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카페] 칼륨 섭취 많을수록 건강...생물체에서 나트륨은 '조연'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입력 2023. 1. 2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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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고등학교 1학년 때 화학 선생님은 젊고 의욕이 넘치는 분이었는데 그래서인지 화학의 기본은 주기율표라며 외우는 요령까지 알려주셨다. 열심히 따라했음에도 다 외우지 못했고 심지어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음에도 오히려 기억 속의 주기율표는 부실해졌다.

그럼에도 자주 접한 주기율표 위쪽의 원소 수십 개의 위치는 잊을 수 없다. 특히 같은 족, 주기율표에서 세로로 같은 줄에 있는 원소들은 물리·화학적으로 특성이 비슷해 머릿속에서도 서로 묶여 있다. 

소위 알칼리 금속이라고 부르는 1족 원소에서 위쪽 세 개인 리튬, 나트륨, 칼륨이 그런 예다. 이들은 전자 하나를 쉽게 내줘 자연계에서 거의 1가 양이온 상태로 존재한다. 특히 할로겐이라고 부르는, 전자를 갈망해 1가 음이온 상태가 되기 쉬운 17족 원소인 플루오린(불소), 염소, 브로민과 이온결합을 통해 결정을 만드는데 소금(NaCl)이 대표적인 예다. 소금에서 볼 수 있듯이 결정은 물을 만나면 쉽게 녹아 이온 상태로 존재한다.

● 나트륨 아래 칼륨

원소의 첫 번째 전자를 떼어내는데 들어가는 이온화 에너지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리튬(Li)과 나트륨(Na), 칼륨(K) 등 1족 원소들이 낮음을 알 수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1족 가운데 ‘하얀 금’ ‘하얀 석유’로도 불리는 리튬이 가장 핫하다. 21세기 배터리 시대에서 배터리의 핵심 원료이기 때문이다. 리튬이 이런 귀한 대접을 받는 건 유용함과 함께 지각에서 함량이 0.0000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양으로 60번째). 반면 나트륨과 칼륨은 각각 2.3%와 2.1%로 6번째와 8번째로 흔한 원소다. 

물리·화학 특성이 비슷하므로 리튬 대신 나트륨으로 배터리를 만들 수 있고 실제 연구하고 있지만 리튬 배터리를 대신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나트륨 이온은 리튬 이온보다 덩치가 커 같은 용량일 경우 부피와 무게가 더 나가 부피와 무게가 상품성의 핵심 요소인 제품에는 쓸 수 없다. 다른 의미로는 나트륨 이온을 활용한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다. 

생물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물리·화학 특성이 비슷한 같은 족 원소라도 생물에서 기능이 전혀 달라 대신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물에서 유용한 원소 위아래에 있는 원소가 기능이 없거나 심지어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리튬이 그런 경우로 생물의 무대에서는 단역조차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인체에는 리튬이 약 7밀리그램쯤 존재하는데, 소금 등 음식물에 섞여 들어온 불순물인 셈이다.

반면 나트륨과 칼륨은 생물에서 중요하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하는 원소들로 권장 섭취량까지 정해진 필수 미네랄이다. 특히 소금이 녹으며 나오는 나트륨 이온은 다섯 가지 맛의 하나인 짠맛을 내는 성분으로 음식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조미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트륨의 평판은 그리 좋지 않은데, 사람들이 권장량보다 훨씬 많이 먹어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한편 칼륨은 맛으로는 별다른 역할이 없어서인지(고농도에서는 짠맛과 쓴맛이 난다) 별 관심이 없다.

● 싱겁게 먹으려고 맛 희생할 필요 없어

나트륨의 농도가 칼륨보다 훨씬 높은 바다와는 달리 세포질에서는 칼륨 농도가 나트륨보다 훨씬 더 높다. 이는 생물이 바다에서 생물이 기원했다는 가설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대안으로 뜨거운 온천 가설이 나왔다. 실제 오늘날 몇몇 온천의 미네랄 조성은 세포질과 비슷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래슨 산의 부글거리는 연못인 범파스 헬(Bumpass Hell). 라이프 제공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나치면 건강에 해롭다고 알고 있었던 나트륨은 정작 건강(엄밀히는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사망률)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반면 칼륨은 섭취량이 많을수록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사실 예전에도 비슷한 결과를 들은 적이 있지만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엔 우리나라 사람을, 그것도 무려 14만여 명을 평균 10년이나 추적해 얻은 결과라 관심이 갔다. 

