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50% 배당하라”...얼라인, 금융지주 압박

오대석 기자(ods1@mk.co.kr),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3. 1. 2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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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
금융지주사에 주주제안 공개
순이익 50% 배당 등 요구

얼라인파트너스가 25일 국내 7개 상장 은행금융지주사(은행지주)를 상대로 올해부터 당기 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 안건을 사전 공개했다. 오는 2월 9일까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3월 말로 예정된 7개 은행지주의 정기주주총회에 이 같은 안건을 올릴 방침이다.

얼라인파트너스가 공개한 주주제안에 따르면, 얼라인 측은 배당가능이익을 한도로 하고, 이사회 결의안보다 높은 수준으로 보통주 현금배당을 제안할 예정이다. 또 권고적 주주제안으로서, 2023 회계연도부터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총 주주환원율을 당기 순이익의 최소 50%로 하는 중기주주환원 정책 도입도 포함했다. 특히 이를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을 경우, 연결기준 지배주주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하도록 하는 배당 관련 정관 조항 변경도 추진한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2일 국내 7개 상장 은행지주의 이사회에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를 통해 각 은행지주들이 매년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를 보통주 자본비율이 13%에 이를 때까지 매년 조금씩 꾸준히 적립해 나가되, 13% 이상에 대해서는 전액 주주환원하라는 자본배치정책 도입을 제안했다. 또 대출 등 위험가중자산 성장률을 국가 명목 GDP 성장률 혹은 그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감축해 확보된 재원으로 당기순이익의 최소 50% 주주환원을 하는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내달 9일까지 이사회 결의 및 공정공시를 통해 공식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들이 납득 가능한 수준의 자본배치정책과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지 않는 은행지주가 있는 경우 해당 은행지주의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환원 관련 안건을 제안하고, 찬성 표결을 위한 공개 주주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법무법인 한누리를 법률자문사로 선정했다. 또 7개 은행지주가 모두 주주 관점에서 납득 가능한 자본배치정책과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공식 도입할 때까지 내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공개 주주 캠페인과 주주환원 관련 안건 정기 주총 주주제안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이번 캠페인의 핵심은 은행지주들이 건전한 자본비율을 유지하면서도 충분히 주주가치 관점에서 훨씬 더 유리한 자본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정책들을 도입하면 은행지주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해 필요 시 자본시장에서 더욱 용이하게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되고, 국가적 과도한 부채비율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외 은행지주 주주들의 호응이 매우 뜨거워, 모든 은행지주의 경영진들도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주주총회 표결 없이 이번 캠페인이 원만히 완료될 수 있도록 모든 은행지주의 이사회가 주주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해 제시된 시한 내 전향적인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면서, 올해 들어 은행지주사들의 주가가 15% 안팎으로 치솟고 있다. 코스피 상승률인 7% 내외를 초과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금융주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이 낮고, 이를 낮게 만들었던 요인인 주주환원정책의 증대가 매력도를 높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배 정도로 글로벌 평균인 0.7배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금융 당국의 대출 금리 등에 관한 규제와 자율적으로 할 수 없는 배당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대출금리 규제 관련 우려는 여전히 있지만 배당만이라도 완화가 된다면 현재 낮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이 더욱 부각돼 주가 상승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지난 16일 하루에만 은행주를 1650억원어치 매수하는 등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는데 이 역시 주주환원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봤다.

올해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대폭 반영해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높은 수준의 예대마진율로 상쇄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손충당금 규모는 올해 경제전망치가 하향조정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적립될 것”이라면서도 “높은 순이자마진(NIM) 개선세에 기반한 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하며 이를 상쇄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올 들어 크게 오른 주요 금융지주 주가는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KB금융은 2.46%나 올랐고, 신한지주(1.62%) 하나금융(1.75%) 우리금융(1.5%) 모두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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