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런 부양책 내놓으면 집값이 ‘찐바닥’이다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2023. 1. 2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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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의 경제TalkTalk]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②/②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1월 12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뉴시스

☞ ①/②편에서 계속

정부는 부동산 침체기에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는다. 향후 예상되는 규제완화책에 대해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에게 깊이 있게 물어보기로 했다.

—향후 예상되는 규제완화 대책은?

“정부 대책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재건축과 재개발 등 공급 확대 정책이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서울 50만 가구, 수도권 158만 가구, 전국적으로는 270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려면 서울과 수도권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는 불가피하다.

과거 통계를 보아도 재건축과 재개발, 즉 정비사업은 서울 지역 주택의 80%를 공급했다.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절차 완화에 이어 재건축부담금을 낮추는 초과이익환수제의 완화,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추진될 전망이다.”

추가적인 세제·금융 완화 예상

—두번째 대책은?

“부동산 세부담 완화이다. 특히 미분양 아파트와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부담이 대폭 감면될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 아파트가 16만호 이상 급증할 경우에는 이를 구입할 경우 일정기간 이내에 처분할 때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김대중 정부와 이명박 정부도 시행한 적이 있다.”

앞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면서 정부의 세제 및 금융 지원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사진은 정부의 대대적인 대출규제완화 대책 덕에 분양 실패를 면한 서울 강동구 둔존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뉴스1

—세번째 대책은?

“대출규제 추가 완화이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와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파격적으로 1~2%의 초저금리로 50년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실제 시행되는 제도로 도입시 파급효과는 클 것이다.

올 1월말 출시되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일종의 시제품이 될 수 있다. 금융위원장의 이름을 따 ‘김주현 표 금융상품’으로 불린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최대 5억원까지 4%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정책모기지론이다. 소득 수준과 무관하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도 받지 않아서 상당한 인기를 끌 전망이다.”

—이러한 규제완화 조치들이 모두 마무리된다고 할 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부동산 가격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규제완화보다는 금리 정책이다. 최근 급등락하는 부동산 가격 변동의 대략 40~50%는 금리 변수로 설명할 수 있다.

금리를 제외한다면 세금과 대출 규제 완화가 나올 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컸다. 정책의 영향력은 3~6개월 후에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거래량과 가격 지표로 나타난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 부동산 관련 지표의 변화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올해 말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정책 실패했던 노무현·문재인

—부동산 시장이 자율조정 기능을 갖고 있는데, 정부가 이렇게 개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시장에 맡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빈도와 강도가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정부 정책의 목표는 시장 안정과 서민주거복지 안정, 주거수준의 개선 등 3가지이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빼고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 적극 개입했으나 가격 안정에 실패했던 노무현 대통령. 지난 2005년 7월 청와대 기자간담회 모습./조선일보 DB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는 어땠나?

“주택가격 상승이 다주택자와 투기수요 때문이라고 보고 규제일변도 정책을 펼친데다, 공급 대책을 등한시해서 실패했다. 이럴 때 쓰는 촌철살인의 교훈이 있다. 시장실패보다 무서운 게 정책실패이다. ”

고 원장이 말을 이었다.

“규제완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후속으로 나올 경기부양 대책이다. 경기부양 대책이 나오면 이 때가 부동산 시장의 최바닥권, 찐바닥이라고 볼 수 있다. 거래도 바닥, 가격도 바닥, 투자심리도 바닥, 청약률도 바닥, 기대감도 바닥이다. 이 때는 실물경기 지표도 최악을 기록할 것이다. 요즘 전세사기 대상이 된 다세대 빌라처럼 아파트의 집값과 전세값이 비슷해지는 상황도 목격된다. 그런 시기가 오면 집 살 때가 된 것, 매수적기로 판단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찐바닥’ 때 나오는 부양책

—어떤 대책인가?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제도가 나올 수 있다. 또 미분양 아파트를 살 때 대출 제도도 확 풀릴 수 있다. 말 그대로 빚내서 집 사는 게 투기 조장책이 아니라 주택 장려책이 되는 것이다.

현재 미분양 아파트 상황을 보면 10년 평균치는 6만2000가구이다. 앞으로 미분양이 10만호를 넘어설 경우 실수요자라면 내집 마련을 위해 아파트를 분양 받는 전략을 저울질할 필요가 있다.”

—과거 사례를 들면?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았던 때가 지난 2008년 16만5000가구였다. 이후 정부가 2012년 9월 10일에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는데, 미분양 아파트를 연말까지 분양계약이나 매매계약을 한 후 5년 이내에 처분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전액 면제하고 취득세를 50% 깍아주는 내용이었다. 돌이켜보면 2013년이 주택 경기의 찐바닥이었던 점은 증명된 사실이다.”

