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대전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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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시골 처녀 같은/ 대전 사람들은/ 서울 사람들을 보기만 해도 아이가 선다." 이는 정의홍(1944-1996) 시인의 '하루만 허락받은 시인'(새미, 1996)이라는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대전직할시'라는 시의 일부이다.
그래서 145만 대전 시민 중 한 사람이자, 대전을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필자이지만, 학생들의 이러한 단편적인 대답에 대해 선뜻 반박하지 못한다.
당시 대전은 최첨단으로 설계된, 그래서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도시 같았고 어마어마한 유잼(재미있는)의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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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시골 처녀 같은/ 대전 사람들은/ 서울 사람들을 보기만 해도 아이가 선다." 이는 정의홍(1944-1996) 시인의 '하루만 허락받은 시인'(새미, 1996)이라는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대전직할시'라는 시의 일부이다. 그 일부분만 인용할 경우, 시 전체의 맥락이나 행간 속에 함의된 시인의 의도나 말하고자 하는 바를 놓치기 쉽다. 그래서 시의 일부분만 끌어와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는 것이 무척이나 두렵고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핑계를 대며 그 일부를 이렇게 인용해 본다. 인용한 시구를 통해 '직할시' 시절의 대전 사람들에 대한 시인의 인식을, 그 일면을 확인할 수 있다.
"노잼(재미없는)의 도시, 칼국수에 진심인 도시, 기승전 성○당…" 이는 대전에 대한 인상을 물으면 외지에서 대전으로 진학한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대답이다. 사실 대전은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청춘들의 입장에서 보면, 광역시치고는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145만 대전 시민 중 한 사람이자, 대전을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필자이지만, 학생들의 이러한 단편적인 대답에 대해 선뜻 반박하지 못한다. 그래도 분하지 않은 이유는 "그래도 사람들은 정말 착하고, 순수해요"라는 그네들의 진심어린 그 다음 발언 때문이다. 정의홍 시인과 외지 학생들의 말만 빌려 성급하게 소결을 맺어보면 '직할시' 시절에도, 또 '광역시' 시절에도 대전 사람들이 순수한 것만은 분명하다.
광역시로 명칭이 변경된 것이 1994년이니, 필자와 대전의 첫 만남은 '직할시' 시절에 이루어졌다. 당시 대전은 최첨단으로 설계된, 그래서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도시 같았고 어마어마한 유잼(재미있는)의 공간이었다.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필자에게 대전의 첫인상은 그렇게 각인되어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엑스포' 때문이다. 즉, 1993년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처음 방문한 대전은 엑스포가 개최되고 있었고, 그 공간에만 머물렀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던 까닭에 대전은 최첨단의 도시로 착각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른 대도시를 경험한 후, 다시 마주하게 된 대전의 모습은 '낙후'로 표현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대도시치고는 수수했다. 그래서 한때는 화려한 다른 도시들을 동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골에서 나고 자란 태생적인 이유 때문인지 지금은 그러한 수수함이 오히려 더 정겹다. 대전과 다시 인연을 맺은 후로 계속 거주하고 있는 동구는 더더욱 그렇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학교 근처에 조성되어 있는 둘레길을 따라 걸으며 내려다보는 원도심은 화려하지도, 또 과하게 꾸미지도 않은 중후한 멋을 지닌 손때 묻은 놋그릇 같다.
개인적으로 둘레길 입구나 동네 빈터 여기저기에 개간되어 있는 텃밭들을 보면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곳에 붉은색 글씨로 쓰여진 '경작금지'라는 팻말들이 박혀 있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건물 건축 예정지'라는 친절하지 못한 안내와 공경어법으로 쓰이긴 했으나, 공격어법에 가까운 무시무시한 추가 설명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대전은 대전 사람들을 많이 닮아 있다. 그래서 여타의 대도시들과 달리 분명 많이 수수하다. 누군가는 이러한 수수함을 낙후로 읽고 쓰기도 한다. 그네들에게는 어쩌면 이러한 '경작금지'가 반가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전의 수수함이 더 정겨운 필자는 '경작금지'라는 팻말을 '개발금지'라는 팻말로 슬그머니 바꿔 놓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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