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잔치’ 누린 은행원들…“코로나 때문에 영업정상화 안돼”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3. 1. 2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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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측 “노조와 협의하지만 합의 꼭 필요한 사안 아니다”…법률 검토 마쳐
‘9시반 개점’ ‘주4.5일제’ 주장하는 ‘강성’ 노조 반발 변수
금융노사 25일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주제로 협의 예정
이달 말 ‘1시간 단축’됐던 영업시간 복원될지 주목
위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오는 30일부터 코로나19 마지막 방역수칙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대부분 사라지며 일상 회복에 성큼 다가섰지만 은행권은 노조 반대로 영업시간 정상화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금융 노사간 영업시간 복원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은행권은 노조와 합의 없이 영업시간을 복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금융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노조가 소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사측 대표기구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융 사측)는 지난 18일 영업시간 정상화를 주제로 노사 대표급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광수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은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에게 “30일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가 예상되는 만큼 더는 영업시간 정상화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양측은 25일 영업시간 정상화 협의를 진행한다.

금융 노사는 지난 10월 은행 영업시간 운영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달 12일 첫 회의를 열었지만 입장차가 뚜렷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측은 은행 영업시간이 줄어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되면 영업시간을 즉각 정상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금융노조는 고객 불편 해소는 영업시간 ‘다양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맞섰다. 노조가 코로나19 이전으로 영업시간을 원상복구하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셈이다. 금융 노조는 또 은행 폐점 시각은 오후 4시로 되돌리더라도 개점 시각은 기존보다 30분 늦춘 9시30분을 유지하고, 반나절 더 쉬는 ‘주 4.5일제 도입’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처럼 노사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지자 사측은 노사합의 없이도 영업시간 복원에 착수하겠다는 ‘강수’를 둔 셈이다.

은행 영업시간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계기로 2021년 7월부터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1시간 줄었다. 이후 1년 반 넘게 코로나19 이전(오전9시~오후4시)보다 30분 늦게 개점하고, 30분 일찍 폐점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비롯한 대부분 편의시설은 작년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기존 영업시간으로 돌아왔지만, 은행들은 해가 바뀌어도 단축 영업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5대 은행 중에서 영업시간을 정상화한 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

금융 사측의 계획대로 은행 영업시간이 다시 늘어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융노조는 지난 20일 “(사측이) ‘무조건적 과거 회귀’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영업시간 정상화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영업단축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며 “금융노조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노사 협의 날짜를 기존 27일에서 25일로 앞당긴 것 아니겠냐”고 했다. 사측은 최근 외부 법률자문을 거쳐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된 뒤에 영업시간을 복구하는데 노사합의가 필수 조건이 아니라는 해석을 얻었다. 하지만 노조는 ‘노사합의’가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어 노조 반발 가능성이 변수다.

금융노조는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금융공기업 등의 노조원 약 10만명이 소속돼 있다. 한국노총 산하 노조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금융노조는 지난해 9월 시중은행 직원들이 평균 1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데도 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강행했다. 지난 12월 강성으로 평가되는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이 주 4.5일제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연임에 성공했다.

은행 단축 영업에 대한 비판 여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직장인이 은행 상담 받으려면 연차를 내야한다”, “1시간 이상 대기가 기본이어서 대학생도 강의에 못들어 갈만큼 은행 영업시간이 짧다”, “은행만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 등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영업시간 복구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큰 만큼 노조가 집단행동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영업시간 복구 논의 과정에서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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