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 같은 압박 받았다”…나경원 불출마 ‘막전막후’

박성의·변문우 기자 입력 2023. 1. 25. 13:38 수정 2023. 1. 2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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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원로들 출마 권유했지만…친윤계 압박 거세
측근들 “떨어져도 가보자” 응원에도…羅 불출마 결단

(시사저널=박성의·변문우 기자)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을 기원하겠다."

25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굳은 표정으로 단상에 선 그는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도전을 놓고 장고를 이어가던 나 전 의원의 선택은 '불출마'였다. 대통령실과의 갈등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사의를 표한 지 보름 만에 거취를 표명한 것이다. 취재 결과 나 전 의원은 설 연휴 전까지만 해도 출마로 가닥을 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압박과 당원들의 '폭탄문자' 등이 이어지자, 측근들의 만류에도 나 전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길게 봐야"…보수원로들 출마 권유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나 전 의원은 설 연휴 전까지 당권 출마로 가닥을 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당권 도전을 선언할 장소와 시기만 정하지 않았을 뿐, 캠프에 합류할 주요 인사들은 윤곽을 갖춘 상태였다고 한다.

보수계 원로들도 나 전 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 전 의원은 설 연휴 동안 당 안팎의 원로들을 만났다. 당시 상황에 능통한 나 전 의원 측근은 "보수 원로들은 한결같이 (나 전 의원에게) 출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원로들이 '당선이 힘들더라도 정치는 길게 보고 크게 봐야 한다'고 조언했고, 나 전 의원도 감사하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다만 나 전 의원을 정치에 입문시킨 이회창 전 총재의 경우 나 전 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하는 대신 '고독한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출마든 불출마든 타의(他意)가 아닌 본인의 소신과 의지에 따라 자의(自意)로 결단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24일 정오까지도 나 전 의원의 측근들은 출마를 염두에 두고 차주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24일 오후 회의를 거친 후 나 전 의원이 독단(獨斷)으로 '불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친윤계 의원들의 직‧간접적인 압박, 당원들의 '폭탄 문자' 등에 나 전 의원이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나 전 의원 측 한 관계자는 "캠프에서 불출마를 권한 사람은 극소수고 (나 전 의원) 측근 대부분이 강력하게 출마를 권유했었다. 결국 나 전 의원 스스로 불출마를 결정한 셈"이라며 "아무래도 심리적 부담이 컸을 것이다. 주변에서 조언이라면서 협박 같은 압박을 가해왔다. '제2 유승민', '제2 이준석'이 되지 말라는 식의 폭탄문자도 쏟아졌다"고 전했다.

나 전 의원의 강력한 우군(友軍)이던 가족들의 만류가 있었다는 후문도 나온다. 나 전 의원을 도왔던 박종희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나 전 의원의) 남편은 (출마를) 반대하지 않았지만, 아버님이 '왜 사서 고생하냐'고 (전당대회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19일 대구 동구 MH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나경원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대구·경북 책임당원, 나경원 전 원내대표 당 대표 출마 촉구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주최 측은 전날까지 이 행사에 200여 명이 참석한다고 밝혔으나 이날 현장에는 10여 명 만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羅 불출마 결심에 친윤계 저격 '일시중지'

정치권 일각에선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락한 탓에 나 전 의원이 결심을 바꾼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게 나 전 의원 측의 공통된 주장이다. 실제 나 전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 여부는 저한테 중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지지율은 캠페인과 토론 등을 통해 얼마든지 뒤집을 자신이 있었기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단 얘기다.

불출마 배경을 둘러싼 각종 추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 전 의원은 함구하는 모습이다. 자신이 입을 열면 '오해'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등의 압박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말씀 드리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불출마 선언문에 대한 해석을 제가 말씀드리는 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불출마 결심이) 앞으로 국민의힘이 더 튼튼하고 건강한 당이 되는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나 전 의원을 비판하며 불출마를 압박했던 당내 친윤계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나 전 의원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압박에 출마 결심을 접었다는 관측에도 선을 긋는 모습이다.

설 연휴 전 나 전 의원과 회동했던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이유를) 제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나 전 의원이) 여러 가지를 판단하고 고려해 (불출마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해 불출마를 결정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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