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택거래 건수 12년만에 가장 적었다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2023. 1. 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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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대출금리 급등 매매 급감
전년 동월 비해선 34% 감소
거래 감소 기간도 역대 최장
부동산 침체 경제전반 확산
연준 매파도 "0.25%P 지지"

주택담보대출 금리 급등으로 지난달 미국 주택시장이 12년 만에 가장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며 주택 매수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시장을 비롯한 미국 경제 전반이 침체될 조짐을 보이자 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 이사도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다음달 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해 12월 기존 주택 매매 건수가 각각 전월보다 1.5%, 전년 동월보다 34% 감소한 402만건(연율)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기존 주택 매매 건수는 11개월 연속 줄어들어 1999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장기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매매 건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2010년 11월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2022년 연간 총 매매 건수는 전년보다 17.8% 급감한 503만건으로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전년 대비 감소폭이 2008년 이후 가장 컸다"면서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잠재적 매수자들을 따돌렸다"고 전했다.

집값 하락세도 이어졌다. 지난달 거래된 기존 주택 중위가격은 36만6900달러(약 4억5300만원)로 지난해 6월 역대 최고가(41만3800달러)를 찍은 이후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지난해 12월 집값은 2.3% 올라 역대 최장기인 130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대였던 오름폭은 크게 축소됐다.

로런스 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2월은 한정된 매물과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매수자에게 어려운 달이었다"며 "다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해 말 정점을 찍은 뒤 눈에 띄게 내린 만큼 조만간 거래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잠재적 매수자들에게 작년보다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며 주택 가격이 추가로 내릴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연준이 4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 여파로 대출금리가 치솟자 잠재적 매수자들이 크게 줄어들며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주 6.33%였던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이번주 6.15%로 내려왔으나, 1년 전(3.56%)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기존 주택 거래는 미국 전체 주택시장 거래량 중 90%를 차지하며, 나머지 10%가 신규 주택 거래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최근 진정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7월 9.1%까지 치솟았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2월에 13개월 만에 6%로 내려왔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매파 성향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월러 이사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행사 연설을 통해 "현재 데이터에 근거할 때 앞으로는 난기류가 별로 없어 보인다"며 "지금으로서는 0.25%포인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첫 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지난해 1월 0.25%(상단 기준)이던 기준금리를 일곱 차례에 걸쳐 4.5%까지 끌어올렸다.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연준은 지난달 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을 단행해 속도 조절에 나선 데 이어 2월에는 추가 감속할 것이 유력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기준금리 선물시장 투자자들은 2월에 0.25%포인트 인상될 확률을 100%로 보고 있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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