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행] 설원을 달린다… 문명의 교차점 소아시아 횡단열차
아시아와 유럽 두 대륙에 걸쳐있는 이스탄불은 튀르키예 여행의 시작과 끝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우윳빛과 에메랄드빛이 조화로운 석회석 온천 파묵칼레, 열기구를 타고 공중에서 기암괴석군을 둘러보는 카파도키아, 고대 그리스·로마 유적이 남아 있는 휴양 도시 안탈리아 등이 제법 알려져 있다.
익숙한 여행지는 싫다 하는 프로 여행자를 위해 튀르키예 문화관광부는 아나톨리아 반도(소아시아)를 횡단하는 ‘이스턴 익스프레스’ 기차여행을 추천한다. 수도 앙카라에서 동쪽으로 1,310㎞를 달려 조지아, 아르메니아 국경과 가까운 카르스까지 운행하는 열차로 25~26시간이 소요된다. 전 구간 멋진 전망을 자랑하지만, 가장 풍광이 빼어난 구간은 일리치와 에르주룸 사이를 꼽는다.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눈 덮인 설원이 마법 같은 풍광을 선사하는 겨울철이다.
객실은 별도의 침대칸 없이 특실과 접이식 침대석으로 구성되며, 56석 규모의 식당칸도 운영한다. 전기레인지나 전기주전자를 가지고 탑승해 직접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좌석도 있다.
최근 해당 노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여행자를 위한 ‘투어리스틱 이스턴 익스프레스’가 운영되고 있다. 6개 침대칸과 1개 식당칸을 포함해 총 9칸, 12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경로상 여행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주요 역의 정차 시간을 늘려 목적지까지 총 34시간 30분이 걸린다. 앙카라에서 월·수·금요일, 카르스에서 수·금·일요일 출발한다. 요금은 2인용 침대 1,550리라(약 10만 원), 1인용은 3,100리라(20만 원)다.
최종 목적지인 카르스는 아나톨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다양한 문명의 교류가 이루어진 고대 무역로 실크로드가 지나는 도시이기도 하다. 시 경계인 카르스성에 오르면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 외에 에불메누셰르 모스크, 성 프르키흐 교회, 티그란호넨츠 교회, 수녀수도원, 카르스박물관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해발 2,600m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슬로프를 자랑하는 사르카미스 스키장과 꽁꽁 얼어붙은 실디르 호수가 인근에 있다. 실디르에선 말이 끄는 썰매를 타거나, 어부들이 잉어 낚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카르스 역시 튀르키예 미식 여행지로 꼽힌다. 치즈와 꿀, 거위 고기가 유명한데 운이 좋으면 아쉬크(Ashik) 연주를 들으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음유시인들이 이야기가 있는 노래를 들려주는 공연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민속음악이다.
고대부터 여러 문명이 거쳐간 아나톨리아 반도에서도 에게해 부근 에페수스에는 기독교 성지가 밀집해 있다. ‘성모 마리아의 집’ ‘성요한 대성당’ ‘잠자는 7인의 동굴’이 대표적이다.
성모 마리아의 집은 성모가 101세의 나이로 선종할 때까지 살았다고 전해지는 집이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가 예루살렘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뒤, 사도 요한은 성모 마리아를 에페수스(에베소)로 데려가 불불산 숲속에 숨겼다고 한다. 그 집이 19세기 후반에야 발견됐고, 1951년 교황 비오 12세가 공식적으로 가톨릭 순례지 지위를 부여했다.
이슬람교와 기독교 기록에 모두 등장하는 ‘잠자는 7인의 동굴’도 이 지역에 있다. 로마제국 통치 시기 에페수스에 살던 7명의 기독교인 청년이 황제가 명령한 이교도 제사를 거부하고 동굴로 피신했다. 황제가 동굴 입구를 막아버려 깊은 잠에 빠진 7인은 200년 후 깨어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고 한다. 그 동굴에는 교회가 세워졌다.
사도 요한의 무덤인 성요한 대성당도 인근에 있다. 로마제국의 가장 위대한 황제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목조건물이었던 성당을 대리석으로 재건축했다고 한다. 에페수스 기독교 성지에 가려면 이즈미르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셀추크역에 내리면 된다.
이 밖에도 아나톨리아 반도에는 세계 최초의 성당으로 알려진 하타이 성베드로 성당, 안탈리아 뎀레에 위치한 성니콜라스 교회,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 조각을 보존하기 위해 세워진 반아크다마르 교회 등 기독교 성지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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