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았다" <문화> 칼럼에 정정 요청 풀무질 "아직 살아 있다"

조혜지 2023. 1. 2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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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 인터뷰] 김치현 대표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신청 넣었다"

[조혜지 기자]

[기사수정 : 1월 25일 오후 3시 15분]
 2023년 1월 25일에 접속한 풀무질 인스타그램 계정. '인문사회과학서점'이라는 소개가 들어있다.
ⓒ 풀무질 인스타그램 갈무리
 
지난 19일 <문화일보>에 올라온 칼럼 하나. "문재인의 책방"이라는 제목 아래 대학가 사회과학 서점에 대한 논설위원의 글이 서술됐다. 문제가 된 것은 한 서점의 '영업 정보'였다. 

"사회과학 서점의 마지막인 성균관대 앞 '풀무질'이 지난 2019년 문을 닫으면서 이젠 대학가에 사회과학 서점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풀무질은 문을 닫지 않았다. 지난 2019년 1월 폐업 위기 소식이 보도된 바 있지만, 곧 책방에 대한 마음을 공유한 새 인수자들을 만나 책방을 이어오게 됐기 때문이다. 약 9500명의 팔로워가 있는 책방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책방 소식이 꾸준히 올라온다. 계정 소개란에는 '인문 사회과학 서점'이라는 소개와 함께, 책방이 문을 연 연도인 1985년이 함께 적혀 있다. 

"아직 살아 있습니다."

풀무질은 해당 칼럼 보도 당일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리고, 정정을 요청한 사실을 밝혔다. 명절 연휴 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답답함도 함께 전했다. 풀무질은 "멀쩡히 영업하고 있는 영업장은 오늘도 내일도 영업할 텐데 이를 어쩌냐고 물으니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면서 "풀무질은 아직 살아있다. 사회과학 서점은 아직 살아있다"고 남겼다.

해당 칼럼은 대학가 사회과학 서점이 "운동권 재생산 및 연락 장소" 역할을 했다고 정의하면서, 고 리영희 선생의 <해방전후사의 인식>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등의 책이 인기 서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칼럼 내용과 달리 풀무질처럼 현존하는 사회과학 서점은 시대를 지나오며 독자들과 함께 다양한 모습을 일궈 왔다. 관심 주제를 찾기 위해 읽기 모임도 운영하고, 생각을 나누며 독서하기도 한다.  

김치현 풀무질 대표는 2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모든 손님과의 기억이 좋다고 할 순 없겠지만, 지나가시며 한마디씩 해주신 말씀들이 맘 속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풀무질 손님들은 해당 칼럼에 포털 사이트 댓글로 '정정 요청'을 남기기도 했다. 김 대표는 "그런 게 힘이 됐다"고 했다. 

아래는 김치현 풀무질 대표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정정을 요구한 지 6일이 지났는데, 추가로 받은 답변이 있나요.

"답변이 온 것은 없어요. (기사를 본) 그날 연락을 드리니, 계속 '연휴다'라는 식의 응대가 나왔고. 저희도 인력이 없으니 어찌할 수가 없어서,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넣었습니다. 댓글에 (기사를 읽으신 분들이) 정정 요청을 많이 해주셨는데요. 사실 이 문제에 매달릴 정도로 인력이 충분한 상황은 아닙니다." 

- 2019년 1월 폐업 위기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곧바로 새로운 인수자들이 책방을 이어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책방은 한 번도 폐업한 적은 없었나요. 

"없었습니다."

- 해당 칼럼에선 대학가 사회과학 서점을 "운동권의 재생산 및 연락 장소로 큰 역할"을 한 곳으로 언급하며 가장 인기 있었던 책자로 언론인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 <해방전후사의 인식>, <우상과 이성>을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임의적 의견이라고 봅니다. 이제는 담론들도 분화가 많이 되었고요. (서점마다) 채우고 있는 서적들에 사회과학이 담겨 있을 수 있고, 소설만 취급한다고 해서 그 책방이 '사회과학에 관심 없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습니다. 지역성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프랜차이즈, 대기업의 방침보다 그 공간을 운영하는 운영자의 의도가 얼마나 반영되는가 하는 것들이 공간의 다양성을 보장한다고 봅니다. 이를 얼마나 더 지켜나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 그렇다면 현재 풀무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은 무엇입니까.

"요즘은 베스트셀러가 의미가 없습니다. 관심사도 다 다르고, 관심사가 같더라도 어떻게 풀어내는지도 (책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동네책방에선 읽기 모임을 합니다. 지금은 '너의 관심사에 맞춘 책이 있어'라는 것보다, '너의 관심사를 함께 찾아가보자'가 더 중요한 시기이고, 대부분 그렇게 원하십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여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게 있을까?'와 같은. 그래서 둘러보시는 분들도 많고. 이게 잘 나가니 이런 게 요즘 세대고, 이런 걸 읽어야 하고. 이런 경전 같은 이야기는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합니다." 

- 책방 운영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운영이 쉽지는 않습니다.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한 명도 보지 못하고 가면 마음이 아프죠. 모든 손님과의 기억이 모두 좋다고 할 순 없겠지만, 손님들이 지나가며 한마디씩 해주시는 게 그게 또 맘 속에 남아있고 그런 것 같습니다."

- 정정 요청 소식을 SNS에 올리고 나서 손님들이 직접 문제가 담긴 글을 공유하고 댓글도 남겼다고 들었습니다. 

"얼마나 오시는지 보다는,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게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 말도 많이 해주시고. 실제 기사에 댓글도 많이 달아주시고. 그래서 힘이 됐어요. 처음에는 (기사를) 흘려 보내고 지나가야지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제는) 이렇게 대응하지 않고 나중에 기사를 보셨으면 더 속상하셨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해보면, 이야기하길 잘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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