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테세이라…위대한 '42살' 챔피언의 은퇴

박대현 기자 입력 2023. 1. 25. 11:09 수정 2023. 1. 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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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버 테세이라가 22년 파이터 생활을 마감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글로버 테세이라(43, 브라질)가 졌다. 심판진 모두 44-50을 채점했다. UFC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이 걸린 경기. 테세이라는 완패했다.

이어진 은퇴 선언. 테세이라는 오픈핑거글로브를 옥타곤 바닥에 내려놓았다. 총 전적 33승 9패로 22년 파이터 생활을 마감했다.

대기만성 표본이다. 테세이라는 1999년 도미했다. 스무 살이었다. 청년 가장이었고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녹록진 않았다. 콜롬비아→과테말라→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밀입국'했다.

코네티컷주 던스버리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다. 이 무렵 마이크 타이슨의 복싱 경기를 봤다. 호이스 그레이시와 척 리델의 UFC 경기도 봤다. 격투기 매력에 푹 빠졌다. 새 꿈이 생겼다. 프로 파이터라는 소망. 잠을 줄여 가며 훈련했다.

리델의 트레이너인 존 해클먼이 재능을 알아봤다. 리델 트레이닝 파트너로 발탁했다. 해클먼의 팀 '더 핏'에서 땀을 흘렸다.

스물세 살에 파이터 데뷔에 성공한 테세이라는 첫 4경기 2승 2패로 출발은 평범했다. 이후 돌변했다. 파죽지세. 15연승을 달렸고 데뷔 십 년 만에 세계 최대 대회 UFC에 입성했다.

팔각링에서는 '돌주먹'을 앞세워 승승장구했지만 링 밖 현실은 엄혹했다. 우여곡절을 거듭했다.

2006년 12월 UFC 모회사 주파(Zuffa)가 테세이라가 활동하던 대회사 WEC를 인수할 때였다. 서류 작업에서 그가 불법 체류자라는 사실이 적발됐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강화된 이민법이 테세이라를 옭아맸다.

도리가 없었다. 2008년 브라질로 돌아갔다. 고국에서 제대로 절차를 밟고 미국 영주권(그린카드)을 취득해야 했다. 테세이라는 가족과 떨어져 브라질에서 파이터 생활을 이어 갔다.

미국에선 아내 잉그리드 페터슨이 남편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여기저기 발품을 팔았다. 만만찮았다. 변호사 수임료는 수임료대로 나가는데 성과가 적었다. 하릴없이 3년이 흘렀다. 2011년 말에야 테세이라는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영주권을 얻은 그는 곧장 옥타곤 문부터 열었다.

카일 킹스버리, 퀸튼 잭슨, 제임스 테후나, 라이언 베이더를 차례로 눕히고 라이트헤비급 타이틀 도전권을 받았다. 2014년 4월 챔피언 존 존스와 싸웠다. 만장일치 판정패.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 하던가. 반 년 뒤 필 데이비스에게도 판정으로 졌다. 생애 첫 연패 늪에 빠지며 비단길이던 파이터 여정이 일순 가시밭길로 돌아섰다.

링에서만큼은 무적이던 그도 UFC는 까다로웠다. 2018년 7월 코리 앤더슨에게 0-3으로 졌을 때가 커리어 최대 위기였다. 이 경기 포함, 다섯 경기 2승에 그쳤다. KO도 두 차례 당했다. 그의 나이 서른여덟 살이었다.

조 로건에게 마이크를 넘겨받아 '그동안 고마웠습니다'를 말해도 이상치 않을 상황. 실제 이 경기를 기점으로 테세이라 싸움은 '생계형' 밥내가 스몄다.

그럼에도 테세이라는 묵묵히 생존 경쟁을 이어 갔다. 화는 복이 되는가. 커리어 정점은 외려 이 시기를 거름 삼아 찾아왔다. 5연승을 쌓은 그는 7년 만에 두 번째 타이틀 도전권을 손에 쥐었다. 불혹을 넘긴 노장은 흙먼지를 날리며 다시 돌아왔다.

2021년 10월 얀 블라코비치를 리어네이키드초크로 잡고 포효했다. 라이트헤비급 챔피언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42세 2일의 나이. 45살에 헤비급을 평정한 랜디 커투어에 이어 UFC 역사상 두 번째 최고령 챔피언의 탄생이었다.

모두가 블라코비치 강세를 예상했다. 테세이라는 그 모두에게 어퍼컷을 날렸다. 언더독 반란에 관중은 열광했고 베테랑은 울었다. 세계 정상에 오르기까지 19년이 걸렸다.

30대 챔피언이 득실한 UFC에서 모난 돌처럼 뾰족 솟은 이 40대 최강자는 "나는 모두의 꿈을 위해 뛰었다"며 부르짖었다. 영국 베팅사이트 베트365는 "UFC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야기"라고 치켜세웠다. 테세이라 드라마의 정점이었다.

지난 21일 테세이라는 은퇴를 말하는 마지막까지 품격을 지켰다. 오픈핑거글로브를 끼든 마이크를 쥐든 그는 기품 높은 베테랑이었다. 안방인 브라질에서 자신을 꺾고 새 챔피언에 오른 자마힐 힐(31, 미국)을 격려하고 "쓰레기를 던지지 말아 달라"며 자국 팬들까지 다독였다.

"팀 동료 알렉스 페레이라(35, 브라질)가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이제 띠동갑 뻘인 1987년생 후배 코칭에 매진한다. 철창으로 뻗은 계단 옆에 자리할 '조력자 테세이라' 커리어도 기대를 모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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