정부가 대대적인 미분양 아파트 해소 대책을 내놓으면 부동산 경기가 바닥이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분양 플래카드를 내걸었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조선일보 DB

—이번에도 거기까지 갈까?

“경제펀더멘틀(기초체력)에 달려 있다. 그래서 나는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수치를 열심히 본다. 우리나라는 대외경제 의존도가 70%로 높아 수출이 경제성장률을 좌우하게 되므로 거시경제가 잘 살아나는지 봐야 한다. 무역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면 경기침체-고용감소-유동성 축소-부동산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토지, 빌딩, 아파트 매입 수요도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주목해야 할 5대 변수

—부동산 가격 동향을 예측하기 위해 독자들이 주목해야 할 다른 변수가 있다면?

“수급, 소득, 정책, 금리, 심리 등 5가지 요인이 굉장히 중요한 핵심 변수다. 여기에다 환율과 해외 부동산 동향도 주요 요인이 된다.

단기적으로는 전세값과 거래량 변화도 놓쳐서는 안된다. 거래량이 바닥에서 30% 이상 증가하는지, 전세값 하락이 멈추고 다시 상승전환 하는지도 꾸준히 살펴야 한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과 중국 등 세계의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봐야 한다. 금리 뿐 아니라 부동산 가격도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 동향을 잘 알려면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부동산 시장 동향도 함께 분석해야 한다. 사진은 중국의 경제중심지 상하이 푸둥 지역./위키피디아

—전세값 동향에서 바닥 여부를 어떻게 감지할 수 있나?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평균 10억5000만원이다. 주택 가격 대비 전세금의 비율인 전세가율은 54% 수준이다.

이 전세가율이 70%로 올라가면 부동산 가격이 바닥권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주택 가격이 그만큼 많이 떨어졌다는 이야기이다. 이 때는 적은 투자비용으로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이든, 자기가 입주해 살기 위한 실소유자이든 주택을 살만하다고 본다.”

주택 가격 대비 전세 가격의 비율인 전세가율은 주택 가격의 바닥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이다./KB부동산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던 고 원장이 갑자기 몸을 뒤로 젖히고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전세가율이 그만큼 올라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을 안사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집값이 더 떨어진다고 기대하거나 전세값과 집값이 역전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은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역전되는 경우는 없었다. 예외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경우는 국지적으로 있겠지만 말이다.”

—왜 그런가?

“서울은 주택보급률이 현재 95%로, 적정 보급률 105%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전세가와 집값이 역전 되기는 어렵다. 그러니 일반적으로 봐서 전세가율이 70% 정도 되면 매수 시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채권·주식·부동산

—부동산 시장 내부 지표를 넘어 금융시장 전반의 흐름 속에서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금리가 내리면 채권, 주식, 부동산 시장 중에서 채권 시장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고 안정세를 회복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주식 시장이고, 마지막이 부동산 시장이다. 부동산은 가장 무겁고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수요자 대응도 그만큼 쉬운 편이다.”

전문가들은 금융-부동산 시장이 움직일 때 채권 시장, 주식 시장, 부동산 시장의 순서로 진행된다고 본다. 사진은 106년 전인 1917년 4월 10일 미국 뉴욕 센트럴 철도회사가 발행한 채권./위키피디아

—부동산과 채권은 어떤 관계인가?

“부동산 투자의 벤치마킹은 10년 만기 국채이다. 1월 중순 현재 3년 만기, 10년 만기 국채 시장은 모두 안정세를 찾아가는 중이다. 다만 장단기 국채금리가 역전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여전히 단기금리는 높을 수 밖에 없음을 예고한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관계는 보통 주식 시장이 살아나면 6개월 후에는 부동산 시장도 살아난다고 본다.”

1주택자, 어떻게 해야 하나?

향후 주택가격 동향과 주택 가격이 언제 바닥일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여러 지표들에 대해서 충분히 들었다. 독자들 가운데에는 주택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재테크 방법에 대해 질문을 시작했다.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 1가구 1주택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서울 지역의 경우 장기보유하는 전략이 유리해 보인다. 지금 팔기는 이미 늦었다. 그리고 2030~2040년까지는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집값이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과 경기의 집값이 고점 대비 이미 20~40% 하락했다. 추가 하락하더라도 10% 가량으로, 단기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꾼이 아니라면 장기 거주하는 방안이 낫다는 생각이다. 서울은 전세가격도 오르는 때가 많아서 주거비 부담 측면에서도 월세보다는 전세, 전세보다는 자가주택이 유리하다.”

1가구 1주택 보유자들은 집값이 많이 떨어졌지만 계속 보유하는 편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연합뉴스

—다주택자의 경우는? 세금 부담이 줄었으니 그대로 보유하고 있어야 하나?

