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포기하지 마라”···조던의 향기 풍기는 최혜진

김세영 기자 2023. 1. 2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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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띠 맞은 올해 각오 새롭게 다져
근력 다지면서 유연성 훈련도 병행
페블비치서 열리는 US여자오픈 기대
2월 말 혼다 타일랜드부터 시즌 시작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는 최혜진. 사진=박태성 골프전문 사진기자 제공
[서울경제]

최혜진은 고등학교 시절 줄넘기를 즐겼다. 처음 1000개를 목표했던 게 나중에는 쉬지 않고 3000개까지 할 정도가 됐다. 2단 뛰기도 연속으로 200회까지 한다. 그 덕분인지 그는 투어 선수들 사이에서도 알아주는 튼튼한 하체를 가졌다. 다이내믹한 스윙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이면서 아마추어에 이어 프로 무대까지 평정하는 힘이 됐다. 2019년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대상, 상금왕, 평균타수 1위 등을 싹쓸이 했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대상을 수상했다.

KLPGA 투어에서 통산 10승을 달성했던 최혜진은 지난해부터 활동 무대를 미국으로 옮겼다. 27개 대회에서 톱 10에 10회 입상하며 상금 랭킹 6위에 올랐다. 데뷔 시즌 만족스러운 성적이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우승 트로피가 없었기 때문이다.

1999년생 토끼띠인 최혜진은 올해 자신의 해를 맞아 새로운 점프를 준비 중이다. 새로운 10승을 향해 뛰어오르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경험한 후 체력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한 최혜진은 전지훈련에 앞서 골프전문 트레이닝 센터인 ‘팀 글로리어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박세리, 박인비, 김효주, 박성현 등을 보며 꿈을 키워온 최혜진은 어느새 주니어들의 롤 모델이 됐다. 그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한 번 포기하면 그 다음 포기는 더욱 쉬워진다. 힘이 들더라도 최대한 참아봐야 한다. 한계에 부딪혀야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한 번 포기하면 습관이 된다(If you quit once, It becomes a habit)”는 말과 맥이 통한다. 최혜진은 지금의 자신에게도 여전히 적용되는 말이라고도 했다.

- 새로운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지금은 골프보다는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시즌 시작 전에 조금 쉬면서 기초 체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 체력 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나.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일주일에 4~5일 피트니스 센터에 온다.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하는데 근력이나 밸런스 강화 등 다양한 운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라테스가 자세를 바로 잡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그것도 함께 하고 있다.”

- 최근 2~3년 동안 ‘벌크업’이 유행했다. 그런 차원에서 근육을 강화하는 건가.

“아니다. 오히려 나 같은 경우에는 지난 시즌 살이 쪄서 몸이 조금 둔해진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체중을 조절하면서 민첩성과 지구력을 끌어 올리는 부분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지난해 LPGA 투어를 뛰었다. 어땠나.

“나름 만족했던 시즌이었다. 국내 투어에서 4~5년을 뛰다 처음으로 미국에 건너갔는데 되게 재미있게 즐겼다. 물론 집을 떠나 있으니 불편하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코스 컨디션이나 연습 환경 등은 아주 좋았다. 이곳저곳 옮겨 다니면서 투어 생활을 하는 것도 새로웠다. 전반적인 성적에는 만족하지만 우승을 하지 못한 건 아쉽다.”

- 대회 끝난 후 잠시 여행을 다니기도 했나.

“초반에는 그렇게 하려고 많은 시도를 했다. 기억에 남는 곳은 뉴욕이다. 마침 외삼촌이 그쪽에 살고 있어서 함께 구경 다녔다. 이전에는 항상 대회에 참가만 하고 돌아왔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관광을 했다. 센트럴파크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보고 브로드웨이와 타임스퀘어도 구경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 외에 바다 구경도 가고 여러 가지 재밌게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시즌이 끝날 무렵 되니까 대회 후에는 그냥 쉬는 게 제일 우선이 되더라. 하하.”

- 미국 투어 생활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

“아무래도 이동이 힘들었다. 한국에서는 대회 마치고 월요일이나 화요일에는 휴식을 하면서 연습도 할 수 있는데 미국에서는 일요일이나 월요일에 비행기를 타고 곧바로 이동을 해야 하고 지역에 따라 시차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부담됐다.”

- 집밥 생각은 안 났나.

“음식을 워낙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 편이어서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오히려 너무 많이 먹었다. 하하. 매니저 언니랑 한식 위주로 많이 먹어서 한국 음식에 대한 그리움 같은 건 없었다.”

