시한 대통령이나 추진을 맡은 디지털플랫폼정부 위원회뿐만 아니라 각 부처의 장관, 고위공직자들의 적극적인 의지가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다.

오종훈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인프라분과 위원장)·johnoh@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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