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도 로봇도서관 가봐요!”

2023. 1. 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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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도 로봇도서관 가봐요.”

몇 달 전부터 우리집 1호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큐아이 로봇을 보러 가고 싶다고 했다. 알고 보니 가까운 곳에도 로봇을 활용한 도서관이 개관했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경남교육청 창원도서관 ‘책담’이다.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지역민들에게 지식 쉼터 역할을 하던 이곳은 지난해 리모델링과 신축 공간 조성 등을 통해 미래형 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부푼 마음을 안고 아이와 함께 창원도서관에 방문해봤다. 

경남교육청 창원도서관 책담은 로봇과 함께하는 미래형 도서관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창원도서관 3개 건물 중 책담으로 향했다. 신축 공간인 책담은 1년의 공사 끝에 지하 1층과 지상 1층 규모로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1층은 상상과 창조의 공간으로 다양한 종류의 로봇과 3D 홀로그램을 구축한 점이 특징이다. 

1층 로비에 들어서니, 자동으로 연주되는 피아노 선율이 반겨줬다. 조용해야 할 것 같은 도서관에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니 이곳이 도서관이 맞나 아이와 함께 두리번거렸다. 사람이 없는데도 피아노 건반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아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놀라는 모습이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아래 버튼을 누르세요.”

잠시 후 도서관 안내 로봇이 아이에게 다가왔다.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니, 도서관 편의시설과 행사 등을 안내해줬다. 터치 하나만으로 도서 위치는 물론 로봇과 촬영도 가능해 어느새 안내 로봇 주위로 어린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1층 로비에 들어서니, 인공지능 안내 로봇과 자동 연주 피아노가 반겨줬다.

로봇과 직접 사진을 찍고, 로봇이 관람객을 찍어주는 등 인공지능 로봇과 소통할 수 있어 아이는 로봇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로비에서부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문화공간을 누릴 수 있어 흥미로웠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도서관은 사람과 로봇이 함께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1층 어린이 자료실로 향하는 복도에는 다양한 주제 별 책 전시가 눈길을 끌었다. 천장에는 우주선 모양의 오로라 빛깔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누리호로 우주에 관심이 많아진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어린이 전용 자료실에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3단의 낮은 책장들로 구성돼 있었다. 연령 별로 인기 대출도서를 대형스크린에서 볼 수 있어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어린이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특히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는 온돌마루인 ‘아띠뜰’에서는 집에서처럼 자유롭게 책을 읽는 모습도 편안해보였다. 

안내 로봇과 함께 창원도서관 곳곳을 관람하는 아이의 모습.

벽면에는 사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도록 3D 홀로그램이 설치돼 있었다. 마치 대형 미술관과 휴양지를 섞어놓은 것 마냥 아이들이 다양한 의자에서 미디어아트와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책 읽어주는 로봇 ‘아띠봇’ 코너이다. 아띠봇은 경남교육청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시스템이다. ‘아띠’라는 스티커가 붙여진 책을 로봇 눈에 인식시키니 성우와 외국 원어민, 부모의 목소리로 실감나게 책을 읽어줬다. 아이는 혼자서 떠듬떠듬 책을 읽을 때와는 달리 로봇이 읽어주는 백설공주와 우주과학책에 흠뻑 빠져들었다. 

1층 로비 반대편에는 자리정보기반 시스템인 ‘세상의 발견’ 코너도 마련돼 있었다. 경남도서관 중에서는 최초로 구축된 서비스로 세계지도를 기반으로 세계 국가 별 문학과 여행, 전기물 등을 추천해줬다. 외국 국기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스크린을 터치할 때마다 다양한 서적과 함께 자신이 아는 국기가 나오는 것에 관심을 가지며 자연스럽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견문도 넓어지는 것 같았다. 

책 읽어주는 로봇 ‘아띠봇’과 함께 책을 읽는 아이의 모습.

두 시간 넘게 1층에서 시간을 보내고 2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층은 우주와 자연, 현실과 가상이 어우러지는 첨단 독서공간으로 마련돼 있었다. 로비에는 서치봇이 충전 중이었다. 서치봇은 사서의 일을 덜어주며, 사서의 퇴근 후에도 분주하게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엉뚱한 자리에 꽂혀 있는 책을 찾아 정확한 도서 배치를 도와주는 로봇이다. 성인 키 만한 로봇이 덩그러니 놓여 있으니 다들 호기심을 갖고 한동안 발걸음을 멈춰 둘러보기도 했다. 

대출과 반납을 하는 안내 데스크에는 서빙 로봇 2대가 서 있었다. 무거운 책들을 한 번에 나르거나 도서를 반납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아이는 TV에서 보던 로봇이 도서관 곳곳에 다양하게 배치된 것에 눈을 떼지 못했다. 지방에서는 로봇을 활용한 카페나 박물관이 없다보니 도서관에 비치된 로봇들과 함께 공존한다는 사실이 이색적이었다. 

2층에서 꼭 둘러봐야 할 곳은 바로 ‘실감형 체험관’이다. 이곳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2022년 실감형 체험관 조성사업에 선정돼 경남 최초로 실감형 상설체험관인 ‘미래의 발견’이 조성된 곳이다. 실감 콘텐츠 공간에는 대형 화면과 멀티터치 테이블이 마련돼 있었다. 테이블을 터치하니 화면과 연동돼 인공지능으로 키워드와 추천도서들이 나열됐다. 

2층 실감형 콘텐츠 코너에서는 추천 키워드에 맞춰 나만의 미래형 서재도 체험 가능하다.

그 옆에선 인터랙티브 디지털북도 활용할 수 있었다. 일반 책의 3~4배 정도 되는 대형 책과 프로젝트 영상이 결합한 공간으로 고서인 ‘동의보감’과 ‘문예도보통지’ 등 체험이 가능했다. 실감 기술로 구현한 동의보감은 거북이에 올라탄 토끼가 움직이는 영상이 담겨 있었는데, 한번 터치를 할 때마다 한자로 쓰인 원문과 한글 번역도 함께 읽을 수 있었다. 파스텔 톤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화면에 채워질 때는 탄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사서가 퇴근하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서치 로봇이 충전 중에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북큐레이션인 ‘나만의 발견’ 코너에서는 디지털 맞춤형 북큐레이션을 보여줬다. 2000여 종의 도서 서지 사항부터 책 속의 한 구절 등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카드형 콘텐츠로 구현했으며, VR을 활용한 독서활동도 가능했다. 특히 도서관 전체 층고가 높아 가슴이 확 뚫리는 듯한 여유로움이 공간 곳곳에 묻어 있었다

창원도서관은 층고가 높아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창원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내보니, 로봇과 함께 책을 읽으며 미래 도서관을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책을 보는 장소를 넘어 첨단기술과 독서 콘텐츠로 미래를 연결해주는 것 같았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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