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수소 선도국 " 치켜세우던 해외파트너… 1년새 "글쎄"

이윤재 기자(yjlee@mk.co.kr), 송광섭 기자(opess122@mk.co.kr) 입력 2023. 1. 24. 16:54 수정 2023. 1. 25.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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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되는 수소발전 입찰시장
2030년 수소 발전량 목표치
49TWh → 29TWh 대폭 줄여
정부계획 맞춰 준비한 기업들
사업규모 축소되자 아연실색
"韓기업 세계적 기술력 갖춰
적정시장 만드는건 정부 몫"

◆ 수소산업 역주행 ◆

수소발전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수년간 사업을 준비해온 기업들이 최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해에 개설될 수소발전 입찰 시장이 소규모로 설계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그간 노력이 물거품이 될 판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해외 파트너들을 만나며 사업을 추진해온 기업들은 발전용 수소 수요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프로젝트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소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의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은 2020년 2월 전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했고, 지난해에는 수소경제 전환 가속화를 뒷받침하는 개정안이 통과돼 지난달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쯤 되면 수소 사업에 있어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불릴 만하지만 기업들은 "수소 사업이 역주행하고 있다"며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해외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한국이 수소 사업에서 가장 앞서 나간다고 치켜세웠지만, 최근에는 미국, 캐나다 등에서 수소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국이 뒤처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속을 태우는 것은 당초 정부 로드맵에 맞춰 설계한 수소 시장이 대폭 축소되고, 정부의 후속 제도 마련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에 내놓은 수소경제이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 수소발전량 규모를 49TWh(연료전지 27TWh, 수소·암모니아 혼소 등 22TWh)로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확정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수소발전량 규모가 29TWh(연료전지16TWh, 수소·암모니아 혼소 등 13TWh)로 대폭 수정됐다. 수소발전량이 거의 반 토막 나면서 사업성·경제성 자체가 도전을 받고 있다.

수소발전은 수소를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형태 모두를 통칭하는 것으로, 연료전지발전과 수소·암모니아 혼소 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

수소발전 시장과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시행을 위해선 먼저 발전 사업자들이 수소발전량을 구매·판매할 수 있는 '수소발전 입찰 시장'이 개설돼야 한다.

하지만 수소발전 입찰 시장개설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지금까지 연간 입찰량 자체가 공개되지 않는 점 역시 투자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까지 열린 여러 차례 간담회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등을 기초로 연도별 입찰량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즉 수소발전 시장 전체의 규모를 작게, 분산형 발전에 유리한 형태로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분산형 발전이란 전력이 사용되는 지역의 인근에서 소규모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 수소 배관이 없는 상태에서 소규모 분산형 수소발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수소경제 초기에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수소발전 방식으로 가야 제대로 된 수소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정부가 밝힌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근거한 연료전지 입찰 물량을 연간 200MW 수준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 사업 허가를 받은 연료전지 발전 물량만 약 7GW(7000MW) 수준인데 현재로선 시장이 극도로 작게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2021년에 발표한 목표치는 당시 톱다운 방식으로 정해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반영해 실제 공급 가능 여부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며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했고, 업체별 공급 가능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목표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수소발전량 목표치와 관련해 일부 기업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지만 연도별 계획 등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나 설명 없이 2030년 장기 전망치를 낮춰서 제시하다 보니 기업들의 투자 불확실성이 높다"며 "정부가 의견을 수렴할 때 수소 사업 전 밸류체인에 걸쳐 다양한 의견을 반영했는지, 수소경제 추진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맞섰다. 이어 "기업들의 공급 능력과 사업 추진 의지는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수소 생태계 확대는 곧 에너지 자립과 연계돼 국내에서 충분한 수소가 생산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수소경제이행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 청정 수소 자급률을 34%로 제시해 필요한 청정 수소의 60% 이상을 국내 생산이 아닌 해외 도입 형태로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어 2022년 11월 내놓은 '새 정부 수소경제 정책 방향'에서는 현지에 대규모 청정 수소 생산시설을 구축해 그곳에서 생산된 수소를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경우 국가 산업·제반시설 등 대규모 투자가 해외로 유출돼 국내 청정 수소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석유, 가스 등 기존 화석연료와 같이 수소 분야에서도 수입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외에서의 물량 도입도 중요하지만 국내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수소 사업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이미 수소 사업에 대한 전체 밸류체인을 짜놓은 만큼 글로벌 경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기술 개발은 기업이 해놨으니 이제 인프라스트럭처와 시장, 적정 가격을 만드는 건 정부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재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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