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 제조기, 더퍼스트펭귄의 최재영 대표의 4가지 키워드

리빙센스 2023. 1. 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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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 TALK


리빙센스 디자이너 토크 #리디톡 4

최재영 대표를 읽는 4가지 키워드

<리빙센스가<가 기획 및 주최하는 리빙센스 디자이너 토크, ‘리디톡’이 네 번째 시간을 맞이해 디자인 스튜디오 더퍼스트펭귄의 최재영 대표를 초빙했다. 연이은 ‘핫플’제조기로 상업 공간 디자인의 트렌드를 이끄는 최재영 대표가 회사를 성장시킨 성공적인 프로젝트부터 뼈아픈 반성을 안겨준 프로젝트까지 가감 없이 들려준 이야기.

WGNB 백종환 대표와 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 임태희 대표, 샐러드보울 스튜디오의 구창민 대표 등 국내 최고 공간 디자이너들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리디톡. 그 네 번째 주인공은 바로 ‘바다에 먼저 뛰어드는 용감한 펭귄’ 더퍼스트펭귄 최재영 대표다. 통합 공간 사용자 경험을 중심에 둔 진정성, 업스탠딩 커피를 비롯해 그가 이제껏 맡아온 크고 작은 프로젝트는 무려 200여 개에 달한다. 클라이언트의 ‘자가다움’을 공간 속에 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그만의 디자인 해법을 공개한다.

현업 디자이너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최재영 대표.

Keyword 1

자기다움

디자인이라는 행위에는 결국 정답이 없지만,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사실 어떻게 가도 결론엔 도달한다고 봐요. 이때 저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상업디자인이라는 전제하에, 그 과정에서 클라이언트를 참여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

왜냐하면 프로젝트가 다 끝나고 저희가 열쇠를 넘겨드리고 나면 클라이언트는 사막에 홀로 남은 느낌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때부터 진검승부가 시작되는데, 만약 클라이언트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리면 그 프로젝트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경우가 종종 생겨요.

그래서 ‘클라이언트가 어느 정도 비중으로 참여할 수 있는가, 얼마나 참여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말하자면 ‘클라이언트의 자기다움’이 공간과 프로젝트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리디톡 강연이 열린 <리빙센스> 쇼룸.


강연 내용을 열심히 메모하는 사람들.

Keyword 2

통합 공간 사용자 경험

처음으로 가장 주목받았던 프로젝트로 TXT 카페를 꼽습니다. 저희 스튜디오의 방법론을 ‘통합 공간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라 불러요. 핵심은 물리적인 공간 디자인의 요소와 비물리적인 디자인, 즉 브랜드 디자인의 요소를 하나로 합칠 것인지,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그 해법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TXT카페는 이 모든 과정의 기승전결을 실험할 수 있는 첫 번째 프로젝트였죠. 이곳은 창덕궁 돌감길을 쭉 따라 가장 안쪽에 있어요. 마을버스 회차 지점 근처인데, 이는 결국 외졌다는 뜻이죠. 여기까지 손님을 어떻게 끌어올까 고민했고 답은 간단했어요. 한잔의 커피를 비싸게 팔아야 한다. 세련되게 표현하자면 ‘가치를 팔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커피 한잔을 단순히 음용하는 음료로 바라보지 않고, 앞뒤의 맥락을 묶어 통합적인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죠.

주문하는 방식과 행위부터 차별화를 주었고요, 카페 이름을 텍스트의 약자인 TXT로 짓게 된 것도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이러한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공간과 화학적으로 결합시킬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풀어냈던 프로젝트였어요.

Keyword 3

데뷔작

무거버거는 저의 건축 데뷔작입니다. 처음에 리노베이션으로 의뢰가 들어왔지만, 기존 건물이 지닌 디자인 요소는 공간을 살릴 방도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신축을 합시다”라고 클라이언트를 설득했어요. 무거버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햄버거의 덕목과 거리가 있어요.

시금치 버거, 어니언 버거, 캐러 버거가 메뉴거든요. 자연주의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했고, 이곳 슬로건을 건축화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요. 제주의 아름다운 해안가에 커다란 현무암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장면을 상상했어요. 외관은 아주 단순한 형태로 디자인했고, 내부에 들어오면 각자의 자리에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창 높이는 앉았을 때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삼아서, 자리에 착석했을 때 비로소 바깥 풍경이 보이게끔 의도했어요. 건물의 사면을 띠창으로 설계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 바람을 시각화하고자 수조에 물을 담아 일렁이는 빛의 파장을 눈으로 볼 수 있께 했어요. 자연을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프로젝트였죠.

최재영 대표의 건축 데뷔작 무거버거.


더퍼스트펭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TXT카페

Keyword 4

실패

지금까지 2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 중에 가장 부끄럽고 뼈아픈 사례를 말씀드리려고 해요. 2018년에 작업한 부스 갤러리라는 프로젝트인데요. TXT카페 이후에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주목도 받고 어느 정도 성과를 얻으면서 제가 기고만장했던 시기였죠. 제가 실현하고자 하는 개념을 클라이언트가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걸 알면서도 “괜찮지 않나요?”하며 일단 밀고 나갔어요.

다시 말해 클라이언트의 자기다움이라는 이야기를 완전히 배제한, 우리의 이야기만 한 셈이었죠. 장사가 잘 안된 것도 아닌데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어요. 클라이언트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혀드리니까 견디기 힘드셨던 거죠. 이후에 ‘이렇게는 절대로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철저한 자기반성과 비판이 있었어요. 단순히 클라이언트에게 미안한 마음뿐만이 아니라 저희가 만든 결과물이 오랫동안 지속될 때 더욱 의미가 크다는 점을 깨달았죠.

경주의 역사성을 살린 카페 EYS1779.

MAIN PROJECT

카페 ‘EYS1779’는 250여 년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온 ‘경주 최부자 댁’이 ‘하우스 오브 초이’라는 재단을 새롭게 출범하여 오픈한 공간이다. 더퍼스트펭귄 최재영 대표는 1980년대 지어진 양옥을 붉은 벽돌 건축물로 개조하고, 내부 공간 또한 조적식 벽돌을 사용해 경주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담아냈다.

editor 이승민

photographer 엄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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