-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도 중요하다. 새롭게 사귄 외국 선수가 있나.

“아마추어 때부터 가끔 해외 경기 다니면서 알게 된 제 또래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 친구들과 같은 투어에서 뛰게 되니 반가웠다. 일본의 하타오카 나사, 유카 사소, 태국의 패티 타와타나낏 등과는 어린 시절부터 국가대항전 같은 데에서 자주 맞붙었던 사이였다. 외국 선수는 아니지만 같은 루키 신분이었던 안나린 언니나 홍예은과도 자주 어울렸다. 한국에서는 솔직히 서로 어울릴 기회가 별로 없고 각자 경기하면서 인사만 하는 정도였는데 LPGA 투어에 가게 되니 좀 더 잘 지내게 된 계기가 됐다. 같이 연습라운드 하고 맛있는 것 먹고 정보도 공유하면서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골프 하려면 태권도를 그만둬야 된다기에 그럼 골프를 안 하겠다고 했다

-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 시작하고 6학년 때인 2011년에 박세리배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당시 우승을 기억하나.

“기억난다. 제 또래들은 3~4학년 때부터 대회에 나가면서 우승도 많이 했는데 나는 5학년 때 처음 대회에 나갔다. 확실히 대회에 나가게 되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해 기회가 왔을 때 못 잡는 경우가 많았다. 박세리배가 시즌 마지막 대회였는데 박세리 프로님이 대회장에 오셨다. 그래서 사인도 받았고 거기서 우승까지 해서 너무 기뻤다. 아직까지 기억이 생생하다.”

- 어린 시절은 어땠나.

“굉장히 활동적이었다. 뛰어다니는 거 좋아하고 축구도 즐겨했다. 태권도도 그래서 했다. 골프는 아버지를 비롯해 가족이랑 함께 연습장에 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 골프를 하기 전 가장 좋아했던 운동은 뭐였나.

“태권도였다. 골프를 하려면 태권도를 그만둬야 된다기에 그럼 골프를 안 하겠다고 했을 정도다.”

- 골프로 아버지를 처음으로 이긴 건 언제였나.

“초등학교 6학년 때다. 그때 확실히 실력이 늘었다. 그 전만 해도 10번 정도 치면 아빠가 봐줘서 두세 번 이길까 말까 했는데 6학년 때부터는 내가 훨씬 많이 이겼다.”

- 골프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 것 같나.

“상상이 안 가기는 하는데 그래도 워낙 운동을 좋아했으니 다른 스포츠 선수가 돼 있지 않았을까 싶다.”

- 펭귄이라는 별명은 언제부터 생긴 건가.

“중학교 1학년 때쯤부터다. 아시는 분이 어느 날 펭귄을 닮은 것 같다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별명이 됐다.”

- 어린 시절 롤 모델이 누구였나.

“누구 한 명을 딱 정해놓지는 않았다. 여러 선수들의 장점을 닮고 싶어 했다. 예를 들어 박인비 언니 같은 경우는 퍼팅을 워낙 잘하고 유명하니까 그런 부분을 따라하려고 했고 김효주 언니의 아이언, 박성현 언니의 장타 등 장점을 다 갖고 싶었다. 박세리 프로님은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에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셨다. 후배들을 위해 많이 도와주시려고 하는 걸 보면서 나도 경력이 쌓이면 후배들한테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생각을 했다.”

- 이제 거꾸로 후배들의 롤 모델이 됐다.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한 번 포기를 하면 그 다음 포기도 쉬워지는 것 같다. 힘이 들더라도 최대한 참아 보는 게 중요하다. 한계에 부딪혀봐야 한다. 그동안 경기나 훈련을 하면서 느꼈던 건데 지금의 나한테도 여전히 적용되는 말이다.”

줄넘기를 하고 있는 최혜진. 사진=박태성 골프전문 사진기자 제공

주니어 시절로 돌아간다면 기초에 더욱 충실하고 싶다.

- 다시 주니어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싶나.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좀 더 집중하고 잘 배우고 싶다. 지금 기초의 중요성을 더욱 느낀다. 기초가 더 탄탄해야 기술적인 발전도 있다.”

- 학창 시절 줄넘기를 많이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한 번 꽂히면 그것만 하는 스타일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줄넘기에 빠져서 매일 했다. 처음에는 한 번에 1000개 하는 걸 목표로 했고 이후 1500개, 2000개, 2500개로 늘려 나갔다.”

- 연속으로 가장 많이 한 게 몇 개인가.

