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 구해줘, 110만원 줄게”...中서 암거래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3. 1. 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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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벌찬의 차이나 온 에어]사망자 급증하자 치료제 품귀
“어르신에게 최고의 설 선물”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구해주면 6000위안(약 109만원)을 줄게.”

지난 15일 베이징을 떠나 대만으로 출장 갔다는 소식을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단톡방에 알렸다. 그러자 중국인 지인 A씨가 이 같은 부탁을 해왔다. 팍스로비드의 중국 공식 판매가 2300위안(약 42만원)의 3배에 육박하는 가격에 사겠다는 것이다. 다른 지인들도 앞다퉈서 유사한 부탁을 해왔다. 부탁은 모두 정중하게 거절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를 맞아 지난 22일 베이징 시내 라마교 사원에서 시민들이 신년 기도를 하고 있다. ‘제로 코로나’ 규제가 풀린 뒤 첫 춘제 연휴를 맞아 도심 곳곳이 인파로 붐볐다. /로이터 뉴스1

중국에서 이달 들어 코로나 확산으로 사망자가 급증하자 팍스로비드 해외 구매 대행이나 암거래를 부탁하는 일이 늘고 있다. 베이징의 한 기업인은 “춘제(중국 설)를 맞아 3년 만에 귀향하는 중국인들이 부모와 조부모 선물로 팍스로비드를 쓸어가고 있어 한 상자 가격이 한때 1만4000위안(약 255만원)까지 올랐다”며 “중국인은 팍스로비드를 고령의 가족을 살리는 생명줄로 여긴다”고 했다. 그는 “10만위안을 들여 9상자를 확보했다”며 “일부는 고객사에 선물로 줬다”고 했다.

팍스로비드는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만든 ‘먹는 코로나 치료제’다. 입원과 사망 예방 효과가 88%에 달한다. 중국 본토에서도 코로나에 걸린 기저 질환자나 노인이 처방받아 복용할 수 있지만, 시중에 풀린 물량이 적고 수요가 치솟은 탓에 해외에서 구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팍스로비드 가격이 급등할 정도로 중국에서 코로나는 춘제를 기점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7일 방역 완화 이후 처음 맞은 이번 춘제 기간 중국인들은 대이동을 했다. 춘윈(춘제 특별운송기간·1월 7일~2월 15일)이 시작된 뒤 춘제 하루 전인 지난 21일까지 철도 운송 누적 인원이 1억954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했다. 코로나 감염을 피하려고 대중교통 대신 승용차로 귀향하는 이들도 많았다. 지난 7~18일 고속도로 누적 통행 승용차는 3억20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11.8% 늘었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올해 춘윈 기간(40일) 동안 20억9500만명이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보다 99.5% 늘어난 수치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연휴 기간 영화 흥행 수입이 90억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61억위안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코로나 감염자가 11억명이라는 정부 방역 전문가의 발언이 나와 주목받았다. 우준유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감염병학 수석 전문가는 21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인구의 약 80%가 이미 감염됐다”고 밝혔다. 그가 소속된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중국 방역 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산하 기구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한 중국 인구(약 14억1175만명)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11억2940만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0.1~0.2% 수준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계열 변이의 치명률을 대입하면 최소 110만명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 치료제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홍콩에서는 최근 의약품 밀수 적발 사례가 부쩍 늘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세관 당국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6주간 1000만홍콩달러(약 16억원) 이상의 규제 약물을 압수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중국 본토로 향하는 팍스로비드와 프리모비르(팍스로비드 복제약) 등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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