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 WBC 대표팀 구성 비판한 추신수, ‘미래’ 보자면서 ‘현실’은 못 살폈다

김은진 기자 2023. 1. 2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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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필요성 원론은 맞지만
한국 야구 고민·실정과는 거리
학폭 전력 ‘안우진 배제’ 지적도
문제의 본질 제대로 파악 안 해
톱스타 ‘말의 무게’ 되새겨야

한국 야구는 2년 전 도쿄 올림픽 대표팀을 꾸릴 때 큰 어려움을 겪었다. 13년 만에 다시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디펜딩 챔피언’의 부담을 안고 나가는데 ‘해외파’는 한 명도 데려갈 수 없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김광현과 양현종은 미국에 있었다. ‘과감하게’라고 했지만 실은 어쩔 수 없이, 젊은 선수들을 축으로 마운드를 꾸렸다.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WBC는 올림픽과 전혀 다른 성격의 대회지만 도쿄 올림픽 이후 처음 맞이하는 국제대회라는 점에서 부담은 2년 전 못지않다. 지휘봉을 잡은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처음에는 젊은 선수들로만 구성하고 싶었지만 무조건 성적을 내야 하기 때문에 김광현과 양현종을 선발했다. 중요할 때 쓰겠다”고 했다. 묻지도 않은 둘의 이름을 콕 집어 먼저 설명한 것은 그 정도로 고민이 컸기 때문이다.

추신수(사진)가 최근 미국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WBC 대표팀 구성을 비판했다. 한국 야구 미래를 위해 젊은 선수들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줘야 했다는 취지로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이냐” “나라면 미래를 봤을 것”이라고 했다. 미래를 위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이 매우 원론적인 취지는 한국 야구 전체가 이미 수년 전부터 공감하고 고민해온 부분이다. 그럼에도 당장 부딪혀야 할 현실이 있었다는 사령탑의 설명을 추신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 폄하했다.

안우진(키움) 관련 발언은 추신수의 동떨어진 현실 감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교 때 학교폭력 전력으로 발이 묶인 안우진은 리그 최고 투수가 되고도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추신수는 “저도 한국에서 야구하고 있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 “한국은 용서가 너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안우진을 실력 외 이유로 선발하지 않은 점을 비난했다.

성적으로는 안우진 이상 가는 투수가 없다는 사실 역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최근 몇년 사이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다. 재능 있지만 과거 있는 안우진의 정체성은 향후에도 이어질 리그 전체의 숙제이기도 하다. 어려운 문제였기에 논란이 있었고 고민이 컸다. 더구나 선수 선발 문제로 국가대표 사령탑이 억울하게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겪었던 한국 야구는 정말 신중하게 고민해 결정을 내렸다. 추신수는 이런 맥락을 모르는 것일까.

추신수는 KBO에 입성한 이후 늘 관대한 시선을 받았다. 과거 전력과 별개로,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한국인 타자였기에 모든 면에서 특급 대우를 받았다. 열악한 원정 팀 공간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자 잠실구장이 바로 공사에 들어갔고, SSG는 추신수가 원한 ‘사우나 시설’까지 만들어주며 라커룸 환경을 개선했다. 그동안 모든 선수들이 수없이 외쳤지만 메아리에 그친 것들이 추신수의 한마디에 움직였다. 바람직한 영향도 있었다.

그러나 대표팀 선발에 대한 고민은 야구장에 사우나를 만들어달라는 얘기와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이야기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기술위원회는 몇달 동안 몇번의 논의를 거쳐 고민 끝에 어렵사리 엔트리를 결정했다. 추신수는 사견이라면서 사석이 아닌 ‘공식 발언’을 통해 그 결정이 틀리다고 했다. 얼마나 고민한 내용일까.

지난 2년은 톱스타인 자신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는지 추신수가 충분히 알았을 시간이다. 아무 말이나 해도 될 자유가 아니라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어야 할 시간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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