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초치’ 이후 첫 입장 낸 이란 “한국, 실수 시정 노력 불충분”

‘UAE의 적국’ 발언 관련
외무부 “의지 보였지만…”
동결자금 무조건 반환 요구

이란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적은 이란” 발언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대응 노력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조처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란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사진)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테헤란과 서울에서 우리는 진지한 입장을 전달했다. 대화에서 한국 정부는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하면서도 “우리 관점에서 (한국 정부의) 조치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칸아니 대변인은 한국 정부에 “(중동) 지역 국가들과 협력을 모색하는 역외 국가들은 불필요한 긴장을 피하고, 상호협력과 안정을 강화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UAE 아크부대 방문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양국이 각국 대사를 ‘맞초치’한 뒤 처음으로 나온 이란의 공식 반응이다.

또 이란 외무부는 한국 정부에 동결자금 반환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며 한국 정부에는 이란의 법적 권리를 옹호하고 전제 조건 없이 자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칸아니 대변인은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만족하지 못한다”며 “한국 내 이란 자금은 양국의 다른 현안과 관계없이 반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으로 한국에는 현재 약 70억달러의 이란 석유판매 대금이 원화로 동결돼 있다. 이는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란 자금 동결 문제는 수년간 한국과 이란 관계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한국은 미 정부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2018년 11월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하기 이전까지 이란 석유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였다.

앞서 이란 외무부는 지난 18일 윤강현 주이란 대사를 초치하고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중동 국가들의) 우호적 관계를 방해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유감을 표했다. 다음날 조현동 외교부 1차관도 주한 이란대사를 불러들여 “윤 대통령의 발언은 UAE에서 임무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이었고, 한·이란 관계 등 이란의 국제관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