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에 중고차 거래 직격탄…“연 15% 할부금리 감당 못해”

이경탁 기자 2023. 1. 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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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 사는 35세 직장인 이모씨는 2015년부터 8년간 몰던 준중형차 아반떼를 정리하고, 준대형차 그랜저 2019년형 모델을 사겠다는 계획을 포기했다. 이씨는 지난해 첫 자녀가 생기면서 가족들이 함께 이동하기 편한 차로 갈아타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이자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처음 차량 교체를 마음먹었을 때보다 이자 부담이 세 배 정도로 뛰었더라”며 “당분간은 아반떼를 몰면서 ‘실탄’을 더 모으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이 고금리로 직격탄을 맞았다. 중고차 할부 금융을 제공하는 캐피탈사 할부 금리가 연 14.53%까지 치솟으면서 실질적인 구매 비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일부 캐피탈사는 연 20%인 법정 최고 금리에 가까운 수준으로 할부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수요까지 준 것은 덤이다. 중고차 매매 단지에서는 주인을 찾지 못한 중고차 매물이 쌓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중고차 매물들이 빼곡하게 쌓여있다./뉴스1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34만1000대를 기록했던 중고차 거래량은 6월 32만4000대, 9월 31만대, 12월 28만6000대로 10개월 새 16.1% 감소했다. 연중 최저치다. 반대로 중고차 재고량은 역대 최대치로 치솟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재고는 14만9700대로 전년(6만3800대) 대비 2.35배에 달한다.

가장 큰 원인은 중고차 할부 금융을 제공하는 캐피탈사들이 할부 금리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캐피탈업계는 중고차 금융 시장에서 70%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현재 19개 캐피탈 및 카드사의 중고차 할부 평균 금리(나이스 신용평가 701~800점, 36개월 할부 기준)는 14.53%로 집계됐다. 중고차 할부 금리가 지난해 상반기 5~6%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3배 오른 것이다. 가령 할부금을 2000만원만큼 설정하고 차량을 구매할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는 100만원(연 5% 금리 기준)만 이자로 부담하면 됐다. 그런데 지난해 12월에는 연 29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하나캐피탈, JB우리캐피탈 등 6개사의 최고금리는 법정 최고치에 근접한 19.9%에 육박했다. 캐피탈사가 이렇게 할부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이유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5.307%로 지난해 11월 6.088%를 기록하며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다소 안정됐으나 1년 전과 비교하면 아직 높은 상태다. 또 경기 침체나 추가적인 채권 시장 경색 리스크를 감안해 캐피탈사들이 의도적으로 할부 금리를 높게 유지해 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비가 내린 지난해 6월 30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중고차 단지 주차장이 물에 잠겨 있다./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지난해 침수차 피해가 컸던 점도 중고차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8∼9월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차량 1만8400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중 1만4800대(80.4%)만 폐차됐다. 나머지 3400대 중 매매업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차량은 150대다. 하지만 남은 차량도 중고차 시장이나 개인 간 거래로 유통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고차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중고차 시세는 급락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1월 중고차 시세 자료에 따르면 대형차와 수입차는 2019년 출시 차량 기준 모델별로 가격이 100만원 이상 떨어졌다. 평균 시세 3000만원대로 형성되어 있는 제네시스 G80, 펠리세이드 등은 최대 265만원 하락했다.

제네시스 G80/연합뉴스

엔카닷컴에서도 올해 1월 중고차 시세가 하락했다. 1월 국산차 시세는 전월보다 평균 1.3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평균 시세도 1.73% 떨어졌다. 수입차의 경우 중형 세단 모델의 하락 폭이 컸다. BMW 3시리즈(320i M 스포츠)의 경우 전월 대비 3.46% 떨어졌다. 아우디 A4(35 TDI 프리미엄)와 테슬라 모델3(롱레인지)는 각각 3.15%, 2.81% 하락했다.

중고차 업계 일각에선 할부금융을 이용하지 않고 보유 현금 중심으로 중고차를 구매할 시 현재가 적기라고 조언한다. 중고차 플랫폼업체 핸들의 안인성 대표는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중고차 구매 수요가 위축된 상황이긴 하지만, 중고차 성수기인 봄이 되면 다시 시세가 상승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들이 중고차를 구매하길 주저할 때 사는 것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엔카 관계자도 “신차 출고 대기로 인해 시세 변동이 적었던 지난해 1월과 달리 올해 1월은 하락세를 띄고 있다”며 “가계 지출이 많은 1월 설 연휴가 지나고 2월부터 다시 시세가 오를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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