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서 잇단 총기난사…미 아시아계 ‘악몽의 음력설’

김유진 기자 2023. 1. 24. 21: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A 교외 댄스교습소·샌프란시스코 외곽 농장 등서 참극
중국·베트남계 등 최소 18명 사망…한인 피해는 없어
미국 내 가장 엄격한 총기 규제 지역에서 발생 ‘충격’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불과 48시간도 안 돼 총기난사 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최소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대다수는 음력설을 맞아 이민 생활의 고단함을 달래던 아시아계 미국인이었다.

2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10시20분쯤 LA 교외에 있는 몬터레이 파크의 ‘스타 볼룸 댄스 스튜디오’에서 베트남계 미국인 휴 캔 트랜(72)이 총기를 난사해 11명이 숨졌다. 희생자 대부분은 60~70대의 중국계 또는 베트남계 노인들이었다.

목격자들은 트랜이 교습소 안에 들어서자마자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범행 20분 뒤쯤 그는 인근 앨햄브라의 댄스 교습소 ‘라이라이 볼룸 스튜디오’로 이동해 2차 범행을 시도하다 현장에 있던 시민에 의해 제압당했다. 트랜은 이후 차로 달아나 40분 떨어진 토런스의 쇼핑몰 인근 주차장에서 스스로 총을 쏴 숨졌다. 트랜은 1966년 이후 발생한 총기난사범 가운데 최고령이다.

체포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해안의 소도시 해프문베이 두 곳에서 23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가 체포되는 장면이 시민 비디오에 잡혔다. 이날 총기난사 사건으로 주민 7명이 사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수사당국은 트랜의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지만 개인 원한에 의한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 CNN 등은 교습소의 오랜 회원이었던 트랜이 일부 회원들에게 불만을 품고 총격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몬터레이 파크는 아시아계가 미 역사상 처음으로 과반인, 아시아계 이민사에서 상징성을 지니는 지역이다. 특히 스타 볼룸 댄스 스튜디오는 약 30년 전부터 지역 사회의 친교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중국계 노인들이 라틴댄스 차차나 룸바를 배우기 위해 교습소를 찾았다.

총기난사는 몬터레이 파크에서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열린 음력설 기념 축제가 끝난 지 불과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당시 약 10만명의 주민들이 거리에 나와 있던 것으로 추산된다.

몬터레이 파크 인근에 한인들이 운영하는 식당 등이 있지만 피해는 없었다. 제임스 안 LA한인회 회장은 통화에서 “한인들 피해가 없었다고 안도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 아시아 커뮤니티 일원으로 슬픔을 당한 중국계 단체들에 손을 내밀어 연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극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몬터레이 파크 참극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23일 낮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48㎞가량 떨어진 해안 소도시 해프문베이 외곽에 있는 버섯농장과 인접한 운송업체에서 연달아 총격이 발생해 모두 7명이 숨졌다. 해당 농장에서는 중국계 노동자들이 다수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해프문베이 주민 자오춘리(67)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으나 아직 범행 동기는 파악되지 않았다. 그는 경찰 지구대 주차장에 정차된 자신의 차량에서 저항 없이 체포됐다. 크리스티나 코퍼스 보안관은 용의자가 두 범행장소 중 한 곳인 어린이 돌봄 공간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범행 당시 농장 일꾼들은 물론 어린이들도 현장에 있었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강화된 총기 규제 법률이 시행 중인 캘리포니아주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연달아 벌어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로버트 루나 LA카운티 보안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총기 규제 법이 있지만 오늘 일어난 일을 보라”며 “현상 유지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