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도 영하” “냉동만두냐”···역대급 한파에 떠는 ‘K-직장인’

이유진 기자 2023. 1. 2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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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싸매고 출근한 직장인들
사무실서도 “패딩 입고 근무”
“재택이나 시켜주지” 의견도
SNS 트렌드엔 ‘직장인 학대’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7.3로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 정차한 버스 유리창에 성에가 끼어 있다. 문재원 기자

25일 오전 8시쯤 서울 서대문역 1번 출구 밖으로 나온 직장인 손성진씨(29)의 안경에 김이 하얗게 서렸다. 패딩 모자를 뒤집어쓰고 목도리를 겹겹이 두른 손씨의 눈썹에는 물방울이 맺혔다. 그는 “내복에 경량패딩도 껴입었는데 다리 쪽으로 찬 바람이 계속 들어온다”며 “장갑 낀 손도 손끝이 아릴 정도로 춥다”고 말했다. 같은 장소에서 만난 김모씨(39)는 “예상한 것보다 더 춥다”며 “원래 날이 추우면 차를 직접 몰고 출근하는데 오늘은 배터리가 방전됐는지 시동이 안 걸려서 지하철로 출근했다”고 했다.

이날 출근길은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아침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서울의 기온은 영하 17.2를 기록했다. 바람까지 분 탓에 체감온도는 영하 23.3도로 떨어졌다.

설 연휴가 끝난 후 첫 출근길, 직장인들은 롱패딩과 목도리, 마스크와 모자 사이로 눈만 내놓은 모습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선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렸다. 평소라면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을 두 손은 패딩 주머니에서 나올 기미가 없었다.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한파로 인해 낮은 사무실 온도를 인증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트위터 갈무리 @happy_all_day_

출근을 마친 직장인들 사이에선 “회사도 너무 춥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일하는 정모씨(32)는 “사무실 온도가 0도에서 오를 생각을 안 해서 직원들 다 패딩을 입고 근무를 하고 있다”며 “이럴 거면 재택이나 시켜주지 그랬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간호사로 일하는 김모씨(26)는 “입원 병동에서도 춥다는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바깥 기온이 워낙 낮아 난방을 해도 추위를 느끼는 듯하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도 ‘사무실 온도’ ‘직장인 학대’ ‘냉동만두’ 등 한파와 관련된 단어가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직장인 학대’는 역대급 한파에도 출퇴근해야 하는 회사원의 처지에 대한 자조적 표현이고, ‘냉동만두’는 기온이 냉동고와 비슷하게 낮아 냉동실에 보관된 만두처럼 얼어버릴 것 같다는 의미로 등장한 표현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동파로 인한 임시휴무를 알리는 글들이 25일 올라왔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대폭 축소된 재택근무도 새삼 화두로 떠올랐다. 한 누리꾼은 “인간적으로 이런 날씨엔 회사가 알아서 재택근무를 시켜주는 것이 맞다”고 했다. 재택근무를 신청하거나 연차를 썼다는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6살 딸을 둔 직장인 김모씨(38)는 “이런 날씨에 아이 돌봄(어린이집) 보내기도 어렵겠다고 생각해서 연차를 냈다”며 “한파뿐만 아니라 폭설·폭우 같은 기상이변이 많아지는 느낌인데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도 좀 더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한파로 일부 자영업자들은 영업을 멈추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는 이날 ‘동파로 인해 영업을 쉽니다’라는 공지를 인스타그램에 내걸었다. 카페 사장 A씨는 통화에서 “아침에 가게 문을 열려고 보니 온수가 나오지 않더라”며 “이대로 장사를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게를 하루 쉬게 됐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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