식품섭취빈도를 조사해 섭취량을 추정했는데, 나트륨은 평균 2.5g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인 평균보다 꽤 낮았지만(설렁탕을 먹을 때처럼 따로 넣는 소금은 고려하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다) 섭취기준인 1.5g이나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한 2g 미만보다 여전히 많은 양이다. 섭취량에 따라 5등급(각 20%씩)으로 나눴을 때 섭취기준은 2분위에, 평균은 3분위에 있어 건강 상식(권고)에 따르면 사망률은 2분위가 가장 낮고 소금을 가장 많이 먹는 5분위가 가장 높아야겠지만 실제는 분위와 무관했다. 

한편 칼륨은 평균 2.2g으로 섭취기준인 3.5g의 60% 수준이었다. 평균은 3분위, 섭취기준은 5분위이므로 권고가 맞다면 섭취량이 많을수록 사망률이 떨어질 텐데 실제 그렇게 나왔다. 이번 연구로 우리나라 사람 대다수는 싱겁게 먹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벗어나는 대신 칼슘이 많은 채소와 과일을 더 먹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 생명의 기원은 육지 온천?

오늘날 분포하는 다양한 생물종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중요한 반응에는 칼륨, 마그네슘, 망간, 아연 이온이 관여하지만 나트륨은 필요하지 않다. 특히 칼륨 이온(K+)은 생물의 가장 기본 반응인 리보솜의 단백질 합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Diamond Light Source 제공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체에서 나트륨이 주연이고 칼륨이 조연일 텐데 섭취기준은 왜 칼륨이 2배 이상 많은 걸까? 혈액(엄밀히는 혈장)의 조성만 봐도 나트륨이 0.33%로 0.02%인 칼륨의 18배로 우리 먼 조상이 살았다는 바다의 조성과 비교했을 때 절대 농도는 낮지만 비율은 비슷하다(나트륨이 1.05%로 0.04%인 칼륨의 27배).

자료를 찾아보다 깜짝 놀랐다. 인체에서 나트륨 함량은 0.47%(건조 질량)인 반면 칼륨은 두 배인 1.09%였다. 권장 섭취량이 인체 함량과 비례한다는 말이다. 혈장과 세포외기질(세포 사이 공간)을 채우는 액체에는 나트륨이 훨씬 많지만 정작 세포질(세포 안)에는 칼륨이 10배나 더 많고 인체의 전체 세포 부피가 혈장/세포외기질 부피보다 두 배 이상 큰 결과다. 

놀랍게도 동물뿐 아니라 식물, 심지어 바다에 사는 미생물조차 세포질에는 칼륨이 나트륨보다 훨씬 많다. 그렇다면 나트륨보다 칼륨이 생물에게는 더 중요한 원소가 아닐까. 실제 다양한 생물 종의 세포질에서 공통으로 일어나는 중요한 반응들 가운데 다수(예를 들어 리보솜의 단백질 합성)에는 칼륨 이온이 꼭 있어야 한다. 반면 나트륨 이온을 필요로 하는 근본적인 반응은 없다.

오늘날 생물들이 보여주는 이런 현상은 약 40억 년 전 생명이 바다에서 시작됐다는 ‘심해 열수구 가설’이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초기 생물(아마도 단세포)은 세포와 외부(바다)를 나누는 막이 단순했을 것이므로 세포질의 조성이 바다와 비슷했을 텐데 그렇다면 당시 바다는 칼륨이 많고 나트륨이 적어야 한다. 그러나 지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런 급변은 없었다. 

