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 공유 수수료 1분기 도입” 넷플릭스 배짱에… 공동 구독 플랫폼 뜬다

윤진우 기자 2023. 1. 2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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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개선 위해 계정 공유 단속 시작
동일 IP·장치 ID 확인 무분별한 공유 차단
최대 2명까지 계정 공유, 수수료 부과 계획
함께 구독하는 공동 구독 서비스 대안 거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한 넷플릭스 체험존 모습. /연합뉴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운 계정 공유에 대한 유료화를 선언했다. 유료 이용자 수를 늘려 수익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무분별한 계정 공유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지인의 계정을 빌려 쓰는 무료 계정 공유가 사실상 금지되면서 여러 명이 돈을 모아 하나의 계정을 함께 이용하는 공동 구독 플랫폼이 대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5일 OTT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후 발송한 주주서한에서 “현재 1억명 이상의 광범위한 계정 공유는 넷플릭스에 대한 투자와 비즈니스 구축을 위한 장기적인 경영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라며 “올해 1분기 후반부터 계정 공유 수수료(Paid Sharing)를 광범위하게 적용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넷플릭스는 IP(인터넷 프로토콜) 주소와 장치 ID, 계정 활동 등을 기반으로 동거 가족까지만 계정 공유를 허용하기로 했다. 같은 IP가 아닐 경우 가족이 아니라고 판단해 계정 당 최대 2명까지만 계정을 공유하도록 허가한다. 추가로 계정을 공유하는 2명에 대해서는 1명당 3달러(약 37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스마트폰 화면의 넷플릭스 로고. /연합뉴스

넷플릭스는 그동안 계정 공유를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계정을 공유받은 이용자를 자연스럽게 넷플릭스 콘텐츠에 노출시켜 다른 서비스로 넘어가지 않는 락인(lock-in·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것) 효과를 강화한 것이다. 코로나19로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도 계정 공유를 통한 콘텐츠 노출이 있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여파로 가입자 수가 감소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주주서한에서 “우리의 사용 약관은 계정 공유를 가족으로 제한하고 있다”라며 “계정 공유 유효화는 계정을 광범위하게 공유하고자 하는 회원을 위한 변경 사항이다”라고 했다. 약관에 따라 타인과의 계정 공유는 금지되지만, 이용자의 요구에 맞춰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계정을 공유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수수료 도입이 당장의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면서 OTT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더버지는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수수료 도입은 단기적으로는 가입자 수 이탈로 나타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수익 개선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라며 “OTT를 넘어 구독 서비스 전반으로 계정 공유 수수료 도입이 확산할 수 있다”라고 했다.

넷플릭스 사랑방에서 방문객들이 전시물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넷플릭스는 올해 2분기부터 국내에서도 계정 공유 수수료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넷플릭스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내용은 없다”라는 밝혔지만, 넷플릭스가 광고형 요금제 등을 전 세계에 동일하게 적용한 걸 고려할 때 국내에도 계정 공유 수수료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내 이용자의 반발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계정 공유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사실상의 요금 인상 효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용자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1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OTT 서비스가 계정 공유 수수료를 추가로 적용할 경우 기존 가입자의 42.5%가 이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계정 공유 수수료에 대한 국내 이용자의 거부감이 높다는 의미다.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수수료 도입은 공동 구독 플랫폼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은 남은 계정을 지인에게 선물처럼 나눠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계정 공유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여러 명이 돈을 모아 계정을 함께 구입하는 공동 구독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공동 구독 중개 플랫폼 링키드를 만든 김선우 피치그로브 대표는 “그동안은 계정 공유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아 가족이나 친구들과 선물처럼 주고받았다”라며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수수료를 부과하고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기존 가족과 친지 간 공유까지 공동 구독 중개 플랫폼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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