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이름은 축구선수, 등번호는 조던… 배구 괴물 김민재

김효경 2023. 1.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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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2년차지만 리그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대한항공 미들블로커 김민재. 용인=김현동 기자

이름은 국가대표 축구 선수와 똑같고, 등번호는 농구 황제와 같다. 배구판에 나타난 '스무살 괴물' 김민재(1m95㎝·대한항공) 얘기다.

디펜딩챔피언 대한항공은 올 시즌도 선두를 달리며 3연패를 향해 순항중이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한선수, 정지석, 곽승석, 임동혁 등 국가대표급 멤버 덕분이다. 여기에 새로운 힘이 더해졌다. 고졸 프로 2년차 미들블로커 김민재다.

김민재는 팀이 치른 2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속공 3위(62.0%), 블로킹 8위(세트당 0.533개) 등 개인 기록에서도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 실수가 잦지만 뛰어난 체공 능력을 활용해 활약 중이다. 생일이 지나지 않아 아직 만으로는 19살이지만 형님들을 제치고 주전을 꿰찼다.

최근 경기도 용인 대한항공 체육관에서 만난 김민재는 "점프 높이를 재 본 적은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육상, 축구 등 다양한 운동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운동신경이 발달하고, 점프력도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입단 당시부터 화제였다. 인하부고 3학년인 그는 대학 진학 대신 프로행을 선택했고, 2라운드 1순위로 지명됐다. 배구는 고졸 후 프로에 직행하기보다는 대학에 가는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축구 선수 김민재(나폴리)와 이름이 같다. 수비수인 김민재(1m90㎝)처럼 체격이 좋고, 상대 공격을 막는 게 주된 임무다.

김민재는 "포털사이트에 딱히 이름을 찾아보진 않는다"며 "그분은 저와 비교할 수도 없는 레벨이다. 내 이름이나 알지 모르겠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했다. 이어 "하이라이트 영상, 경기 중계를 보기도 한다.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해외에서 뛰는 모습이 부럽다"고 말했다.

나폴리에서 뛰는 축구 국가대표 김민재. AP=연합뉴스

등번호는 운동선수의 또다른 이름이다. 한국배구연맹은 올 시즌부터 20번까지 제한을 뒀던 등번호를 99번까지 확장했다. 지난해 4번을 쓰던 김민재는 마이클 조던을 따라 23번으로 바꿨다. 조던이 워싱턴 위저즈에서 세 번째 은퇴를 한 2003년에 태어난 김민재는 "당연히 조던의 플레이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하이라이트를 본 적은 있다. 명언도 찾아봤다"고 했다.

김민재가 조던을 우상으로 삼게 된 건 토미 틸리카이넨(핀란드) 대한항공 감독 때문이다. 김민재는 "감독님께서 나를 조던과 같은 이니셜인 MJ(Minjae)로 부른다. 자연스럽게 조던에 대해 찾아보게 됐고, 최고의 선수니까 등번호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구선수 중 농구화를 신는 선수도 있지만, 김민재는 '에어 조던'을 신지는 않는다. 김민재는 "우리 팀 스폰서 브랜드"라고 웃었다.

23번을 달고 뛴 최고의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 AP=연합뉴스


김민재는 배구 늦깎이다. 중학교 때까지는 배구부가 아니었다. 김민재는 "스포츠 클럽 활동을 열심히 했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농구, 축구, 플라잉 디스크, 카바디, 풋살, 배구 등을 했다. 킥복싱 선수 제안도 받았다"고 했다.

부모의 반대로 선수 활동은 하지 않았던 그는 부평동중 3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 한선수나 정지석 같은 선배들의 이름도 몰랐다. 김민재는 "중학교 3학년 때 1m90㎝를 넘겼다. 인하사대부고엔 나처럼 배구를 처음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동기들과 잘 지냈다. 1학년 때부터 경기에 나갈 수 있어 재밌었다"고 떠올렸다.

배구 경력이 짧지만, 틸리카이넨 감독은 김민재의 잠재력을 눈여겨봤다. 기본기가 부족한 그를 위해 장광균 코치도 힘을 보탰다. 프로 첫 해 정규시즌 최종전에 출전한 김민재는 18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올 시즌엔 개막전부터 쭉 스타팅으로 나섰다. 김민재는 "(한선수, 유광우)세터 형들이 많이 도와준다. 감독님은 '자신있게 하라'는 걸 강조한다. 감독님과 캐스퍼 코치님이 속공 타이밍과 블로킹 손 모양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한다"고 했다.


모처럼 나타난 대형 미들블로커 유망주의 등장에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올스타 팬투표에서 당당히 남자부 2위에 올랐다. 김민재는 "프로 2년 차인데 큰 사랑을 주셔서 많이 놀랐다.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선배 정한용은 "하루에 두 세 번은 팬투표를 확인했다"고 놀리기도 했다. 김민재는 "구단 유튜브를 통해 팬들이 원하는 세리머니를 들은 뒤 올스타전(29일)에서 선보이겠다"고 했다.

김민재는 입단하자마자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김민재는 "챔피언 결정전 이야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지난 시즌엔)내가 뛰진 않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멋진 경기였다. 이번엔 당연히 뛰고 싶다. 시즌을 꾸준히 잘 치르는 게 힘든데, 끝까지 잘 유지하겠다. 그리고 챔프전에 나가 대한항공의 트레블(컵대회·정규리그·챔프전 우승)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용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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