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또 엄포···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회담 일방 연기
‘쿠란 소각 집회’에 반발한 튀르키예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에 또다시 어깃장을 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정부는 다음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신청 관련 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전날 “스웨덴은 나토 합류를 기대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지 하루만이다.
튀르키예가 이처럼 일방적으로 회담 일정을 취소한 것은 지난 주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반(反) 튀르키예 시위 때문이다. 덴마크의 극우정당 ‘스트람 쿠르스’의 지도자 라스무스 팔루단은 해당 집회에서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소각했다. 스웨덴이 아닌 덴마크 극우정당이 벌인 시위지만 이것이 튀르키예의 반발을 재점화했다. 튀르키에는 스웨덴이 이러한 집회를 허용해준 것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팔루단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쿠란 소각 시위를 벌인 적 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본 딴 인형이 스톡홀름 시청 앞에 거꾸로 매달려 양국이 서로 주재 대사를 초치하는 등 외교적 갈등으로 이어진 바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기 위해선 튀르키예란 산을 넘어야 한다. 두 국가는 지난해 5월 나토 동반 가입을 신청했으나 기존 회원국 30개국 중 튀르키예만 가입 찬성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신규 가입을 위해선 기존 회원국 모두의 의회 비준이 필요하다. 튀르키예는 양국에서 활동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 관련자 신병 인도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당초 브뤼셀 회담에는 튀르키예와 스웨덴·핀란드 뿐만 아니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참여할 예정이어서, 이 회담을 계기로 가입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으나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회담이 연기되자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튀르키예와 대화를 재개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핀란드와 함께 빠르게 나토 회원이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안보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동반 가입을 추진해 온 핀란드에도 불똥이 튀었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24일 ‘여전히 스웨덴과 같이 나토 가입을 추진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스웨덴의 가입이 너무 오래 지연될 만한 상황이 벌어지면 이를 재평가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단독 가입’ 가능성을 최초로 시사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이후 스웨덴 측이 불쾌감을 표하자 하비스토 장관이 자신의 발언을 “부정확했다”며 바로잡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나토는 팔 욘손 스웨덴 국방장관이 25일 브뤼셀 나토 본부에 방문해 미르체아 제오아너 나토 사무부총장과 회동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문 목적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튀르키예와 스웨덴 관계를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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