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낙관론…테슬라·엔비디아 이틀새 급등
中·유럽 경기 빠르게 회복
폭락했던 기술주 V자 반등
설 연휴 기간이었던 20~23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빅테크주가 급등한 일차적인 이유는 다음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향후 경기에 대한 커지는 낙관론이다.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복합위기에 대한 경계 속에서도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 것과 일맥상통하는 분위기다.
23일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나스닥지수는 2.01% 상승한 1만1364.41을 기록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76%)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19%)보다 더 큰 오름세를 나타낸 것이다. 투자업체인 BTIG의 조너선 크린스키 수석애널리스트는 "장기적인 추세는 여전히 약세장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시장 강세론자들이 경기 침체 '연착륙'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주가 상승 배경을 설명했다. 통상 주가는 2~3개 분기 후 실적을 반영하기 때문에 1분기부터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투자자들은 기술주 실적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S&P500에 소속돼 있는 57개 기업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 중 63%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이언 벨스키 BMO캐피털마켓 최고투자자전략가는 앞서 "1분기에 S&P500이 새로운 하락장에 들어갈 것이라는 월스트리트 평가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면서 "상승장 초기 단계에 이미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테크업체는 이번주부터 실적발표에 돌입한다. 마이크로소프트(24일) 테슬라·IBM(25일) 인텔(26일) 메타(2월 1일) 구글·애플(2일) 순이다.
특히 테슬라는 올해 들어 가격을 6~20% 인하하면서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증권매체인 시킹알파는 "테슬라는 올해 30.1%에 달하는 외형적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격 인하로 영업이익이 줄겠지만 이는 시장점유율과 매출 확대를 위한 교환과 같다"고 말했다. 공매도 규모 역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호르 두사니프스 S3파트너스 담당은 "올해 들어 테슬라에 대한 공매도 규모는 약 4.8% 줄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가가 지속 하락해온 엔비디아에 대한 평가마저 달라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반도체 업계는 2022년 꽤 험난한 시기를 겪었다"며 "클라우드에 대한 지출이 늘면서 올해는 '연착륙'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기술주들이 상승세를 보인 또 다른 요인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 중 99.1%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을 25bp(1bp=0.01%포인트)로 전망한 상태다. 하지만 추세적인 상승장에 접어들었다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나스닥지수는 현재 장기 추세를 가리키는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약 4% 낮게 머물고 있다. 매수세가 강하지 않다는 신호다.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석애널리스트는 "연준이 베이비스텝을 밟는다는 소식에도 나스닥이 여전히 20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실리콘밸리/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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