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신고 출동하자 고교생이 ‘집 데려다 달라’”…경찰의 분노 글

이가영 기자 입력 2023. 1. 25. 09:08 수정 2023. 1. 2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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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차 자료사진. /뉴스1

밤늦은 시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막차가 끊겼으니 집에 데려다 달라”는 고등학생들의 요청을 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해당 경찰관이 요청을 거절하자 학부모에게서 항의 전화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에 경찰관들은 “놀라운 건 이런 인간들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공감했다.

지난 21일 직장인 익명 소통 플랫폼 블라인드에는 경찰청 근무자 A씨가 쓴 ‘어젯밤부터 화가 나는 K-고딩 썰’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커뮤니티는 자신의 회사 이메일로 소속 직장을 인증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

A씨에 따르면 오후 11시 30분쯤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저 미성년자예요”라는 신고가 들어왔다. A씨는 “가보니까 나이 18살에 머리는 노랗게 물들이고 왼쪽 팔에는 허접한 문신이 있는 고등학생 2명이었다”며 “결국은 막차 끊겼으니 집에 데려다 달라는 말이었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너희 집까지 차로 40분이 걸리는데 갈 수 없다. 우리는 택시도 아니고 다른 신고를 받아야 한다. 부모님 연락처 알려 달라”며 잘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자 학생들은 “부모님 연락처는 됐고, 저희 미성년자인데 사고 나면 책임지실 거예요?”라고 되물었다고 했다.

A씨는 화나는 마음을 꾹 참고 “길이 무서우면 지구대에서 부모님에게 연락해 데리러 와달라고 하라”고 타일렀다고 한다. 이에 학생은 “근데 아저씨 이름 뭐예요?”라고 물었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얘는 안 되겠다’ 싶어 이름 알려주고 ‘알아서 가라’하고 왔다”며 “정확히 한 시간 뒤 해당 학생 부모님의 항의 전화가 왔다”고 했다.

학생의 부모는 “아이가 이 시간에 길거리에 돌아다니면 집에 데려다 줘야지 뭐하는 겁니까? 장난합니까?”라며 항의하더니 결론은 집에 데려다 달라는 것이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또다시 “택시비를 보내시든, 데리러 오시라”고 거절했고, 학부모는 “민원을 넣고 인터넷에도 올리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A씨는 “‘경찰관이 미성년자를 길바닥에 내버려두고 간다’며 각색해서 민원 넣을 것 같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그 부모에 그 자식이다” “그 정도면 자식이 차 끊겼다고 연락하니까 부모가 먼저 ‘경찰에 전화해서 태워달라고 하라’고 가르쳤을 것 같다” “고생이 많으시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같은 경찰청 직원들은 “한두 번 보는 민원인도 아니다” “놀라운 건 이런 정신세계를 가진 인간들이 한둘이 아니라 인류애가 사라진다” “노인들이 그러는 건 자주 겪었는데 거기는 애들도 그러냐”며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로 순찰차를 타고 귀가하기 위해 경찰에 허위 신고를 했다가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사례는 다수 있다. 2015년 6월 경기도 부천의 한 거리에서 오후 11시 50분쯤 택시비를 아끼려고 “납치를 당했다”고 허위 신고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2019년 8월에는 인천 부평구의 한 거리에서 “노래방에서 도우미 영업을 한다”고 신고한 뒤 출동한 경찰관에게 “돈이 없어서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한 50대 남성이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도 있다. 2020년 4월 대구 동구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해 “사람을 죽이겠다”고 허위 신고한 후 순찰차로 집까지 태워달라고 요구하다가 거부당하자 경찰관에게 욕설하며 위협한 60대 남성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 장난신고는 행위 심각성에 따라 벌금, 과료처분을 받거나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며 “경찰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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