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농심·hy 재발방지 다짐했지만…“사회적 감시 중요” [안전 그 후]

안세진 2023. 1. 2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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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유통 대기업 공장에서의 잇따른 사고로 인해 업계 전반에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제기된 해였다. SPC, 농심, 한국야쿠르트에서 연이어 발생한 산업재해는 모두 사전에 위험성 지적이 줄곧 제기됐음에도 벌어진 인재였다. 사고 이후 이들 기업은 모두 안전 강화 조치 강화에 나섰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대로 된 안전 매뉴얼을 정착시키기 위해 기업 내부적으로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SPC·농심·hy 모두 ‘끼임 사고’


지난 10월15일 SPC 계열 공장에서의 20대 근로자 끼임 사망 사고는 전국민적인 분노를 샀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당시 SPL 평택공장은 사고가 발생한 교반기에 끼임 사고 장치(인터록)를 비롯해 어떠한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있었다. 사고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사고 8일 만에 악재가 재발했다. 10월23일 경기 성남시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근로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5년간 파리크라상, SPC삼립, 피비파트너즈 등 SPC 계열 16개 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수는 759건에 달한다. 연간 151.8건의 산재 사고가 발생해, 한 달에 12.65건, 일주일에 세 번 꼴로 사고성 산재를 겪은 셈이다. 다만 이번과 같은 사망 사고는 지난 5년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 농심 신라면 부산 공장에서도 20대 근로자 끼임 사고가 발생했다. 동료 근로자 비명을 듣고 기계를 멈췄지만 이미 어깨는 골절됐으며 오른팔은 심각하게 손상된 상황이었다. 사고는 11시간째 야간근무를 하던 근로자가 퇴근을 불과 1시간 앞두고, 냉각기에 끼어 있는 라면을 빼려다 일어났다. 해당 근로자는 이전에도 작업 중 두 차례나 같은 사고를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 5년 간 한 달에 한 번꼴로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2018년부터 지난 6월까지 농심에서 발생한 사고 중 공단 측이 산재보상을 승인한 건수만 57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4개월 동안 한 달에 1.05건씩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hy에서도 지난해 12월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hy 100% 자회사 비락 공장에서 발생했다. 하청업체 소속 50대 근로자가 우유 박스를 세척실로 이송하는 리스트 설비에 끼이며 발생했다. 이 노동자는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형동 의원실에서 발표한 hy 및 계열사별 산재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hy에서는 계열사를 포함해 모두 208건의 산재가 발생했다. 기업별로는 hy가 190건으로 가장 많았고, 앞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계열사인 비락이 8건, 하이플러스인 6건, 엔이능률과 제이레저가 각각 2건으로 뒤를 이었다.

던킨 안양센터에서 SPC안전경영위원회가 고용노동부 감독결과에 대한 조치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SPC

사고 이후가 중요하다

사고 이후 이들 기업 모두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 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SPC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근로환경개선TF, 기업문화혁신TF 등을 발족시켜 활동하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전경영 강화를 위해 전 사업장에 IT 기술을 활용한 '통합 안전점검 시스템 앱(App)'을 도입해 생산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은 물론 직원들의 안전 교육에 대해 보다 관리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농심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고 사고가 발생한 설비와 동일한 모든 설비에 안전 덮개를 설치했다. 또 전국에 라면을 만드는 설비가 있는 6개 공장 전체를 대상으로 안전 점검을 시행하고, 고용노동부가 시정 조치한 부분을 포함해 전반적인 안전 강화 조치를 취했다. 

다만 이같은 안전 강화 조치가 제대로 이행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들도 모두 사고 이전에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제대로 시정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다. 실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사고 발생 이전 사고 위험성을 지적하고 방지 조치를 권고했으나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SPC 사망사고의 경우 사고 발생 약 5개월 전 배합기의 끼임 위험성을 지적하며 덮개 등을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심의 경우에도 사고 발생 약 8개월 전 사업장 내 끼임 사고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사고 발생 당시 해당 설비에는 안전장치가 설치되지 않아 있었다. hy 비락 역시 끼임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인터록(자동방호장치) 설치를 권고 받았지만 결국 설치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안전 강화 조치를 발표했지만 이를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경우 제2의 사고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가 나면 기업 입장에서는 안전 경영 관련 매뉴얼을 만들거나 강화한다”면서도 “중요한 건 만드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끔 본사에서의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으로도 감시의 눈을 더욱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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