“집 채수를 줄이는 ‘슬림화 전략’이 바람직하다. 2주택까지는 보유하되, 3주택 이상 보유자라면 주택수를 줄여라.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과 성장지역의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올해 내로 파는 것이 낫다. 금리와 경기침체 우려 등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팔아서 현금을 확보해 두면 2~3년 이내에 다시 바닥에서 저가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관망과 인내심도 투자다.”

무주택자, 신규분양 노려라

—무주택자는?

“상반기까지는 관망하되, 올 하반기 이후에 신규 분양을 노려라. 성장지역, 핵심입지, 분양가만 잘 선택하면 최고 최선의 선택이 된다. 법원 경매와 캠코(자산관리공사)의 공매를 노리는 방법도 유리하다. 동네 중개업소를 통해 초급매물을 구매하는 방법도 여전히 저가구매 전략으로 유효하다.”

부동산 침체기에는 법원 경매나 캠코의 공매를 이용해 싼 집을 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사진은 법원의 경매정보 사이트.

—주택 외에 오피스텔, 상가, 토지 투자는?

“부동산 회복기를 기대하고 여유자금으로 도심 역세권과 성장상권에 입지한 꼬마빌딩, 상가건물, 상가주택, 단독주택을 매입하거나, 유망 지역의 토지에 투자하는 전략은 좋다고 본다.”

성장지역을 주목하라

—성장하는 발달상권은 어떤 곳인가?

“3가지 상권형성 조건이 굉장히 중요하다. 첫째, 땅값이 꾸준히 오르는 역세권이다.

둘째, 월세와 권리금도 계속 오르는 상권을 골라야 한다.

셋째, 인구 밀도, 건물 밀도, 자원 밀도가 증가해야 한다. 자원 밀도가 증가한다는 의미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시설들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는 뜻이다.”

지하철역 인근은 대표적인 성장지역으로 부동산 투자 때 최우선으로 고려할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역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는 모습./뉴시스

고 원장의 스마트폰 벨 소리가 울렸다. 한 방송사 작가에게서 걸러온 전화를 받느라 인터뷰가 잠시 중단됐다. 고 원장이 다른 일정이 빽빽해 출연이 어렵다며 완곡하게 거절하고 전화를 끊었다. 인터뷰가 이어졌다.

—성장지역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미국의 도시 이론을 보면 모든 도시와 지역은 성장지역, 정체지역, 축소지역(쇠퇴지역)으로 구분된다. 부동산은 지역성과 입지성을 지닌 매우 독특한 재화이다. 그래서 부동산을 살 때에는 가장 먼저 지역을 선택한 후에 물건을 선택해야 한다. ‘선지역선택, 후물건선택’의 대원칙이다.

예를 들어 먼저 서울 강남 지역을 선정한 뒤 그 안에 있는 ‘슈퍼아파트’를 고르는 것이다. 슈퍼아파트란 살기(live) 좋고 사기(buy) 좋은 아파트를 의미한다.”

4가지 성장지표

—지역을 선택할 때 유의할 점은?

“성장 지표를 잘 봐야 한다. 성장 지표는 인구 증가, 소득 증가, 인프라 증가, 행정 계획 등 모두 4가지를 꼽는다. 도시공학에서는 이 4가지 지표가 모두 긍정적으로 받쳐줘야 성장지역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서울의 경우 강남·용산·여의도·목동·성수 지역은 대표적인 성장지역에 해당한다. 이들 지역에서는 인구가 증가하고 소득이 늘어나면서 땅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부동산은 토지와 건물로 구성되는데,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가상각되어 사라지므로 땅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지역과 핵심입지를 선택하는 일은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도시의 성장은 80~100년 단위로 움직인다. 게다가 입지가치는 부동산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성장지역인지, 핵심입지인지, 대체불가지역인지, 문화적 상징성이 있는지, 미래가치가 있는지, 향후 가격상승 기대감이 높은지를 종합적으로 따져 봐야 한다.”

서울 성수동은 인구 증가, 소득 증가, 인프라 증가, 행정 계획 등 4가지 성장지표를 모두 갖춘 투자유망 지역으로 분류된다. 사진은 낡은 공장과 갤러리, 카페가 모여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성수동 수제화 거리./김은영 기자

—성장지역내 구체적인 입지를 예로 들면?

“서울 강남 지역 중에서 강남역, 삼성동과 잠실 국제교류복합지구, 테헤란로, 양재역, 반포, 압구정, 청담 지역을 꼽을 수 있다. 용산, 광화문, 여의도도 대표적인 성장지역 내 핵심입지라고 말할 수 있다.”

3박자 성공법칙

시계가 오후 6시 10분을 넘어간다. 고 원장은 인터뷰 하는 동안 부동산 시장의 동향을 수출, 주식, 채권 등 다른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 변수와 연결해 체계적으로 설명하려고 애를 썼다. 박사학위 전공이 도시공학이고 경제학을 공부한 덕분인지, 최신 융복합 학문의 학술용어들도 많이 등장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보다 10배 정도 많은 생각이 복잡하게 머릿속에서 스쳐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터뷰를 끝낼 시간이다. 독자들의 재테크에 도움이 될만한 노하우를 마지막 주제로 골랐다.

