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만 거리두기

김소연 기자 2023. 1. 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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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업무 보려고 회사 반차내고 나왔더니 기다리는 줄도 만만치 않게 길어요. 벌써 3시인데 오늘 안에 업무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설상가상, 은행은 창구도 축소했고 영업점포 수도 줄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17개 국내은행 점포 수는 5855개로 2019년 9월 말(6733개)에 비해 878개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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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1팀 김소연 기자

"은행 업무 보려고 회사 반차내고 나왔더니 기다리는 줄도 만만치 않게 길어요. 벌써 3시인데 오늘 안에 업무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평일 오후, 지역 은행 영업점은 반차까지 내고 나온 김 대리, 모바일뱅킹 사용법을 모르는 할아버지 등 다양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은행에 가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지만, 몇 개 없는 창구와 쫓기는 마감시간 때문에 기다리던 이들 절반 가까이는 내일을 기약해야 한다. 어느 새 은행 업무는 가혹한 선착순제가 돼 버렸다.

전국 은행은 지난 2021년부터 현재까지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앞뒤로 30분씩 앞당겨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단축 영업 중이다. 감염병으로부터 은행원과 고객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미 해제됐고, 실외에 이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오는 30일이면 자유로워지는 것으로 예고됐다. 관공서, 식당 등 타 업종은 이미 원래의 영업시간으로 돌아왔다. 일상은 회복됐는데 은행만 여전히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설상가상, 은행은 창구도 축소했고 영업점포 수도 줄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17개 국내은행 점포 수는 5855개로 2019년 9월 말(6733개)에 비해 878개나 줄었다.

이로 인해 은행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갔다고 해도 선착순으로 가까스로 은행원을 만나야 하는 소비자들의 불편함은 점점 커지고 있다. "왜 하필 은행만 영업시간 단축을 유지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금융노사의 "노사간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답변이 우스꽝스러운 푸념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사측은 소비자들의 원성을 인식했는지, 노조와의 협의 여부와 관계없이 실내 마스크 해제 시점을 기점으로 영업시간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노조와의 협의 여부가 확실지 않아 모양새가 좋지 않지만, 이미 인내심이 바닥 난 소비자들을 위해 신속하고 합리적인 결정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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