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中 코로나 재확산에 美 약품 공급망이 휘청이는 이유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이 미국의 의약품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의약품 수급난이 발생하자 중국에서 의약품 원료를 수입하는 미국까지 의약품 부족 사태가 심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 내 의약품 조달 비중을 늘리려 하고 있지만 중국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약국은 수개월째 일부 주요 복제약과 처방약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SCMP는 “보건당국은 코로나19와 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호흡기 바이러스의 동시 유행으로 인한 수요 증가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했지만, 현 상황은 계절성 감염을 넘어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천식약인 알부테롤부터 주의 결핍·과잉행동 장애(ADHD) 약인 아데랄, 모르핀, 리도카인 등 약 120개의 약품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 보건시스템약사협회는 작년 최소 160개의 신약이 부족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코로나19가 미국에 상륙한 2020년의 129개보다 31개 늘어난 수준이다.

문제는 이같은 미국의 의약품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원료 의약품(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API)의 자국 생산 비중이 28%에 불과하다. API는 완제 의약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료로 합성·발효·추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조된 물질을 뜻한다. 예를 들어 완제 의약품인 해열진통제의 핵심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이 원료 의약품이 API에 해당한다.

미국은 API 수입 상당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미국 의약품 공급망 위기가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SCMP는 “전문가들은 미국의 최대 복제약·제약 원료 공급 국가인 중국이 현재 코로나19에 시달리고 있어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다른 국가와의 거래는 단기간내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중국에 대한 의약품 의존 현상이 국가 안보와 직결돼 있다며 개선 움직임을 보여왔다. 미국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는 지난 2019년 미국이 API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미국 복제약 수입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직접 수입되거나 인도와 같은 제 3국에서 수입된다고 언급했었다. 2021년 백악관은 “지난 10년간 API의 해외 제조가 수조달러의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지만, 이는 미국의 필수 의약품 공급망을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미국 제약업계는 인도를 대체지로 삼고 있지만, 인도 역시 중국발 위험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공급망 조사 업체 레실링크의 창업자 서밋 바킬은 “많은 회사들이 인도 제약 공급업자를 살펴보고 있지만, 우리는 인도 공급업자들도 중국에 원료를 의존하고 있다는 추가 위험을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인도는 약 68%의 API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자국 내 의약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각종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단기간내 중국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생산 강화를 골자로 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킬은 “우리는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제조 규모에 근접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중국엔 모든 공급망을 파괴할 수 있는 수백만개의 원자재 및 중간 부품과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약 5만개의 공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