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집 안 살래요”…고금리에 미국도 주택거래 ‘바닥’
매매건수 12년만에 최저치
거래량 감소 기간도 역대 최장
침체 조짐 경제전반 확산 우려
‘매파’ 연준이사도 “0.25%P 지지”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해 12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가 전월보다 1.5%, 전년 동월보다 34% 각각 감소한 402만 건(연율)으로 집계됐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기존주택 매매건수는 11개월 연속 감소해 지난 1999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장기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매매 건수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2010년 11월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2022년 연간 총 매매 건수는 전년보다 17.8% 급감한 503만 건으로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년 대비 감소폭이 2008년 이후 가장 컸다”면서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잠재적 매수자들을 따돌렸다”고 전했다.
집값 하락세도 이어졌다. 지난달 거래된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36만6900달러(약 4억5300만원)로 지난해 6월 역대 최고가(41만3800달러)를 찍은 이후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2월 집값은 2.3% 올라 역대 최장기인 130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대였던 오름폭은 크게 축소됐다.
로런스 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2월은 한정된 매물과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매수자들에게 어려운 달이었다”면서 “다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작년 말 정점을 찍은 뒤 눈에 뛰게 내린 만큼 조만간 거래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잠재적 매수자들에게 작년보다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며 주택가격이 추가로 내릴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연준이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 여파로 대출금리가 치솟자 잠재적 매수자들이 크게 줄어들며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업체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주 6.33%였던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이번주 6.15%로 내려왔으나, 1년 전(3.56%)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기존주택 거래는 미 전체 주택시장 거래량의 90%를 차지한다. 나머지 10%가 신규주택 거래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최근 진정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7월 9.1%까지 치솟았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2월 13개월 만에 6%로 내려왔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듯 매파 성향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공개 지지했다. 월러 이사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행사 연설을 통해 “현재 데이터에 근거할 때 앞으로는 난기류가 별로 없어 보인다”면서 “지금으로서는 0.25%포인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첫 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 가능성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지난해 1월 0.25%(상단 기준)이던 기준금리를 일곱차례에 걸쳐 4.5%까지 끌어올렸다.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연준은 지난달 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속도 조절에 나선 데 이어 2월에는 추가 감속할 것이 유력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기준금리 선물시장의 투자자들은 2월 0.25%포인트 인상 확률을 100%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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