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코치' 이 호에게 오프사이드 논란이란? 아드보카트란? 아내의 눈물이란?[인터뷰]

윤진만 2023. 1. 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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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서울 이랜드
출처=K리그 페이스북 영상 캡쳐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저와 같은 스토리를 쓴 선수가 또 있을까요."

지난해 축구화를 벗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이 호 서울 이랜드 수석코치(39)는 태국 전지훈련 출국을 앞두고 청평 클럽하우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20년간의 프로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 코치는 신인 시절이던 2005년 울산 현대에서 K리그 우승을 경험하고 제니트(러시아), 성남, 알아인(아랍에미리트), 오미야(일본), 상주 상무, 전북, 무앙통(태국) 등 다양한 팀을 거쳐 2021년 울산으로 돌아와 2022시즌 울산의 17년만의 K리그1 우승을 뒷받침했다. 이 코치는 "시작과 끝을 울산에서 했다. 생각한대로, 말하는대로 울산에서 우승하며 선수 경력을 마무리했다. 신기하고, 재미있고, 행복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코치는 "다시 들어본 K리그 트로피는 일단 무겁더라. 그리고 모양이 바뀌었다"며 "우승을 해본 경험이 꽤 있어서 이번에 우승할 경우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트로피를 든 순간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주변에 많게는 20살 어린 후배들도 있어 자제하려고 했으나, 그 순간은 그게 되질 않았다. 선수로서의 마지막 트로피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만약 울산이 우승을 하지 못했더라도 내 목표 중 하나였던 프로 생활 20년을 채웠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겠지만, 분명 아쉬움은 오래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호의 선수 고별전이 된 제주전에선 아내인 양은지씨의 눈물이 화제가 됐다. 양씨는 관중석에서 남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호는 "지난 세월을 생각하며 흘린 아쉬움과 기쁨의 눈물이었을 거다. '지금까지 잘 왔구나, 고생했구나' 그런 의미의 눈물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20년간 쉼없이 달린 남편이 은퇴 후 1~2년이라도 쉬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은 없었을까. 이 코치는 "직업 특성상 언제가 됐든 쉴 때는 쉴 수 있을 거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기회가 왔을 때 해야한다는 생각이다. 아내도 늘 내 결정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편"이라고 했다. 이 호는 울산을 떠난 뒤 박충균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이랜드의 수석코치로 임명됐다.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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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치의 선수 시절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회가 2006년 독일월드컵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과 박주영 이 호 등 신예들이 어우러져 '역대급 스쿼드'라고 평가받았다.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한 이 호는 16강 진출을 가리는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오프사이드 논란이 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상대 선수의 패스를 차단하려고 발을 뻗었는데, 이 호 발에 맞은 공이 그만 상대 공격수 알렉산더 프라이에게 향했다. 프라이가 그걸 추가골로 연결했다. 한국 선수들은 오프사이드를 주장했지만, 주심은 받아들이지 않고 골로 인정했다. 한국은 0대2로 패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 코치는 "내가 의도를 갖고 패스를 한 게 아니고 굴절이 된 것이다. 운이 안 좋았다"며 "당시엔 굴절이 된 득점이 인정된 사례를 K리그에서 거의 본 적이 없어서 다들 오프사이드인 줄 알았다. 지금처럼 비디오판독시스템(VAR)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커리어를 통틀어 아쉬운 장면 중 하나지만,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수없이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국 대표팀을 이끈 감독은 네덜란드 출신 딕 아드보카트다. 대회 후 이 호는 22세의 나이로 아드보카트를 따라 제니트에 입단하며 유럽 진출의 꿈을 이뤘다. 이 호는 "감사한 분이다. 처음으로 나를 대표팀에 발탁했다"며 "다만 내가 제니트에 입단할 때 나이가 조금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러시아 축구의 아시아축구연맹(AFC) 편입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 호는 "아시아로 들어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빨리 (우크라이나와의)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 코치는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를 쌓았다. 해외에서 용병 생활을 하고, 국내에선 레전드 대접을 받았다. 이 코치는 '지금 축구를 했다면 어땠을까'란 질문에 "비벼볼 만하지 않을까.(웃음) 지금은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좋은 미드필더가 되기 위해선 첫째도 기본, 둘째도 기본이라는 조언을 곁들였다. "패션처럼 축구도 유행을 탄다. 그럼에도 기본의 중요성은 변치 않는다. 지금 대표팀만 봐도 기본기가 잘 갖춰진 선수들이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코치는 지난 2년간 울산의 플레잉코치로 홍명보 울산 감독으로부터 지도자 수업을 들었다. 이 코치는 "홍 감독님과 함께한 2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걸 배웠다. 행동에는 이유, 계획이 다 있었다. 화제가 된 '이게 팀이야?'라고 라커룸에서 화를 내는 상황에서도 그랬다. 내 기억이 맞다면 홍 감독님이 화를 낸 건 그때 한 번이다. 홍 감독님을 닮은 지도자가 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코치는 "당장은 박 감독님의 철학을 팀에 입히는 작업을 도와야 한다. 책에 나오지 않는 경험을 선수들에게 전달해주려고 한다. 지금은 기대반걱정반"이라고 했다. '축구선수 이 호' 제2장 지도자편은 이제 막 시작됐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사진제공=서울 이랜드
사진제공=서울 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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