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소주 반 병

여론독자부 2023. 1. 25. 08: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할망구 둘이 소주를 마신다.

소주 한 병을 2시간 동안 마신다.

소주 반 병을 채 비우지 못한다.

저렇게 긴 술자리가 있나? 지난해 마시던 소주 반 병을 여태 비우지 못한 채 마당에 그어놓은 금 넘듯 한 해를 폴짝 뛰어넘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경제]

- 장인수

할망구 둘이 소주를 마신다.

두부 부침 4천원

참이슬 3천원

소주 한 병을 2시간 동안 마신다.

돈도 읎는디, 술 사줘서 고맙지라, 고맙지라

했던 말 수십 번 반복하면서

오래 사셔잉, 그랴, 그럽시다잉.

주거니 받거니

2시간을 마신다.

우정 변치 말자고

쭈그렁 손이 쭈그렁 손을 꼭 잡고

팔순끼리

두 분 합 169년끼리

소주 반 병을 채 비우지 못한다.

두부 부침 하나, 참이슬 한 병으로 차린 술상이 참 풍성하기도 하다. 산해진미를 차려놓았다면 마음이 혀에 가렸을지도 모른다. 했던 말을 수십 번 반복한다는데도 중언부언이나 말치레로 여겨지지 않는다. 볼 발간 소녀가 할망구 된 세월을, 뱅어 같던 손이 쭈그렁 손 된 내력을 위무하는데 짧은 말 한 마디가 부족함이 없다. 저렇게 긴 술자리가 있나? 지난해 마시던 소주 반 병을 여태 비우지 못한 채 마당에 그어놓은 금 넘듯 한 해를 폴짝 뛰어넘는다. 시 속에 포착된 두 할망구들은 영원히 저 술병을 다 비우지 못할 것이다.

- 시인 반칠환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