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라피크 외교'로 제2의 수출 한국 신화를
'라피크(Rafiq)'는 '먼 길을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아랍어다. 극한의 환경인 사막을 밤낮으로 오랜 기간 여행하려면 서로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어야 한다. 어쩌면 삶의 터전이 다른 아랍인 관점에서 '라피크'를 다른 언어로 정확히 번역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내외는 1980년 수교 이후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지난주에 방문했다. 우리 공군1호기를 전투기 4대로 호위했던 UAE는 공식 환영식에서 에어쇼, 낙타병 도열 등으로 환대했다. 다음날 양국 정상은 280㎞ 떨어진 바라카 원전도 동행했다. 양국 정부와 기업인들은 에너지, 신산업 등 총 48건의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국·UAE 간에는 원전, 에너지, 방산, 투자 등 4대 분야를 넘어 신산업과 미래 산업 전반으로 협력이 확대됐다.
이처럼 대한민국과 UAE가 새로운 100년의 여정을 함께 하는 '라피크'가 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UAE의 국가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1920년대 천연 진주 산업이 일본의 양식 진주 개발로 크게 쇠락한 후 1960년대 초 석유 개발로 부유해진 UAE는 이제 첨단 산업 육성, 물류 허브 조성, 청정에너지 개발 등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두 번째는 대한민국에 대한 UAE의 신뢰다. '신의 축복'이라는 바라카 원전 건설을 계기로 양국 간 신뢰는 더욱 공고해졌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계약을 이행하고 마는 한국 기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무함마드 UAE 대통령의 언급을 통해 우리나라에 대한 UAE의 신뢰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이번 넷제로(net-zero) 가속화 달성을 위한 원전 추가 협력과 제3국 공동 진출, 그리고 300억달러 투자 약속은 바라카 원전을 계기로 강화된 신뢰에 의한 것이다.
세 번째는 고유가로 확보한 UAE의 풍부한 자금력이다.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UAE는 지난해 5.1%의 경제성장을 이뤘고, 올해도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1.7%)의 두 배를 넘는 4.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끝으로 우리 기업들의 큰 관심과 우리 정상의 지원 의지이다. 제조, 신산업, 인프라 등 UAE에서 사업 기회에 대한 기대는 순방 중 개최된 '한·UAE 비즈니스포럼'에서 확보된 61억달러 상당 24건의 MOU 등과 '비즈니스상담회'에서 이루어진 수출 상담 257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께서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우리 기업인들을 업고 다니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할 때, 금번 정상 경제외교의 성과는 석유 의존에서 탈피하고 산업다각화를 추구하는 UAE의 전략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대한민국의 전략이 양국 정상 간 굳건해진 신뢰와 어우러져 공동 번영의 여정을 함께하는 진정한 '라피크' 간 약속과 의지의 표명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이번에 확보한 진주 구슬들을 잘 꿰어 명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중동 경제협력 민관 추진위원회'와 '한·UAE 협력 채널'을 통해 프로젝트별로 집중 관리할 것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으로 시작된 '신(新) 중동 붐'이 이번 UAE 정상 순방을 계기로 타 중동 국가로도 확산돼 올해 수출 플러스를 달성하고 경제 활력을 제고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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