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LG반도체 될뻔?…반도체 ‘빅딜’ 이끌어낸 대통령은 [대통령의 연설]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3. 1. 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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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연설 이번 회차에서는 1990년대 연설문에 언급된 반도체 관련 발언들을 소개합니다. 반도체를 처음 언급한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노태우 전 대통령 임기(지난 회차)까지는 미래 먹거리를 위한 육성정책으로 소개되는 상황이 주를 이뤘는데요.

1990년대부터는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도약한 것을 대통령 연설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결과 한국의 거시경제 상황이 악화될 때 주된 원인으로 꼽히기도 하고, 또다른 차세대 산업을 육성할 때 넘어서야 할 목표로 언급되기도 하죠. 이전까지는 마냥 밝은 미래를 제시하는 수단으로 쓰였다면, 이 시기부터는 치열한 현실로 다가온 모습입니다.

▲ 김영삼 “반도체 가격 급락에 경제성장 둔화”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부산일보 창간 50주년 특별회견에서 경제상황 전반을 진단하며 “금년 들어 우리 경제는 작년에 비해 성장이 둔화되고 물가가 다소 불안하며 특히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확대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세계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급락이라는 대외여건의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후로도 반도체 가격변동은 국내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대외변수로 수없이 등장하는데요. 그해 무역의날 연설에서도 김 전 대통령은 “고도성장을 지속해온 우리 경제가 최근들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반도체 가격의 급락 등으로 수출이 부진한 반면, 수입은 급증하여 무역수지가 매우 악화되고 있습니다”라고 합니다.

김대중대통령 아남반도체 부천공장 시찰(2002)
▲ “차세대 성장동력 XX산업, 반도체 넘어야”

반도체가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이 된 후로는 대통령들이 미래 먹거리 산업을 ‘포스트 반도체’ 업종으로 일컫는 일이 많아집니다.

1997년 ‘소프트웨어 엑스포97 연설’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반도체 등을 자체 개발함으로써 정보통신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대역에 합류했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며 “그러나 하드웨어 분야의 눈부신 성과에 비해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은 아직 미흡한 수준에 있습니다. 21세기 정보사회에서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8년 일본 경제단체 공동주최 오찬 연설에서 “이제 곧 우리 앞에 펼쳐질 21세기는 20세기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것입니다. 지식과 정보, 문화와 관광의 세기가 됩니다”라며 “관광산업이야말로 굴뚝없는 기간산업입니다. 이제 반도체에 못지않는 국가기간산업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현대전자+LG반도체 빅딜…김대중 “재계가 자발적으로 세운 계획…자동자도 곧 잘될 것”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기록 중에는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내 주요산업의 통폐합을 추진하며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했던 일도 남아있습니다. LG반도체를 인수한 현대전자는 이후 SK그룹에 인수돼 오늘날의 SK하이닉스가 되죠.

1999년 재계·정부·금융기관 간담회에서 김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것은 중복투자를 해소하기 위해서 재계 여러분이 자발적으로 세운 계획입니다. 정부는 이것을 지원하는 입장에 있습니다”라며 “이것은 마땅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제 반도체가 해결되고, 자동차도 곧 잘될 거라고 생각됩니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언급된 ‘자동차’는 구조조정에 돌입한 대기업 자동차 회사들을 뜻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아·대우·삼성 등 굵직한 자동차 기업들이 1999년을 전후해 일제히 구조조정에 들어갔던 것을 떠올리면 업계 전반을 감안해 김 전 대통령이 이야기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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