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만 발뻗고 잔다"…피해학생 부모들 '응징소송'[사사건건]

한광범 입력 2023. 1. 25. 13:11 수정 2023. 1. 2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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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학생 및 부모 상대로 소송…형사고소하기도
"학교 징계로 부족"…초등생 부모들까지 변호사 찾아
"가해자만 발뻗고 자는게 맞나"…법원도 폭넓게 인정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10대 자녀를 둔 40대 남성 A씨는 자녀를 괴롭힌 학교폭력 가해 학생과 그 부모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했다. 판결을 통해 결정된 배상액은 백만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승소에 의미를 두고 있다.

A씨 사례처럼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을 상대로 피해 학생과 부모들의 소송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학교의 징계조치로 만족하지 못해 가해 학생들을 법정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2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변호사업계에선 학교폭력 사건 의뢰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엔 가해 학생 부모들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 심의와 처분에 대해 불복해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다수였다면, 최근엔 피해 학생 부모들이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는 전언이다.

더 이상 학교 당국의 처분에만 의존하기엔 피해 재발을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학폭위에서 내려지는 가장 강력한 징계가 통상 ‘강제전학’인 만큼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변호사를 찾는 피해 학생 부모들의 시각이다.

가해학생 부모와 갈등도 소송 배경

다수 학폭 사건을 대리한 한 변호사는 “피해 학생 부모들 중에선 학폭위 단계 이전부터 민사소송은 물론 가해 학생에 대한 형사고소까지 염두에 두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온 경우가 많다”며 “중고등 학생 부모는 물론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학폭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가해 학생 측과의 갈등도 소송 결심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A씨의 경우 학폭위를 앞두고 마주친 가해 학생 부모의 태도가 소송의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A씨는 “내 아이가 아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 걱정만 늘어놓던 가해 학생의 부모들 모습에 화가 치밀어 소송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학폭 소송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아직 미성숙한 나이인 초등학생, 중학생에게까지 학폭 소송을 거는 것은 과도한 것 아니냐는 것이 부정적 시각의 요지다. 또 소송 진행 과정에서 피해 진술을 수차례 해야 하는 피해 학생도 고통이 클 수 있다는 것도 부정적 시각의 배경이다.

A씨 역시 소송을 결심한 후 주변에서 ‘아이 사건을 너무 키우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얘기를 듣기도 했다. 아울러 소송 준비 단계와 진행 과정에서 자녀에게 다시 학폭 피해에 대해 물어야 할 때면 자녀에 대한 미안함에 소송 취하를 고민하기도 했다.

법원도 학폭 배상 책임 폭넓게 인정

A씨는 “피해자인 우리 아이는 움츠러들고 숨기에 급급한데, 가해자는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즐기는 것이 정상적인가”라고 반문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아이도 여기에 동의해 소송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학폭 소송 증가의 또 다른 원인으로 변호사 시장의 무한경쟁 체제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학폭 소송 수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변호사들이 증가하며 이에 맞춰 소송도 증가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인터넷 검색에서 ‘학폭 소송’을 검색하면 관련 사건과 관련한 본인의 경력을 홍보하는 변호사들의 글을 다수 볼 수 있다.

법원의 판결도 학교 폭력에 대한 배상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중학교 여학생에 대한 거짓소문을 퍼뜨린 동급생과 그 부모에게 160여만원의 배상 판결이 내려졌고, 집단 폭력을 가한 학생들과 그 부모들에겐 피해 학생과 가족에 대한 2000만원 배상 판결이 선고됐다.

또 2019년 경북의 한 지역 중학교에서 자녀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학부모는 학교가 가해학생에 대해 ‘학교 내 봉사 3일’ 징계만 내리자. 이에 반발해 가해 학생과 부모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1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학폭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 피해 학생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추세”라며 “가해 학생의 잘못이더라도 부모도 연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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