세계 금융 중심지일 뿐 아니라 고층 빌딩이 즐비해 전세계 부동산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 야경./루카 브라보(위키피디아)

—부동산을 선택할 때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3박자 성공법칙'이다. 첫째, 매매시기를 선택하는 일이다. 저점에 사서 고점에 매도하라. 다만 정확한 저점과 고점은 신만이 알 수 있기 때문에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

둘째, 성장지역을 선택하는 일이다. 성장지표인 인구, 소득, 인프라, 행정 계획이 증가하는 성장지역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셋째, “‘가투비’ 부동산을 선택하는 일이다. 가격 대비 투자가치가 높은 부동산과 아파트를 골라야 한다. 아파트 투자가치를 분석하는 ‘살집팔집’ 앱을 보면 모든 아파트는 슈퍼아파트, 보통아파트, 좀비아파트로 구분할 수 있다.”

슈퍼아파트

—슈퍼아파트의 선택 기준은?

“슈퍼아파트란 살기 좋고 사기 좋은 집이다. 살기 좋다는 말은 주거편리성을, 사기 좋다는 말은 투자매력도를 각각 의미한다. 따라서 주거가치와 투자가치가 놓은 교집합 아파트가 바로 슈퍼아파트에 해당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첫째, 아파트의 경우에는 대지 지분이 높아야 한다. 즉 용적률이 낮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재건축할 때 개발이익이 크다. 건물은 시간이 경과하면 할수록 감가상각되고 경제적 가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둘째, 미래가치가 높아야 한다. 성장지역과 같은 개념이다. 대중 교통망이 확충되고,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 계획과 각종 개발 계획이 잡혀 있으며, 교육, 상업, 산업 인프라가 대규모로 확충되어 가는 중심지역이 미래가치가 높다.

셋째, 아파트인 경우 중대형 새 아파트가 투자가치가 높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 이상이 좋다.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재건축, 재개발도 관심대상이다.”

아파트를 살 때는 중대형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사진은 부동산 경기 침체 이전에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한화건설

—부동산 투자를 할 때 마음가짐은 어떻게 가져야 하나?

“세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부동산의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부동산은 토지와 건물이고, 시간이 흘렀을 때 시세차익(자본수익)은 주로 토지에서 발생한다. 건물은 임대수익과 연관성이 높다.

둘째, 부동산 시장에는 작동 원리가 있다. 주거용 부동산이 오르면 다음으로는 업무용, 상업용 부동산이 오르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는 토지가 오른다는 법칙이 있다. 그리고 지역확산의 법칙도 있다. 인근지역 이론이다. 이를 테면 서울 아파트가 오르면 경기, 인천 지역이 오르고 충청권을 넘어 광주, 대구, 부산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돈을 만든다

—세번째는?

“부동산 시장의 미래 변화를 잘 읽어야 한다. 미래가치다. 우리나라는 미래 변화를 공무원들이 계획한다. 국토계획, 도시계획의 변화를 끊임없이 봐야 한다. 서울시가 얼마전에 ‘2040 도시계획’을 내놨다. 은평 지역에도 서울혁신파크 부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지역 공간구조를 바꾸는 한편, 인구, 교통, 산업, 생활 인프라 등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머드급 호재라고 할 수 있다.

도시계획 정보는 비밀이 아니다. 투명하게 공개된다. 지자체와 공무원들이 끊임없이 계획을 세우고 도시혁신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니 이런 정보를 이용해 기존 역세권보다는 신설 역세권, 구도시 보다는 신도시를 공략해야 한다. 지하철, GTX 등 신설역세권은 개통되기 최소 2~3년 전에 내집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지하철 노선이 하나 개통되면 그 전후 시점에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이 통상 15~23%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가치가 높은 주택을 사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개발계획을 주목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 1월 3일 공개된 삼성-동탄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중 서울 강남구 수서역 터널 공사 현장./연합뉴스

인터뷰를 마치고 연구실을 나서는데 고 원장이 복도로 따라 나와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했다. 함께 걷던 와중에, 부동산 전문가로 입지가 탄탄한 그의 부동산 재테크 실력이 궁금해 물어봤다.

“부동산 일을 하기는 하지만,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지는 않고 있다. 연구하고 강연하고 방송하는 것이 본업이라서…. 그래도 강남에 집이 있고, 재건축 투자도 했으며, 도시계획 위원과 공무원연금자산운용 위원, 건설사 고문 등 경험이 많아서 내집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도움말을 줄 자격은 충분히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이 지난 1월 10일 인터뷰를 갖고, 부동산 시장 동향과 정부의 초대형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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