이래서 나온 게 바로 ‘뜨거운 온천 가설’이다. 최초의 생명은 바다가 아니라 물의 미네랄 조성이 오늘날 세포질과 비슷한 육지의 몇몇 온천에서 진화했다는 것이다. 초기 지구의 활발한 지각 작용으로 분리된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은 대부분 물에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간 반면 칼륨 이온과 망간 이온, 아연 이온 등은 펄펄 끓는 수증기를 따라 지표로 올라와 온천에 농축됐고 여기에 유기물질이 더해지면서 생명이 나왔다는 시나리오다. 흥미롭게도 생물에 공통된 근본적인 반응 가운데 여럿이 망간이나 아연을 필요로 한다.

육지에서 등장한 생물은 세포막을 정교하게 진화시키면서 점차 세포질과 용액 조성이 다른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었고 결국에는 바다에서도 살 수 있게 됐다. 세포막을 보면 상황에 따라 특정 이온을 통과시키는 다양한 통로 단백질과 펌프 단백질이 박혀 있다. 

통로 단백질은 말 그대로 길이 열리면 농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온이 흐르므로 따로 에너지가 들지 않는다. 반면 펌프는 한 방향으로 이온을 보내는 단백질로, 농도를 거스를 수 있는 대신 에너지가 들어간다. 펌프가 있어야 칼륨 이온 농도가 세포질보다 훨씬 낮은 바다 같은 환경에서도 칼륨 이온을 끌어들이고 세포 내부에 나트륨 이온 농도가 높을 때 더 높은 외부로 내보내며 생물이 살고 증식할 수 있다.

한편 나트륨 이온은 바다에서 다세포 생물, 특히 동물이 진화하면서 쓸모가 많아졌다. 대표적인 예가 신경계의 신호 전달 과정이다. 신경세포(뉴런)도 다른 세포처럼 안은 고 칼륨 저 나트륨이고 바깥은 고 나트륨 저 칼륨이다. 세포질의 나트륨을 내보내고 동시에 바깥 칼륨을 들이는 ‘나트륨-칼륨 펌프’가 작동한 결과로 세포막을 사이에 두고 전압이 살짝 걸려있다.

이때 신경전달물질이 붙으면 뉴런의 전선인 축삭에서 시차를 두고 나트륨 통로와 칼륨 통로가 열리고 각 이온이 농도차에 따라 이동하면서 순간적으로 전압이 바뀌는 과정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신호가 전달된다. 그 뒤 펌프가 작동해 이온 농도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 대기 상태로 돌아간다. 

이 밖에도 나트륨 이온은 동물에서 중요한 많은 역할을 맡고 있다. 예를 들어 신장 세뇨관의 포도당은 고농도의 나트륨 이온이 저농도의 세포 안으로 들어갈 때 같이 데려가는 공동수송단백질을 통해 농도를 거슬러 재흡수될 수 있다. 세포 내 포도당은 통로 단백질을 통해 농도가 낮은 간질액으로 빠져나가고 농도가 높아진 나트륨 이온은 나트륨-칼륨 펌프가 작동해 이보다 농도가 더 높은 간질액으로 빼낸다.

이처럼 세포 안과 밖의 물질 교환이 활발하게 일어남에도 주요 이온의 농도 차가 유지되는 건 세포막에서 펌프질이 끊임없이 일어난 결과다. 사람의 경우 쉬고 있을 때 전체 에너지의 10%가 펌프질로 세포질과 외부 공간 사이의 이온 균형을 유지하는 데 쓰인다. 이런 역할에 특화된 장기가 바로 신장이다.

● 세포벽으로 삼투압 견뎌

초기 생물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려면 외부와 물질을 교환하면서도 세포 내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통로 단백질과 펌프 단백질이 갖춰져야 했을 것이다. 세포막의 단면을 도식화한 그림으로 왼쪽과 오른쪽은 각각 칼륨 이온과 나트륨 이온이 농도차에 따라 이동(확산)하게 하는 통로이고 가운데는 두 이온이 농도를 거슬러 이동할 수 있게 하는 펌프다. 위키피디아 제공

반면 역시 다세포 생물임에도 식물에서는 여전히 나트륨이 별다른 존재감이 없다. 식물 대다수에서 나트륨은 생존에 필수적인 원소가 아니다. 다만 낮은 농도일 때 물관의 흐름을 돕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예외적으로 일부 식물에서 최근 수천 만 년 사이 진화한 C4 광합성 과정에서는 나트륨 이온이 꼭 있어야 한다. 

