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립대 국가보조금은 10조원, 학교 하청노동자는 최저임금

기자 2023. 1. 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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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통계서비스(kess.kedi.re.kr)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공립대학은 55개인 반면 사립대학은 326개이다. 사립대학이 전체 대학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사립대학이 평균 10%에 불과하고 시장자본주의가 발달한 미국마저도 사립대학의 비율이 30%를 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기형적이다. 이러한 국내 사립대학의 기형적인 비율은, 지난 수십년 동안 교육당국이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방치한 결과임에 틀림없다. 이는 동시에 사립대학을 교육의 수단이기보다는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해온 사립대 설립자들의 욕구가 맞아떨어져 생긴 결과일 것이다.

박용환 사학공공성강화연대(준) 대표, 성균관대비정규분회 조합원

사립대학에 투입된 국고보조금은 8조2912억원(2021년 기준, 한국사학진흥재단)에 이른다. 내가 하청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성균관대는 한 해 국가보조금이 2554억원에 이른다. 5년간으로 확대하면 1조원이 넘는 국민세금이 성균관대 한 곳에 투입된 것이다. 정부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사립대학 지원금을 합산한 이 금액은 ‘고등교육지원 정책’에 따라 앞으로는 더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작년 말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을 위한 법률 제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고등교육 예산에 1조6126억원이 추가로 증액되었다. 따라서 올해는 사립대학에 10조원대의 국고가 지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사립대학의 법인(재단)전입금은 2022년 기준으로 평균 4.2%에 불과하다. 국가는 사립대학 재단에 비해 매년 5~6배에 이르는 엄청난 재원을 투입하고 있어서 국가와 이 재원을 납부하고 있는 국민은 사립대학의 최대주주인 셈이다.

이처럼 사립대학에 엄청난 국고가 투입되고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 2019년 일부 사립대학에 대한 교육부 종합감사결과가 발표되었는데 그 결과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연구비로 유흥주점을 수십 차례 드나들거나 교비회계에서 순금과 상품권을 사서 교직원에게 나눠주었다. 시간외수당 부정 지출은 너무나 일상적이다.

그렇게 사립대학은 수억, 수십억원을 흥청망청 부정하게 사용하면서도, 대학의 운영 및 유지를 위한 필수노동자인 청소·주차·경비노동자들에게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당연시하고 있다. 경기도내 76개 대학의 비정규직 실태조사(2019년)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은 62.5%로 조사됐다. 한국 사회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41.5%인 데 비해 대학의 비정규직 비율은 월등히 높다. 비정규 계약직 직원의 평균연봉은 대학 직원 임금의 56.1% 수준으로 대부분 최저시급 적용을 당연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학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는 원청인 대학이 일차적인 책임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생활임금. 노동자가 가족을 부양하고 교육문화 등 각 분야에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며 실질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등을 고려해 결정한 임금을 말한다. 저임금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 이상 적정 수준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2013년 경기 부천시에서 도입된 이래 지금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 국공립대학에서 생활임금 제도를 확대 시행 중이다. 이 생활임금이 국공립대학뿐 아니라 사립대학 하청노동자들에게도 확대 적용되어야 한다. 사립대학도 법에서 정한 공공성(교육기본법 제9조, 사립학교법 제1조)을 가진 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귀족노조 운운하며 노동개혁을 강조하지만 정작 비정규 불안정 상태의 하청노동자를 위한 노동개혁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10조원대에 이르는 사립대학 국고보조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상시적인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사립대학 하청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개선되도록 체감할 수 있는, 실제적인 노동개혁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

박용환 사학공공성강화연대(준) 대표, 성균관대비정규분회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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