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척급 잉어떼 입질에 물속 초토화…호주 ‘토끼의 악몽’ 되풀이
홍수로 범람원 늘자 잉어 떼가 강 점령, 물고기양의 90% 차지
토종 물고기와 수초 등 사라지고 강바닥 파헤쳐 달 표면처럼 바뀌어
잉어 헤르페스 바이러스 살포 연구 중…“부작용 다각 검토 몇 년 걸릴 듯”
‘물 반 잉어 반’
요즘 호주 최대 강인 머레이 강의 실제 모습을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이 나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강물을 뒤덮을 듯 거대한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는 잉어 떼 영상이 넘친다.
엘니뇨와 함께 큰 홍수가 난 호주 남동부의 머레이-달링 강 유역이 외래종 잉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잉어가 강에 사는 물고기 생물량의 90%까지 차지해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자 잉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보르 스튜어트 호주 찰스 스터트 대 어류생태학자 등은 22일 전문가 매체인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이제 잉어 바이러스 살포 방안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유라시아 원산의 잉어가 호주에 도입된 것은 150여년 전으로 1960년대부터 머레이-달링 강 유역에 퍼지기 시작했고 홍수와 함께 1970년대 전국으로 퍼졌다. 잉어는 전국의 강과 습지의 92%로 확산해 추정 개체수는 3억5700만 마리에 이른다.
스튜어트 박사는 “큰 암컷 잉어 한 마리는 수백만개의 알을 낳는데 홍수로 범람원이 확장해 서식지가 늘어나면서 새끼의 생존율이 높아져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외래종 잉어는 토종 물고기와 하천 생태계에 여러 가지 나쁜 영향을 끼친다. 잉어는 하천 바닥의 펄을 빨아들여 그 속의 유기물과 무척추동물, 소형 어류와 알 등을 먹는데 이 과정에서 토종 물고기가 살 서식지를 교란하게 된다.
특히 잉어는 먹이활동을 하면서 흙탕물을 일으켜 햇빛을 가리고 이는 수초와 물고기, 수서곤충 등 다양한 물속 생태계 구성원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스튜어트 박사 등은 “잉어가 많이 사는 강의 바닥은 마치 골프공처럼 바닥이 패고 수초가 모두 헐벗은 상태로 바뀐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1㏊ 면적의 하천에 잉어의 양이 88㎏을 넘으면 생태계 교란이 시작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현재 이 수준을 훨씬 넘겼다”고 밝혔다.
잉어는 호주뿐 아니라 미국 등 세계 59개 나라에 도입돼 심각한 생태계 파괴를 일으키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규정한 ‘세계 100대 침입종’의 하나이기도 하다.
호주 정부는 잉어 문제의 심각성을 진작부터 인식해 2016년부터 잉어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살포하는 생물학적 방제의 타당성을 조사해 왔다. 그러나 유럽에서 들여온 외래종 굴토끼를 퇴치하느라 점액종 바이러스를 풀었다가 엄청난 생태적, 사회적 논란을 빚은 바 있어 호주 정부의 대처는 매우 신중하다.
지난해까지 1500만 달러의 연구비를 들여 바이러스 살포가 빚을 다양한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연구를 지난해까지 마무리하고 ‘국가 잉어 통제 계획’을 마련했지만 이를 온라인에 모두 공개하고 올해부터 사회적 공론화 작업에 들어갔다. 호주 ‘에이비시(ABC) 뉴스’는 24일 “뉴사우스웨일스 등 지역사회에서는 신속한 바이러스 살포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모으는 데 몇 년 더 시간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국가 잉어 통제 계획을 보면 잉어 바이러스를 살포했을 때 예상되는 주요한 위험으로 다량의 잉어 사체가 발생해 수질이 악화하고 토종 어류가 폐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바이러스를 풀면 적어도 앞으로 10년 동안 잉어의 개체수를 40∼60% 줄일 수 있어 하천의 어류, 수초, 무척추동물 다양성이 회복되고 수질과 경관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스튜어트 박사 등은 “토끼나 집고양이 같은 다른 침입종의 예에서 보듯이 외래종을 완전히 없앨 묘책은 없다”며 “강에 쌓은 보를 허물어 잉어가 좋아하는 정체 수역을 줄이고 펠리컨 등 천적이 늘어나게 하는 등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것이 장기적 대책”이라고 밝혔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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