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광고의 비밀’ 보도가 알려준 것…언론계 침묵의 카르텔

한겨레 2023. 1. 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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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종업계의 카르텔 문제는 지역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생겨 지역 언론을 소유할 만큼 언론계 내부에 침묵의 카르텔이 공고하다는 것이다.

사실 옥외광고 사업은 수익다각화 전략을 고민해야 할 지역 언론계가 자신들의 자원을 활용하여 비교적 건강하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다.

따라서 지역 언론이 지방정부의 옥외광고 사업에 진출한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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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한선의 미디어전망대]
<한국방송>(KBS) 광주방송총국에서 지난해 12월 연속 기획보도로 내보낸 ‘광주시 옥외광고의 비밀’ 보도 장면. 뉴스 영상 갈무리

동종업계의 카르텔 문제는 지역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외부에 대해서는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던 언론사가 내부의 부조리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언론이 지역의 토착세력에 포획되는 현상, 즉 토호집단이 모기업이나 자회사 경영을 위해 지역 언론을 방패막이 삼아 소유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생겨 지역 언론을 소유할 만큼 언론계 내부에 침묵의 카르텔이 공고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방송>(KBS) 광주방송총국에서 지난해 12월 연속 기획보도로 내보낸 ‘광주시 옥외광고의 비밀’ 보도는 취재진의 고민과 용기가 엿보이는 기사였다. 도시 경관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이자 지방정부의 홍보 창구로 적극 활용되는 옥외광고 사업에 지역 신문과 시의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였기 때문이다.

어렴풋이 짐작하던 카르텔의 무게를 새삼 느끼게 된 것은 뉴스에 삽입될 전문가 인터뷰 요청에 응하면서다. 인터뷰를 위해 취재기자와 연락을 주고받던 과정에서 나는 동종업계가 얽힌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대한 취재진의 조심스러움과 신중함, 미안함이 복잡하게 뒤섞인 태도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나중에 보도를 접한 또 다른 언론인이 내게 ‘용기 있는 인터뷰’였다고 격려할 정도였으니 취재진의 우려는 이상할 것이 없었다. 카르텔의 견고함을 엿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보도는 언론계 내부의 카르텔에 균열을 가했다는 점 못지 않게 중요한 지점이 있다. 지방정부의 홍보예산 집행 문제에 관한 것으로 어떤 측면에서는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문제다. 사실 옥외광고 사업은 수익다각화 전략을 고민해야 할 지역 언론계가 자신들의 자원을 활용하여 비교적 건강하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다. 따라서 지역 언론이 지방정부의 옥외광고 사업에 진출한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또 각종 시책과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다각적인 홍보매체를 활용해야 하는 지방정부 입장에서도 옥외광고는 매력적인 홍보 도구일 수 있다.

결국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옥외광고 사업을 체계적 관리방안이나 정확한 데이터 없이 주먹구구로 대하는 행태, 또 홍보예산을 쌈짓돈 쓰듯 집행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인식과 태도에 있다.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의 홍보예산이 언론사의 존립을 결정지을만큼 중요한 요소가 돼버린 지역 언론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지자체 예산의 대부분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아주 작은 단위까지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세부지출 항목을 명확하게 명기해서 지방의회에 제출하고 심의를 받는다. 그런데 언론홍보비는 예외적이다. 세부지출 항목이 명시되지 않은 채 통으로 편성되고 단체장의 재량에 따라 집행된다. 물론 지자체마다 내부 운영 기준이 있겠지만 그 기준이 공표되지 않고 집행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단체장이 홍보예산을 언론통제, 언론 길들이기용으로 활용한다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미디어 관련 조례를 제정해 집행하는 지자체가 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이런 문제는 지방정부뿐 아니라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청와대 개방 광고비가 특정 언론사에 집중됐다는 비판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영업비밀을 이유로 정부의 광고홍보비 집행 내역이 공개된 적도 드물다. 지방정부는 관련 조례를 만들어 광고홍보비 예산 집행을 공정하게 집행하고 투명한 내역 공개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기 바란다.

한선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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