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 절반, ‘중대재해법’ 변화 못 느껴…법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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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건설현장에서 형틀목수로 일하는 12년 차 문여송(42)씨는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언제 다치거나 죽을지 몰라 불안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앞둔 가운데, 문씨와 같이 '(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 변화가 없다'고 평가하는 건설 노동자가 절반을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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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건설노동자 안전설문’ 결과 발표
“DL이앤씨 사고반복, 사업주 기소 안해서”
노조 “중대재해법 강화·건설안전특별법 제정해야”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서울 강동구 건설현장에서 형틀목수로 일하는 12년 차 문여송(42)씨는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언제 다치거나 죽을지 몰라 불안하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될 당시만 해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기기도 했지만, 변하지 않는 작업환경 속에 이러한 기대는 사그라들었다고 했다. 문씨는 “빠듯한 공사기간에 맞춰 작업을 하다보니 건설 노동자들은 위험에 언제나 노출돼 작업하고 있다”며 “위험 작업은 기본 안전수칙과 표준 작업 절차서에 맞게 해야 하지만, 지키며 작업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건설노조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현장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달라지지 않았다’고 답한 노동자는 52.0%에 달했다. ‘달라졌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21.6%였다. 현장 노동자들은 계도보단 실적위주, 사진 찍기용 형식적 안전교육, 노동자 참여 보장 않는 안전협의체, ‘빨리빨리’ 강요가 여전하다고 본다는 게 건설노조의 설명이다.
지난해 중대재해 4건이 발생한 DL이앤씨의 사고 반복을 놓고는 응답자 60.6%가 ‘사업주가 기소되지 않는 무력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건설사의 관리감독 부실’이라는 응답도 20.3%였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2022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27일부터 12월 8일까지 이 법으로 11건이 기소됐지만, 아직 실제 처벌사례는 없다.
반면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건설현장이 달라졌다고 평가한 이들도 있다. ‘달라졌다’고 응답한 이들 중 72.9%는 ‘안전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응답했다. 이어 응답자의 41.9%는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34.6%는 ‘안전발판, 난간대, 추락방지망 등 위험방지시설 확충’을 변화 양상으로 꼽았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산업재해는 줄어들지 않고 매년 건설노동자들이 600명씩 죽어가고 있다”며 “정부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은 “건설현장에서 투명하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쉼 없이 활동하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부패행위로 몰아세우지 말라”며 “헌법에 명시된 노조의 활동을 보장하라”고 덧붙였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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