식물에서 나트륨이 조연은커녕 단역에 머무른 것 역시 진화 과정으로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해양 동물에서 신경계와 순환계(혈관)가 진화한 반면, 식물은 신경계가 없고 순환계라고 볼 수 있는 관다발조직은 육상에 올라오고 한참 지나 진화했다. 

나트륨 이온 농도가 낮은 육상에서 살다 보니 바다에서 갓 올라온 초기 식물이 지니고 있었을, 고농도의 나트륨에 대응하는 능력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식물 대다수는 토양의 나트륨 이온 농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스트레스를 받고 어느 선을 넘어서면 살지 못한다. 

한 논문의 표에 실린 식물체의 칼륨 함량은 1%(건조 질량)로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나트륨은 0.001%로 600분의 1에 불과하다.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나트륨 걱정 없이 칼륨을 많이 섭취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어쩌다 현대인은 칼륨뿐 아니라 미네랄 대다수가 부족한 상태가 됐을까.

● 정제에서 비정제로

숙면을 방해할 수 있음에도 하루 커피 서너 잔이 사망률을 낮춘 데에는 칼륨이 풍부한 게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커피 한 잔에는 칼륨이 권장 섭취량의 3%나 들어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육상에 올라온 동물은 거꾸로 다른 미네랄은 충분한데 나트륨이 부족한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다. 몸 안의 바다인 혈액의 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나트륨을 꾸준히 섭취해야 하므로 그 결과 나트륨 이온의 정보인 짠맛을 느끼는 능력이 진화한 게 아닐까. 실제 짠맛 수용체는 혀 미뢰의 세포에 분포하는 나트륨 통로인 ENaC로 밝혀졌다. 야생동물이 짠맛이 나는 광물을 핥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류 역시 마찬가지였겠지만 약 1만 년 전 농업을 발명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작물화와 가축화가 진행되면서 씨나 지방 같은 저장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지며 야생 동식물보다 미네랄 농도가 약간 떨어졌겠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도정 기술이 발전하며 낟알의 속껍질을 벗겨내자 주식에서 얻는 미네랄 양이 급감했고 설탕, 유지 등 정제 과정에서 미네랄을 잃는 원료로 만든 가공식품이 범람하면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나트륨 역시 마찬가지지만 짠맛을 주는 덕분에 소금이라는 조미료로 따로 섭취하면서 오히려 과잉이 됐다.

오늘날 만성 미네랄 부족 상황을 벗어나려면 비정제된 음식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백미 대신 현미, 흰밀가루 대신 통밀가루로 만든 빵과 면을 먹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간식도 과자 대신 견과류나 다크초콜릿을 먹으면 미네랄 보충에 도움이 된다.

커피가 몸에 좋은 배경에도 미네랄이 있을지 모른다. 최근 하루 커피 서너 잔을 마실 때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는 식의 연구가 여럿 나왔다. 한두 잔이면 모를까 역시 건강에 중요한 수면의 질을 생각하면 역효과가 꽤 있을 텐데 다소 의아한 결과다. 

흥미롭게도 커피 한잔에는 칼륨이 100mg나 들어있다. 하루 서너 잔을 마시면 권장량의 10%를 섭취하는 셈이다. 어쩌면 커피의 건강 효과의 상당 부분은 만성 부족 상태인 칼륨을 꽤 보충해준 덕분 아닐까. 이번 나트륨 칼륨 섭취량과 사망률 관련 데이터를 커피 섭취량 기준으로 5등분하면 커피를 많이 마실수록 사망률이 낮다는 결과를 얻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7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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