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기자 간 금품거래 사건’…언론윤리 재정립 발등의 불

최성진 2023. 1. 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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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10명이 꼽은 올해 언론 이슈
지난달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공영방송 관련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법의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와 <문화방송>(MBC) 등 비판 언론에 대한 정부·여당의 공세, <와이티엔>(YTN)과 <티비에스>(TBS) 등 공적 소유구조를 지닌 방송사가 직면한 민영화 압박 등 지난 한해 언론계에는 많은 대형 이슈가 찾아왔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2년차에 접어드는 올해에도 많은 미디어 이슈가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는 학계와 언론 관련 학회, 언론·현업단체를 이끌고 있는 언론 전문가 10명에게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언론계 현안 및 과제’를 물었다. 학계에서는 윤석민(서울대), 성동규(중앙대), 김서중(성공회대), 심영섭(경희사이버대) 교수가, 학회에서는 이준웅 한국언론학회장과 김은규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이, 언론·현업단체에서는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과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김종일 한국피디연합회장이 인터뷰에 응했다.

미룰 수 없는 공영방송 체제 개편

언론 전문가 10명 중 4명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공영방송을 포함한 공적 언론의 책무 강화 등을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혹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언론계 과제로 꼽았다.

김은규 언론정보학회장은 지난 20일 인터뷰에서 민주적 공론장으로서의 언론 기능을 강조하며 ‘정치적 후견주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지금의 공영방송 지배구조부터 빨리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이념적·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언론·미디어 제도의 문제가 정쟁화되는 소모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공영방송 관련) 법안에 대해 정부·여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인데, 여당 역시 공영방송의 편파성에 대해 지적해온 만큼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방안 마련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법 개정안 등 공영방송 관련 4개 법안은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뒤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회부된 상태다. 공영방송 관련 법 처리를 주도하고 있는 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여당이 이달 말까지 이 법안의 법사위 처리를 지연시키면 국회법에 따라 곧바로 본회의 부의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심영섭 교수는 “공영방송 이사회는 오랫동안 여야 정쟁을 대리하는 공간처럼 활용돼왔다”며 “(올해에는) 아직 여야가 큰 틀에서의 협의조차 못하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 법안을 마무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신미희 사무처장도 “미디어 공공성 강화와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과제가 올해 언론 분야의 가장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서중 교수는 좀 더 근본적으로 공영방송을 포함하는 모든 공적 언론의 책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사적인 성격의 매체가 주를 이루는 매체 환경의 변화로 인해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를 담당하는 공적 언론의 정치적·경제적 독립을 위해 시민이 참여하는 사장 선출 등 운영의 독립성과 내적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장치의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준웅 언론학회장은 ‘시청각매체법’ 제정을 통해 2000년 출범한 방송법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언론·미디어 분야) 개혁의 요체는 사업자 규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지금의) 방송법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입법기관, 사업자, 학계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매체혁신추진단 구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언론윤리 재정립 필요한 2023년

<한겨레> <한국일보> <중앙일보>의 간부급 기자가 연루된 ‘김만배·기자 간 금품거래 사건’은 이달 초 언론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부끄러운 기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양심적 언론인이 오늘도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취재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다”며 “이들을 위해서라도 2023년은 언론인의 윤리 의식을 고취시키는 한해가 되어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윤석민 교수는 한국 언론이 처한 지금의 상황을 ‘총체적 위기’라고 요약한 뒤, ‘미래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끌어갈 우수한 언론 인력 양성’을 올해 미디어 분야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그는 “언론의 품질, 그에 대한 수용자의 정당한 평가, 그리고 시장의 뒷받침이라는 건강한 저널리즘의 선순환 과정이 정립되지 못하고 그 역방향의 악순환이 심화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언론인의 윤리 문제, 낮은 수준의 디지털 능력 문제가 더해지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우수한 언론 인력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대안적인 저널리즘 교육 과정 설립이 (올해) 가장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성동규 교수는 미디어 규제·진흥 정책을 총괄·조정할 수 있는 부처나 기구를 (여소야대 구조로 인해) 정부 주도로 꾸리는 게 어렵다면, 대통령실의 미디어 정책 기능이라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관련 이슈나 허위조작정보 대응, 미디어 산업 규제 이슈 등을 통합적으로 다루려면 정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관련 업무·기능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부처 이기주의 등으로 특정 부처가 그 역할을 하기 어렵다면 대통령실이 나서서라도 그 일을 맡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광고 기반 오티티의 성장에 따라 표적광고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등 디지털 광고에서 발생하는 이용자 피해를 줄이는 방향의 미디어 광고 제도 개편, 공공미디어 강화와 실효성 있는 자율 규제 방안 마련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김종일 피디연합회장은 <조선중앙티브이> 등 북한 미디어 개방을 올해 가장 주목하는 미디어 분야 과제라고 소개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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