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1년, 현장에선…] 예방보다 `처벌`이라더니… 사망자 늘고 제재 0건

박은희 2023. 1. 2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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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로 시행 1년을 맞지만,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늘었고 처벌은 단 1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형사처벌 대상을 '안전관리 의무가 있는 경영 책임자'로 규정하는 등 애매모호하고 불명확한 규정들이 많아 시행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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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이상 사업장 전년보다 8명 ↑
애초에 규정 모호… 개선TF 발족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로 시행 1년을 맞지만,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늘었고 처벌은 단 1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시행 전부터 실효성 의문을 낳았던 모호한 규정과 과도한 처벌 등으로 안전을 위한 예방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는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선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전문가들은 "처벌수준을 높이는 데만 집중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갔지만 효과가 없는 게 입증된 셈"이라며 "예방기준을 정교하고 실효성 있게 만드는 게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24일 고용노동부의 '2022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644명(611건)으로 전년 683명(665건)보다 39명(5.7%) 적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의 지난해 사망자는 256명(230건)으로 전년 248명(234건)보다 8명(3.2%) 많다.

50인 미만(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의 지난해 사망자는 388명(381건)으로 전년 435명(431건)보다 47명(10.8%) 줄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 이 법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 중대재해는 229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568건이지만,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에게 법 위반 혐의가 없는 경우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고용부는 229건 중 34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18건은 내사 종결했다. 177건은 현재 내사·수사 중이다. 검찰은 34건 중 11건을 기소했지만, 재판 결과가 나온 사건은 없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정부가 두성산업, 삼표산업 등 중대재해 발생 기업의 대표이사(CEO)나 현장 소장을 상대로 신청한 4건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형사처벌 대상을 '안전관리 의무가 있는 경영 책임자'로 규정하는 등 애매모호하고 불명확한 규정들이 많아 시행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기업들은 법 시행 후 계속해서 법의 모호성으로 인해 막막하다고 호소해왔고, 노동계도 산업현장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법이라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제출해야 하는 서류 양이 방대해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사고 예방보다 사고 후 대응에 치중하게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상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기도 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11월 30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 관련 정책을 '처벌과 규제' 중심에서 '자기규율(자율) 예방 및 엄중 처벌'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예방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선 법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보여주기식 서류작성에만 치중해 실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며 "안전교육 시행 확인 문서 등 서류만 잘 작성하면 빠져나갈 수 있는 형태로 돼있어서, 대기업의 경우 기소 후 무죄판결 가능성 높고 중소기업만 더 강하게 처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효과가 나중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하는 건 굉장히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시행 전부터 예방기준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희기자 e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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