“가볍게 하는 1단 뛰기는 진짜 자신 있다. 솔직히 세는 게 힘들다. 정확히 카운트하지는 않았지만 한 3000개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싶다.”

최혜진의 운동을 돕고 있는 박솔빈(32) 트레이너는 “혜진이는 타고난 하체를 가졌다”며 “2단 줄넘기는 한 번에 200개까지도 한다. 골프 선수 중 하체 근력은 최상급”이라고 했다. 이어 “최혜진은 한 번에 강한 힘을 쓰는 동작을 잘 한다. 그런 장점이 장타를 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시즌을 대비해서는 근력 강화 외에 근육의 가동 범위를 늘리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강철 체력을 갖춘 최혜진도 지난해 LPGA 투어를 뛰면서 시즌 막판 체력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최혜진은 “전지훈련에 앞서 체력부터 차곡차곡 쌓아놔야 1년을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인형처럼 생긴 반려견 모카와 포즈를 취한 최혜진. 사진=박태성 골프전문 사진기자 제공

- 지금까지 줄곧 달려왔다. 1년의 안식년이 주어진다면 뭘 하고 싶나.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그냥 강아지랑 놀러 다닐 거다.”

- 평소에 못해본 것들을 하고 싶지 않나.

“축구나 테니스 등 다른 운동을 하고 싶은데 부상 위험 때문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요리나 피아노, 기타, 드럼 등 악기도 배웠으면 한다.”

- 상금으로도 많은 돈을 벌었다. 스스로에게 해준 가장 비싼 선물은.

“물질적인 부분에서는 특별한 게 없다. 그냥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가는 걸 좋아한다. 운동선수다 보니 고기를 일부러 자주 먹기도 하지만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일식도 좋아하는 편이어서 오마카세(주방장 추천 요리) 전문점에 가기도 한다.”

-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골프를 안 할 때는 골프 생각을 안 한다. 일부러 안 하는 게 아니라 집에 가면 골프 생각이 안 난다. 지금은 강아지랑 매일 놀고, 핸드폰 보면서 노래 듣고 드라마 보면서 지낸다.”

최혜진은 인터뷰 장소에 반려견을 데리고 왔다. 복슬복슬한 털에 인형 같은 눈, 코, 입을 가진 비숑 프리제 종으로 이름은 ‘모카’. 웨지에 모카의 얼굴을 새긴 최혜진은 LPGA 투어를 뛰면서 모카가 너무 보고 싶어 한국에 오고 싶었을 정도였다고 했다. 모카의 사진을 가지고 다니고 영상통화도 자주 한다고 했다. 최혜진은 국내에서 골프여행을 가고 싶은 골프장으로 제주 롯데스카이힐을 꼽았는데 그 이유가 “강아지를 데리고 라운드를 나갈 수 있어서”다.

토끼해를 맞은 토끼띠 최혜진은 올해 LPGA 투어 첫 우승이자 새로운 10승을 위한 첫걸음을 준비 중이다. 사진=박태성 골프전문 사진기자 제공

우승을 위해선 정신력 중요···페블비치서 열리는 US 여자오픈 기대

- 올 시즌 목표는 뭔가.

“아무래도 빨리 우승을 하고 싶다. 아직 몇 개 대회를 뛸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꾸준한 성적도 내고 싶다. 작년에는 좋은 성적을 낸 적도 많았지만 경기가 안 풀릴 때는 너무 성적이 안 좋았던 때도 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성적을 꾸준히 낼 수 있었으면 한다.”

- 기복이 있더라도 우승을 하는 게 좋나, 우승이 없더라도 기복 없는 플레이가 좋나.

“우승이 좋긴 한데 기복 있는 건 싫다. 꾸준히 성적을 냈으면 한다.”

- 우승을 위해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

“정신력이다. 선수들 실력은 사실 별 차이가 없다. 자기 플레이를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서 웃을 수 있느냐 없느냐로 나뉜다고 본다. 멘탈이 뛰어나야 위기를 잘 극복하고 기회가 왔을 때는 확실히 잡을 수 있다.”

- 기왕이면 어떤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나.

“올해 US 여자오픈이 페블비치에서 열린다. 정말 코스가 예쁘다고 들었는데 한 번도 가보지 못해서 기대 된다. 그곳에서 우승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

- 골프 인생의 최종 목표는.

“예전부터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는 거였다. 메이저 우승이나 그랜드 슬램도 중요한데 그런 것들을 다 이뤄야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그걸 목표로 삼은 거다.”

24일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최혜진은 2월 23일부터 태국에서 나흘간 열리는 혼다 LPGA 타일랜드부터 2023시즌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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